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피아노맨 - 신해철에서 퀸까지, 스포츠의 심장을 뛰게 한 노래들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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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포츠 응원가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른바 역주행하며 인기곡 반열에 오른 노래도 있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질풍가도>는 야구장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발표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삼성 라이언스 오승환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비롯해 마무리 투수들의 등장곡은 그 자체로 상대방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이렇듯 음악이 없는 스포츠 응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단순히 응원을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그 자체가 스포츠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p.7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프로야구만의 특징 중 하나는 음악과 어우러진 역동적인 응원 문화일 것이다. 팀별 응원가부터 선수 개인별 등장 음악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가끔은 야구장이 아닌 집에서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응원가를 따라 부르게 될 정도로 스포츠 음악에는 중독성이 있다. 실제로 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때 음악의 역할은 더 크게 느껴진다. 지고 있을 때 등장하는 상대팀의 마무리 투수 배경음악은 어딘가 압도적인 부분이 있고, 이기고 있을 때 우리 팀의 승리 응원가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쁨을 극대화시켜 주니 말이다. 


이 책에서 30년 경력의 베테랑 스포츠 기자이자 음악 마니아인 저자는 각종 스포츠 종목에서 감동과 전율을 배가시켰던 음악들을 소개한다.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기사 작위를 수여받을 때 흘러나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 리그 최고의 선수보다는 최고를 위해 도전하는 선수를 위해 쓰였던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직접 열창한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LG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가사만 바꿔 함께 사용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멜로드라마>, 야구의 인기를 바탕으로 농구장에서도 대표적인 응원가가 된 <질풍가도>, 월드시리즈가 열리던 야구장에서 5만여 관중들에게 울려퍼지던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등 우리가 열광한 순간을 함께한 39곡의 플레이리스트가 펼쳐져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대한민국 축구에 <오 필승 코리아>가 있다면 잉글랜드 축구에는 집으로 온다로 대표되는 노래 <스리 라이언스>가 있다. <오 필승 코리아>가 승리의 염원을 담은 희망적인 노래라면 <스리 라이언스>는 과거 잉글랜드 축구의 영광의 시절에 대한 추억부터 오랫동안 암흑기에 빠져 있던 절망적인 상황, 그리고 새롭게 우승에 대한 염원까지 담은 국민가요라고 할 수 있다...'우승컵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가사를 세계 언론이 주요 화제로 다루면서 <스리 라이언스>는 더욱 유명해졌으며 대한민국 뉴스에서도 이런 잉글랜드 팬들의 모습을 자주 보도했다.                p.235~237


스포츠에서는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오타니 쇼헤이 같은 뛰어난 타자라도 타석에 들어섰을 때 열 번 중 여섯 번은 범타로 물어난다. 역새 최고의 슈터 스테븐 커리의 3점 슛 성공률은 5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축구 황제 리어넬 메시라도 득점 기회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왕 김연아도 점프 연습을 하면서 수천 번을 넘어져야 했다. 스포츠를 하면서 거듭 실패를 하고, 좌절을 맛보는 것은 모두 빛나는 성취를 위한 필수과정인 것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지고, 실패하고, 절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순간에 위로가 되는 노래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시원스럽게 울려 퍼지는 노래 가사로 인해 위로를 받아본 적, 힘을 얻어본 적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가 어떻게 한국 프로야구 우승의 상징곡이 되었는지, ‘역설의 응원가’였던 한화 이글스의 〈나는 행복합니다〉가 2025년 정규 시즌 2위라는 기적을 만나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대학가요제의 전설에서 야구장의 고전이 된 〈그대에게〉, 세대를 거슬러 역주행한 〈질풍가도〉 등 스포츠를 즐겨 본다면 한번쯤 들어봤거나 사랑했을 음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응원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승부를 완성하는 스포츠의 일부가 된 음악의 세계는 추억과 감동을 완성시켜준다. 게다가 스포츠와 음악의 상관관계에서 시작해 생생한 스포츠 현장과 선수에 얽힌 음악적 서사가 담겨 있고, 각 에피소드에 QR코드를 삽입해 당시 경기 영상과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도 있다. 스포츠와 음악을 사랑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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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
김성재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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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제 뉴스 가운데 최악의 오보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나온 조선일보의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기사다. 당시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외환보유고가 텅 비어 있는데도 경제가 멀쩡하다는 엉터리 보도를 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가 보도되고 며칠 뒤 경제주권을 국제통화기금에 넘겨주고 수많은 국민들이 실업자로 길바닥에 나앉았다. 조선일보 오보 때문에 한국 경제가 파탄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IMF 사태를 맞게 된 데에 이 오보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P..218


우리는 과잉 정보의 시대를 살고 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사실을 뒤덮고, 작정하고 덤비는 사기꾼과 선동가, 돌팔이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영향력 있는 누리꾼들이 퍼 나르는 소문, 뒷담화, 가짜정보 등이 대중매체와 뒤섞여 잘못된 사실이 보도되고, 오류로 가득 찬 뉴스를 생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왜 거짓 정보가 진짜보다 빠르게 퍼지는 걸까. 인터넷에 넘쳐나는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정확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수많은 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판치는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나왔다. 


