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학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수학경시대회에 시험감독 아르바이트를 갔다. 그 전날이 아빠 기일이라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기에 사실 무지무지 안가고 싶었지만 보습학원을 하는 친구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려 도저히 안 갈 수가 없어 부랴부랴 챙겨 오전 8시까지 시험장소에 도착했다.

시험 고사실 배정받고, 총 감독관으로 부터 잠깐의 교육을 받고 오전 9시 30분부터 입실이 시작되었다. 시험시작전까지 2층 계단입구에서 안내를 담당한 나는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1,2학년은 오른쪽, 3학년이상은 3층으로 올라가세요"를 외치면 계속 안내를 하던 중에 어떤 학생이 울면서 아빠와 함께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오신 그 아이 아빠가 "저기, 여기 좀 쉴수 있는 보조의가 같은게 없을까요? 아이가 갑자기 아침부터 열이 나서요." 해서 어쩔수 없이 통제실로 안내해 드렸고, 문득 "아이가 시험스트레슨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나는 또 정신없이 ""1,2학년은 오른쪽, 3학년이상은 3층으로 올라가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드디어 입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통제관실로 들어가 "저기, 아버님. 입실마감시간이 되서 2층 입구문을 닫아야 하는데요."  했더니 그 아빠가 "네. 저기 아이세수 좀 시키고 싶은데,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해서 화장실을 안내해 드린후 두 모녀가 다시 나올때까지 또 마냥 2층 입구에서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애 시험 스트레스때문에 아픈 것 같은데. 그냥 시험포기하고 집에 데려가지. 아니지, 오늘만 넘긴다고 될 일도 아니지. 어차피 앞으로 계속 그 아이 클때까지 시험에 시달려야 할텐데, 이왕 겪을거면 겪는게 나을지도........ 그나저나 아까 물어보니 1학년이라던데 참 벌써부터 이 좋은 주말에 시험을 치르며 살기 시작하니... 참.' 하는 생각과

'에궁, 그러고 보니 우리 홍이는 또 어쩐다냐. 남들은 보습학원이랑 학습지도 하고, 이렇게 중간중간에 시험도 보고 하면서 긴장하는데 이 녀석은 늘 한가하고, 늘 수랑 놀다보면 하루해가 짧으니. 이러다가 정말 바닥에서 헤매는 건 아닌지. 원?' 하는 생각 사이를 계속 오가면서도 사실 답이 없다. 나 스스로가 확실한 주관이 없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침,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울음을 그친 아이와 그아빠가 걸어오길래 시험교실로 안내하고, 그 아빠의 "혹시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꼭 말씀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에 "네. 걱정마세요."라고 대답해 드리고는 2층 입구문을 닫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60분간의 시험시간을 치뤄내고 , 일당도 받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 2명이랑 맛있는 점심도 먹고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에휴~.

바쁜 오전일과가 끝나고 잠깐 컴앞에 앉아있는 이 시간에도 계속 "과연,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건지, 이렇게 마냥 놀라고 놔둬도 되는건지, 그래도 약간의 긴장은 줘야하는 건지"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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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03 14:31   좋아요 0 | URL
네. 그럴께요.
늘 감사드려요. ^^.

2007-09-03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03 16:16   좋아요 0 | URL
늘 감사드려요.
일요일(9월 16일네요. ^^.)에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07-09-03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4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04 22: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가격 3만2천원 맞구요. 생선이 님 가족 입맛에 잘 맞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 밤 보내시구요, 활기찬 내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