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섬사이 > 전설이 된 비운의 영웅 최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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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전 ㅣ 재미있다! 우리 고전 15
장철문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06년 10월
평점 :
전설이 된 천재, 최치원.
열두살에 당나라로 조기유학을 떠났고 열여덟살엔 당나라의 인재들과 겨루어 지지않고 장원급제를 할 정도로 그 명민함이 빛을 발하였건만 신라의 엄격한 신분제도 골품제와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불운의 천재로 생을 마감한 사람.
천재였으나 품은 큰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한 한이 남아서였을까. 사람들은 그를 전설적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가 바로 최고운전이다.
최고운전 속에서의 최치원은 가야산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가 아니다. 그는 신라의 왕 뿐 아니라 중국 황제를 호령하고 신선과 선녀들의 보호를 받으며, 타고난 문재文才로 황소의 난을 평정하며, 마침내 세속을 떠나 불멸의 삶을 누리는 신선이 된다.
최고운전은 조선시대에 쓰여졌다고 한다. 사대주의적 세계관을 가졌을 것만 같았던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었을 뿐 아니라 폭넓은 층에서 즐겼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최고운전의 여러 이본들 중에서도 한문본이 중국에 대한 적대 의식이 훨씬 더 강하다는 해설에서는 어쩐지 후련해지기까지 한다. 아마도 한껏 거들먹거리는 중국에 대한, 또는 그 중국을 향한 양반계급의 고질적인 사대주의사관에 대한 의식있는 비판들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인해서인가 보다. 또한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어 뜻을 펼쳐가는 최치원의 이야기는 조선시대 민중들에게도 속시원하고 신나는 이야기였을 듯 하다.
본문 내용에 원본에는 없는 <토황소격문>이 쉬운 글로 간추려져 있다. 이런 기회에 최치원의 유명한 문장을 맛보라는 저자의 배려다. 어려서부터 우리나라의 고전을 읽고 느끼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기상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비의 '재미있다! 우리고전'시리즈는 한겨레아이들의 '한겨레 옛이야기'시리즈와 나라말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시리즈 사이의 중간단계 난이도의 고전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가 더 나을 것 같고,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나라글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시리즈가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책의 서문이나 작품 해설 부분을 꼭 읽어보기를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