언론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와 〈시민언론 민들레〉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저자 김성재는 오랜 언론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뉴스 리터러시' 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보와 가짜뉴스, 나쁜 뉴스, 부실한 뉴스, 편향된 뉴스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마구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쁜 뉴스를 시민들이 스스로 가려 소비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뉴스를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일이자, 때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검색 한 번으로 우리는 무한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러한 양이 질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습득한 정보에서 신뢰해야 할 내용과 경계해야 할 부분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해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뉴스 리터러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받아쓰기 보도의 폐해는 심각하다. 기자들 스스로도 잘 알고 국민들도 안다. 정치인과 셀럽의 '아무 말 대잔치'는 마치 사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고, 또 이것이 무슨 대단한 사회적 의제인 것처럼 보도돼 공론장을 왜곡, 조작한다.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하고,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개인의 인권과 명예를 짓밟아 누군가를 비극으로 내몰기도 한다... 한번 질서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도 멈추지 않았다. '나라가 망하면 그 이유의 8할이 언론 때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p.396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본다.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에 중독된 상태다. 이걸 중독이라 불러야 할지 일상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포털이든, 신문 앱이든, 방송이든, 유튜브든, 카카오톡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매체만 다를 뿐 그곳에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는 노골적인 거짓말과 선전, 선동적인 허구가 만들어낸 사건들을 연일 목격해왔다. 각종 음모론과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떠돌아 다니는 괴담 등 SNS의 시대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정교하지만 결국 감정적인 동물이고, 우리의 현실은 거짓에 너무나 쉽게 침식된다. 가짜뉴스의 시대에 언론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팩트체크라면 독자, 시청자, 이용자 등 미디어 소비자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라는 단어에 읽고 쓰는 능력 혹은 지식과 교양이 있다는 뜻의 '리터러시'를 합친 용어다. 


저자는 ‘나쁜 뉴스’란 무엇이고 그것이 왜 문제인가, 그리고 왜 그런 나쁜 뉴스가 생산되는가를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언론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사유를 담고 있기에 날카롭고 냉정하며, 내부자의 시선으로 쓰였기에 애정을 담은 비판과 묵직한 반성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와 뉴스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이제 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삶이 흔들릴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모두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접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뉴스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면, 보다 더 좋은 뉴스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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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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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사람이 빵을 선택하는 건 오만한 일이야. 빵이 사람을 선택하는 거니까.”

"네에......"

야단맞는 상황에선 되받아칠 수 없었는지 레나 선배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시작이군, 하고 생각하며 나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점장의 이야기는 빵이란 무엇인가, 빵은 살아 있는 것이다, 라는 독자적인 철학으로 이어졌다. 빵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점장의 빵 이야기는 노스티모의 명물이다.              p.30


대학생인 고하루는 빵집 노스티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혼자 사는 가난한 대학생에게 팔고 남은 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화가 지망생인 고하루는 열심히 만화를 그려 공모전에 내보지만, 아직까지 좋은 소식을 받은 적은 없다. 갓 구운 신상품을 시제품으로 맛을 본다거나, 만들다 실패한 빵을 간식으로 받기도 하며, 제빵을 돕고 빵을 진열하는 일상이 고하루를 지탱하게 해준다. 고하루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만화였다면 어떤 식으로 전개할까, 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일상 속의 미세한 틈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으로 주요 소재가 되는 빵을 중심으로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만들어 낸다. 친구의 거짓말, 동료의 이중생활, 판매 중단 위기의 빵 되살리기, 추억의 30년 전 카레빵 찾아내기 등등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고, 관찰과 탐구가 습관인 고하루에게는 늘 미스터리가 끊이지 않는다. 각 빵의 특징을 갈등이 생기거나,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입하며 풀어나가는 스토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고하루가 수수께끼같은 상황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며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는 문장과 함께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식인데, 이런 표현 또한 너무나 귀엽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해당 빵의 유래와 기원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마무리된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빵집에서 초코소라빵을 팔지 않게 됐어. 인기가 없었던 걸까? 그 순간 나도 의욕을 잃어버리고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게 됐지...... 이상하지 않아? 그때 먹은 초코소라빵에는 내 세계를 바꿀 만큼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던 거야."

