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chika >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말은 감히 내가 뱉어낸 말은 아니다. 한겨레의 특집 기사를 옮겨 온 로쟈님의 서재에서 이주헌님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도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말은 사실이야, 라 생각했겠지?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동감할 것이다. 그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나는 학교다니던 시절, 미술시간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도무지 생각의 전환이 안되는 것이다.
풍경화를 그린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낫지, 이걸 내가 어떻게 종이에 옮겨담아? 라는 생각이었을까? 아무튼 기술적인 부분이 모자라서 더 싫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미술,이라는 것과는 학교다니던 시절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만 생각하던 내게 '그림'에 대한 생각을 바꿔 준 책이 있다. 그건 사실, 이주헌님의 책은 아니었다. 내가 책 좋아한다는 걸 알고 올케언니가 도서상품권을 주면서 적어 준 목록에서 본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가 아주 낯설었지만 뭔가 흥미로울 것 같아 읽기 시작한 것이 내 첫 미술에 관한 관심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그림들은 잘 알려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는, 그렇게 다정다감하게 다가올 줄 아는 그림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의 산책로를 함께 거닐 수 있는 그림들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런 능력을 지녔기에 이들 그림은 좋은 예술 작품이다.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명화'들이다.

나는 그 작품들 앞에 따뜻한 차 한잔 내놓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썼다. 그림과 관객이 좀더 푸근하고 좀더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차를 대접하는, 차 심부름을 하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썼다. 차를 다리는 사람의 기호와 입맛이 그 끓여 놓은 차에 배어 나오지 않을 방도는 없겠으나, 차는 어차피 만남과 대화를 도와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나의 글들 위로 더욱 따뜻하고 격의 없는 대화가 그림과 관객 사이에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가의 말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그의 친절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정말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어느 순간 문득 책장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이주헌님이 책을 써내면 한 권 두 권 사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그림 이야기에 맛들여갔다.

나는 솔직히 그림책을 읽을때 그 유명하다는 작품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그냥 자분자분 설명해주는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나 나름대로의 그림에 대한 느낌이 나올때가 있다. 그래서 좋은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낯설지만 그 그림에 담긴 러시아인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썩 잘 어울리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이런 구성을 통해 더욱 또렷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러시아 미술은 '낯설면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미술'이라는 점이다. 미술을 통해 나타난 그들의 투쟁, 고통, 격정, 인정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종류의 것이다. 그것은 역사 경험이 달라도 각자의 경험에 대한 기억과 정서 반응에 서로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들어가며, 작가의 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펴들고 찬찬히 읽어나가면서 드는 이 뿌듯한 마음. 나는 역시 이주헌님의 책을 보면 어쩔 수 없는 편애를 하게 되고 만다. 하나의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그 작품의 예술적인 감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시대, 작가의 가치관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바라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주헌님의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보면서 '오오~'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사실 훌륭하다는 그림을 보면서 누구나 모두 '오~' 하는 감탄을 내뱉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런 대책없는 자신감은 내 생활과 동떨어진듯한 '예술'작품들을 이제는 내 생활과 친숙하게 맞물리며 바라볼 수 있게 된 데서 나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조카들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 이 책들을 책꽂이에서 발견하고는 나의 여행준비에 자부심을 가졌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멀뚱멀뚱 설명해주는 그림을 바라보면서 스치기보다 조카들에게 좀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열심히 책을 또 읽고 기억하면서 여행준비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애들이 어려서 그림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는 못했지만, 신화이야기와 그림 속 소품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어했다. 그러고보면 이 책을 쓰기 위해 처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려고 했던 이주헌님은 최고의 이야기꾼일뿐 아니라 정말로 책을 읽을 독자의 마음을 아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가 맞는것이다.

이주헌님의 입담으로만이 아니라 내 경험으로도 미술관 순례책들은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특히 가족여행을 생각한다면 꼼꼼히 읽어보고 자료준비를 나름대로 해서 간다면 정말 아이들에게 멋진 부모님이 될 것이다. 정말! ^^



 

 

평소 너무 친근감 있게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나는 그의 글 안에 담긴 세세함과 치밀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이주헌,이라는 사람의 성격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된 것은 한겨레에 실린 페이퍼와 명화읽기에 쓴 노성두님의 글을 통해서이다. 설렁거리면서 마감기한도 못지킨 자신과는 달리 꼼꼼하게 쓴 원고를 넘겼다고 한 이주헌님에 대한 표현은 말 그대로 자신의 글에 대한 프로 의식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라기보다는 나는 그냥 이주헌,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 쓴 그림책들이 무지 좋다. 그냥 명화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 생활, 역사까지 아울러 설명을 해 준다. 더구나 그 설명은 '생각하는 그림'을 통해 단지 그림만이 아니라 그림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이렇다 저렇다 마구 말을 해대고 있기는 하지만 난 그냥 그의 이야기가 좋다. 이 이상 더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난 그의 이야기가 좋고, 그래서 나는 내 맘대로 그의 글을 편애한다는데!

 

 

 

 

그래서... 이번에 조카녀석들을 찾아갈땐 이 책들을 사볼까 생각중이다. 녀석들도 좋아했음 좋겠는데말이다. 아니, 분명 좋아하지 않을까? 이주헌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는 지 아는 아저씨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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