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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길거리에 종소리와 함께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 걸까요.
<여자들의 집>은 래티샤 콜롱바니의 신작 소설이에요.
프랑스 파리에 실재하는 쉼터 '여성 궁전'을 배경으로,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갈래 시간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 솔렌은 유명 로펌의 엘리트 변호사예요. 파리 근교의 부유한 동네에서 태어나 법학 교수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여 스물두 살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유명 로펌에 들어갈 때까지 순탄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어요. 주말과 휴가를 포기할 정도로 일에 매진하여 유능함을 인정받았고, 한때 사랑하는 남자 제레미가 있었지만 헤어졌어요. 서로 결혼을 원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했으니까.
그런데 그 날 그 사건 이후, 솔렌의 삶은 고장이 나버렸어요. 마치 엔진이 멈춰버린 자동차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마흔 살이 된 해에, 고장이라니....
의사는 업무상의 과로 때문이라고, 번아웃 증후군이라면서 수면제를 비롯한 각종 약물을 처방했어요. 도저히 다시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아 로펌을 그만뒀어요. 솔렌은 의사에게 솔직히 요양원을 떠나기 두렵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러자 의사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어요. 퇴원 후에 봉사 활동을 해보라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필요하다고, 그래야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솔렌은 우연히 검색하다가 '펜 연대'라는 협회의 구인 광고를 봤어요. '글을 대신 써 줄 작가'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무기력했던 솔렌의 내면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어요. 자신의 글 쓰기 재능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어요.
'펜 연대' 협회 본부 사무실에서 40대 남성 레오나르를 만났고, 그는 솔렌의 이력서에 깜짝 놀라며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냐고 제안했어요. 레오나르가 연결해준 곳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피난 와서 지내는 쉼터였어요. 그곳은 20세기 초에 건립된 6층 건물로, 역사 유적의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팔레 드 라 팜므(Palais de la Femme)'라고 동판에 새겨져 있었어요. 건물명이 '여성의 궁전'이라니, 학대받은 여성들이 피난한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이름이었어요.
바로 그 '여성의 궁전'에서 솔렌은 아픔을 겪은 여성들을 만나고 그녀들을 위한 글쓰기를 하게 되는데...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솔렌의 삶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와르르 무너졌어요.
우리의 삶은 젠가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나무조각 같다고 생각해요. 한두 개 정도 빠진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아요. 아무리 많이 빼내도 중심만 흔들리지 않으면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다가 결정적인 조각 하나가 전체를 흔들어 놓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무너진 젠가를 다시 쌓을 수 있다는 거예요.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1925년, 파리의 블랑슈는 놀라운 열정과 끈기를 보여준 여성이에요. 블랑슈가 꿈꾸는 것은 고통받는 여자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만큼이나 멋진 사람이 또 한 명 있어요. 블랑슈의 평생 반려자 알뱅은 혼자보다 둘 일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어요. 결혼이 서로를 구속하는 게 아니라 연합이라고 했던 알뱅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어요. 블랑슈가 투쟁하는 천사라면, 알뱅은 그 천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그리고 천사가 이뤄낸 여성 궁전.
"고통을 멈추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아뇨. 세상의 고통은 계속될 거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멈출 수 없어요." (182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