....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먹은 닭꼬치, 만화 원고를 완성시킨 밤에 먹었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음식에는 공복을 채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우고 현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p.168


이 작품은 쓰치야 우사기의 소설 데뷔작이다. 실제로 작가가 만화가를 꿈꾸며 빵집에서 일하기도 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덕분에 빵 만드는 묘사들이 매우 세심하고도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12밀리미터 두께로 자른 식방에 버터를 얇게 발랐더니 주걱으로 문지른 부분이 버터를 흡수해서 햇살이 비친 것처럼 반짝거린다거나, 갓 구운 빵을 비닐봉지에 넣으면 수증기로 인해 습기가 생기기 때문에 방금 구운 빵은 종이봉투 안에 넣어준다는 식으로 빵집에서 일을 해봤거나, 빵을 직접 만들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디테일들이 매 장면마다 가득하다. 어떤 빵이든 갓 구워졌을 때의 상태가 가장 맛있다. 시간을 두고 숙성해서 더 맛이 좋아진다는 빵은 거의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베이킹을 직접 해봤기에 온 집안을 다 채우는 빵의 냄새와 잘 구워진 따끈한 빵을 막 먹었을 때의 그 느낌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빵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고, 현지 출간 2개월 만에 20만 부를 돌파하며 사랑받았다고 한다. 올해 후속작도 출간이 되어 시리즈 합산 35만 부 판매를 넘어서며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후속작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책 표지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이 책은 아무도 죽지 않고, 피 한 방울 튀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추리와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각종 자극과 도파민 넘쳐나는 소설에서 잠시 벗어나, 순도 100퍼센트의 무해함으로 가득한 코지 미스터리를 만나보면 어떨까. 지친 하루 끝에 맛보는 달콤한 디저트의 힘을 아는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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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 이후 - 빅터 프랭클이 남긴 인생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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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래를 향한 지향성 ─ 미래에 실현해야 할 개인적인 과제나 미래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 ─ 이 이들을 버티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살아남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어야 했던 것이에요. 무엇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살아남고 싶은 이유가 없으면,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한 개인적인 간절함이 없으면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p.65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 네 곳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삶의 품위를 잃지 않고 성자처럼 버티어 나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환해 온 산증인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수백만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가 강제 수용소에서 한 경험은 이제 개인의 경험이 아닌 인류의 경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가치가 파괴되고, 추위와 굶주림, 잔혹함, 시시 각각 다가오는 몰살의 공포에 떨면서 어떻게 삶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만약 삶에 목적이 있다면 시련과 죽음에도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없다고,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그 해답이 요구하는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수용소 이후 30여 년간, 집필과 함께 로고테라피를 체계화하고 세계 각지를 두루 순회하며 강연 활동을 펼쳤다. 이번에 만난 책은 단행본으로 최초 공개된 그의 미출간 유고작으로 1946년부터 1984년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이뤄진 강의들을 풀어낸 것이다. 마치 그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한 네 편의 인생 강의로 만날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한국어판에는, 독일어판과는 달리, 손자인 알렉산더 베셀리프랭클(영화감독)의 감동적인 특별 서문이 추가로 실려 있다. '나의 할아버지 빅터 프랭클은 쾌활하고 사랑이 넘쳤으며, 평생 의사로서 성실한 삶을 살았다'라고 서문이 시작된다. 긴 서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할아버지가 말로 가르치지 않고, 대신에 가르침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모든 이처럼 자신도 그냥 할아버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웠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있을까. 말로만 떠드는 것은 깊게 와 닿기 힘들지만, 이러한 가르침이야말로 삶의 태도가 되고, 믿음이 될테니 말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삶이란 그 자체로 끊임없는 죽음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사랑했던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을 계속해서 잃어가는 과정이지요. 인생은 이별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런 무상함,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역으로 ─ 따라서 종착점에 이르기 한참 이전에도 ─ 삶을 살아가는 것을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삶이 무상하다는 사실이 삶의 가치를 박탈하고, 삶의 의미를 없애버리는 건 아닐지, 삶 전체의 의미를 앗아가는 건 아닐지를 묻게 되는 것이지요.               p.146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고 한다. 타인이 바라보는 고통과 각자가 직접 겪는 경험으로서의 고통은 서로 비교할 수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할 수도 없는 것이니 말이다. 경험뿐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우리가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고 빅터 프랭클은 말한다. 각자의 과거들과 경험들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존재 방식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또한 그는 인간의 본질은 ‘자유’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어떻게 책임지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확신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하며,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자의 말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남겨 준다. 


