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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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당초 사람이 빵을 선택하는 건 오만한 일이야. 빵이 사람을 선택하는 거니까.”

"네에......"

야단맞는 상황에선 되받아칠 수 없었는지 레나 선배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시작이군, 하고 생각하며 나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점장의 이야기는 빵이란 무엇인가, 빵은 살아 있는 것이다, 라는 독자적인 철학으로 이어졌다. 빵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점장의 빵 이야기는 노스티모의 명물이다.              p.30


대학생인 고하루는 빵집 노스티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혼자 사는 가난한 대학생에게 팔고 남은 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화가 지망생인 고하루는 열심히 만화를 그려 공모전에 내보지만, 아직까지 좋은 소식을 받은 적은 없다. 갓 구운 신상품을 시제품으로 맛을 본다거나, 만들다 실패한 빵을 간식으로 받기도 하며, 제빵을 돕고 빵을 진열하는 일상이 고하루를 지탱하게 해준다. 고하루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만화였다면 어떤 식으로 전개할까, 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일상 속의 미세한 틈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으로 주요 소재가 되는 빵을 중심으로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만들어 낸다. 친구의 거짓말, 동료의 이중생활, 판매 중단 위기의 빵 되살리기, 추억의 30년 전 카레빵 찾아내기 등등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고, 관찰과 탐구가 습관인 고하루에게는 늘 미스터리가 끊이지 않는다. 각 빵의 특징을 갈등이 생기거나,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입하며 풀어나가는 스토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고하루가 수수께끼같은 상황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며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는 문장과 함께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식인데, 이런 표현 또한 너무나 귀엽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해당 빵의 유래와 기원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마무리된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빵집에서 초코소라빵을 팔지 않게 됐어. 인기가 없었던 걸까? 그 순간 나도 의욕을 잃어버리고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게 됐지...... 이상하지 않아? 그때 먹은 초코소라빵에는 내 세계를 바꿀 만큼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던 거야."

....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먹은 닭꼬치, 만화 원고를 완성시킨 밤에 먹었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음식에는 공복을 채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우고 현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p.168


이 작품은 쓰치야 우사기의 소설 데뷔작이다. 실제로 작가가 만화가를 꿈꾸며 빵집에서 일하기도 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덕분에 빵 만드는 묘사들이 매우 세심하고도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12밀리미터 두께로 자른 식방에 버터를 얇게 발랐더니 주걱으로 문지른 부분이 버터를 흡수해서 햇살이 비친 것처럼 반짝거린다거나, 갓 구운 빵을 비닐봉지에 넣으면 수증기로 인해 습기가 생기기 때문에 방금 구운 빵은 종이봉투 안에 넣어준다는 식으로 빵집에서 일을 해봤거나, 빵을 직접 만들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디테일들이 매 장면마다 가득하다. 어떤 빵이든 갓 구워졌을 때의 상태가 가장 맛있다. 시간을 두고 숙성해서 더 맛이 좋아진다는 빵은 거의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베이킹을 직접 해봤기에 온 집안을 다 채우는 빵의 냄새와 잘 구워진 따끈한 빵을 막 먹었을 때의 그 느낌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빵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고, 현지 출간 2개월 만에 20만 부를 돌파하며 사랑받았다고 한다. 올해 후속작도 출간이 되어 시리즈 합산 35만 부 판매를 넘어서며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후속작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책 표지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이 책은 아무도 죽지 않고, 피 한 방울 튀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추리와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각종 자극과 도파민 넘쳐나는 소설에서 잠시 벗어나, 순도 100퍼센트의 무해함으로 가득한 코지 미스터리를 만나보면 어떨까. 지친 하루 끝에 맛보는 달콤한 디저트의 힘을 아는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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