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 이후 - 빅터 프랭클이 남긴 인생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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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래를 향한 지향성 ─ 미래에 실현해야 할 개인적인 과제나 미래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 ─ 이 이들을 버티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살아남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어야 했던 것이에요. 무엇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살아남고 싶은 이유가 없으면,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한 개인적인 간절함이 없으면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p.65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 네 곳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삶의 품위를 잃지 않고 성자처럼 버티어 나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환해 온 산증인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수백만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가 강제 수용소에서 한 경험은 이제 개인의 경험이 아닌 인류의 경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가치가 파괴되고, 추위와 굶주림, 잔혹함, 시시 각각 다가오는 몰살의 공포에 떨면서 어떻게 삶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만약 삶에 목적이 있다면 시련과 죽음에도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없다고,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그 해답이 요구하는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수용소 이후 30여 년간, 집필과 함께 로고테라피를 체계화하고 세계 각지를 두루 순회하며 강연 활동을 펼쳤다. 이번에 만난 책은 단행본으로 최초 공개된 그의 미출간 유고작으로 1946년부터 1984년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이뤄진 강의들을 풀어낸 것이다. 마치 그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한 네 편의 인생 강의로 만날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한국어판에는, 독일어판과는 달리, 손자인 알렉산더 베셀리프랭클(영화감독)의 감동적인 특별 서문이 추가로 실려 있다. '나의 할아버지 빅터 프랭클은 쾌활하고 사랑이 넘쳤으며, 평생 의사로서 성실한 삶을 살았다'라고 서문이 시작된다. 긴 서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할아버지가 말로 가르치지 않고, 대신에 가르침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낸 모든 이처럼 자신도 그냥 할아버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웠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있을까. 말로만 떠드는 것은 깊게 와 닿기 힘들지만, 이러한 가르침이야말로 삶의 태도가 되고, 믿음이 될테니 말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삶이란 그 자체로 끊임없는 죽음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사랑했던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을 계속해서 잃어가는 과정이지요. 인생은 이별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런 무상함,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역으로 ─ 따라서 종착점에 이르기 한참 이전에도 ─ 삶을 살아가는 것을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삶이 무상하다는 사실이 삶의 가치를 박탈하고, 삶의 의미를 없애버리는 건 아닐지, 삶 전체의 의미를 앗아가는 건 아닐지를 묻게 되는 것이지요.               p.146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고 한다. 타인이 바라보는 고통과 각자가 직접 겪는 경험으로서의 고통은 서로 비교할 수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할 수도 없는 것이니 말이다. 경험뿐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우리가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고 빅터 프랭클은 말한다. 각자의 과거들과 경험들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존재 방식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또한 그는 인간의 본질은 ‘자유’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어떻게 책임지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확신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하며,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자의 말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남겨 준다. 


우리는 대부분 이것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고, 이것 혹은 저것이 있으면 살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 간다. 빅터 프랭클 역시 강제 수용소 경험 이전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정말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이 일정 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론도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는 것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나면 그런 안일한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래 기억되고, 곱씹어 볼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번에 오랜 만에 그의 강의들을 만나고 보니 그때의 감동과 여운이 고스란히 되살아 났다. 그가 평생에 걸쳐 일반 대중에게 전하고자 했던 통찰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 더 좋았다.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 악을 악으로 되갚는 것이 아니라 그 사슬을 끊어내는 것으로 악을 극복하라는 말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해 온 행복과 노력해서 얻은 것, 과거 속에 저장하고 보관해둔 것들은 누구도 없애버릴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풍요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삶의 의미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 요즘,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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