우리는 대부분 이것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고, 이것 혹은 저것이 있으면 살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 간다. 빅터 프랭클 역시 강제 수용소 경험 이전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정말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이 일정 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론도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는 것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나면 그런 안일한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래 기억되고, 곱씹어 볼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번에 오랜 만에 그의 강의들을 만나고 보니 그때의 감동과 여운이 고스란히 되살아 났다. 그가 평생에 걸쳐 일반 대중에게 전하고자 했던 통찰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 더 좋았다.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 악을 악으로 되갚는 것이 아니라 그 사슬을 끊어내는 것으로 악을 극복하라는 말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해 온 행복과 노력해서 얻은 것, 과거 속에 저장하고 보관해둔 것들은 누구도 없애버릴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풍요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삶의 의미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 요즘,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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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퇴마록 신세편 1
이우혁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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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들이 이 사건에 주목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20여 년간 초자연현상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는 데 가장 안도한 것은 사실상 그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사건이 과학의 견지에서 바라볼 일이 아닌 초자연적인 현상임을 즉시 눈치챘다. 이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으로 그치는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이것은 하나의 '징조'였다. 수십 년의 긴 침묵이 깨진 것을 의미했다. 다시 어둠 속에서 긴 싸움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달갑지 않은 징조였다.                p.35~36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곧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노인이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다 소리를 질러대다 몸 안에서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좁은 비행기 안이라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어갔고,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착륙하는 비행기 바깥으로 마구 떨어져 내렸다. 끔찍한 항공기 참사로 연결될 뻔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신체 발화를 일으킨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피해자가 이미 7일 전 세상을 떠나 매장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두는 어릴적부터 태권도장의 관장이었던 아버지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소질이 있었던 양두는 장래가 촉망되는 태권소년이었다. 남들은 몇 년씩 수련해서야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기술들을 주 단위로 마스터해냈다. 그런데 전국대회 결승 시합에서 갑작스럽게 '그 증상'이 터졌다. 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아버지는 양두의 증상을 고쳐보려고 모든 힘을 기울였고,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어떤 의사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양두가 아직 아기일 때 바람이 나서 도망쳐 버렸고, 아버지는 태권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살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질이 양두의 몸을 지배한 지도 2년이 넘었고, 더는 버틸 수 없어 그저 죽고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양두를 찾아온다. 양두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자신을 쫓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움직임도, 기술도 프로의 그것이었던 거다. 양두는 그들로부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그들은 왜 양두를 찾아온 것일까. 




"간략하게 보면 악마가 이미 고대부터 꾸미던 음모지만, 실제로는 인간들이 자기 꾀에 빠져 신의 시험을 자초한 겁니다. 그 시험을 못 이겨냈다면 아마도 말세가 올 정도의 큰 징벌이 자동적으로 생겨났겠죠. 분명히 악마가 꾸미기 시작했다곤 해도 그 과정에서조차 악마가 직접적으로 큰 힘을 쓰지는 않았어요. 누군가를 해칠 때도 직접 죽이기보단 사람의 손을 빌렸고요. 그런데 사실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편이 질서에는 더 위배되고 위험한 거죠."

"죽음은 항상 일어나지만, 부활은 일어난 적 없었으니까요."              p.221~222


이 작품은 퇴마사 4인방이 목숨 걸고 세상을 지켜냈던 ‘말세의 위기’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된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악마를 탄생시킬 수 있는 마물 ‘그리모어’의 흔적이 발견되고, 전설이 된 선대 퇴마사 4인방은 차세대 퇴마사들을 이끄는 멘토이자 스승으로 등장한다. 다음 권에서부터 차세대 퇴마사로 활약할 양두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장면에서, 쫓기던 양두를 도와주러 나타난 현암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나처럼 퇴마록 시리즈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신 퇴마록>은 <퇴마록> 시리즈의 ‘말세편’ 및 ‘외전 제3권’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작의 세계관을 계승하고 있지만, 완벽히 독립적인 서사라 배경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권두와 권말에 작가가 직접 집필한 특별 부록으로 전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세계관 및 주요 인물들의 설정을 정리해두었다. 기존 팬들과, 신규 독자들을 위한 완벽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퇴마록> 시리즈는 무려 1,000만 부 누적 판매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보유한 K-오컬트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시리즈라 정말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었다. 정말 많이 읽고, 좋아했던 시리즈지만 너무 오래 전에 읽었던 터라 권두 부록에 수록된 박 신부, 이현암, 장준후, 현승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는 부분부터 추억을 되새기며 읽었다.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사건들과 캐릭터의 성격, 관계들이 앞으로 새롭게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 주었다. <신 퇴마록> 시리즈는 이번에 나온 신세편 3권에 이어 마세편 3권, 창세편 4권, 총 10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다. 원인 불명의 고통에 시달리던 태권 소년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차세대 퇴마사들도 궁금하고, 스승으로 활약할 박 신부, 이현암, 장준후, 현승희의 활약도 너무 기대가 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무조건 다음 이야기를 읽을 수밖에 없는, 누구라도 푹 빠져 밤 새워 읽게 만드는 마성의 서사가 궁금하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신 퇴마록> 시리즈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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