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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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래요?" 현장감독은 초조한 듯이 물었다. 구덩이 안에서 남자가 조심스럽게 가방 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뼈예요." 숨죽여 말했지만 모두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람 뼈."
"그게 사람 뼈란 걸 어떻게 알아요?" 사람들 무리 중 누군가가 물었다. 깜짝 놀랄 만큼 시끄러운 목소리였다.
"왜냐면, 지금 망할 두개골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거든." 그러면서 이 키 큰 남자는 자기의 두개골을 돌려 위쪽을 올려다보았는데 두개골 사이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듯했다. "그런데 어른의 뼈라기엔 너무 작은데. 이건 분명 어린아이의 뼈예요."           p.18

 

수도 전역에 봉쇄령이 떨어진 런던,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사람들 뿐이었다. 시대 곳곳에는 군대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었고, 총기를 든 군인들 외에 거리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영국으로 들어오거나 영국을 나가는 것 모두가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가 영국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대중교통도 운행이 중지되었고, 공항은 무기한 폐쇄되었으며, 런던의 수도권 경제는 급락했다. 응급 의료 서비스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상황, 임시 병원을 짓기 위한 건설 현장에서 사람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된다.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의 유골이었다.

 

런던 경찰청의 맥닐 형사는 마지막 근무를 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아내와 별거 중인 그는 여덟 살 아들 션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내지 못했던 지난 날을 만회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교도 전부 폐쇄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일도 거의 없었고, 불과 일주일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도, 어떤 증상도 없었는데 말이다. 감기처럼 시작된 증상은 순식간에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아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맥닐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퇴직을 하루 앞둔 형사, 그의 앞에 놓인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 사건, 유골의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킬러와 그의 배후,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되어버린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숨가쁘게 끝을 향해 달려 간다.

 

 

 

맥닐이 가는 곳마다 사람이 죽어 나갔다. 누군가 입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살인범의 조급한 마음이 맥닐한테까지 느껴졌고, 맥닐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자세한 이유도, 결과도 아무 것도 모르지만 시급을 다투어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직감했다... 아주 미미한 달빛의 흔적만이 구름 사이로 투과되어 나오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바람이 정원의 숨을 조르고 있는 죽은 잔디 사이로 바스락거리며 지나갔고, 사람의 손길이 끊겨 제멋대로 자란 관목을 흔들고 지나갔다.       p.261~262

 

배리상을 수상한 <블랙하우스>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피터 메이의 최신작이다. 사실 피터 메이는 조류독감이 팬데믹을 유발한다는 소설을 2005년에 이미 썼지만, 모든 출판사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의 작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영국의 편집장들은 런던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적인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이 비현실적이고,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제 <락다운>에 묘사된 상황과 유사한 일들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었으니 소름 끼치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팬데믹 상황에 대한 예측과 뛰어난 묘사 외에도 이 작품은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보통 유골이 발견이 될 경우 피해자는 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뼈만 남게 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뼈에서 역한 냄새가 날 정도로 최근까지 살아 있었던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날카로운 절단 장비를 써 뼈에서 살가죽을 발라내고, 세척을 해서 매끈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진 뼈라니, 그 어떤 스릴러 작품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다. 뼈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퍼즐처럼 뼛조각을 맞추고, 전문지식과 상상을 토대로 얼굴을 복원해 내는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팬데믹의 배후에 있는 음모 세력이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 또한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고 있다.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루할 틈 없이 달려가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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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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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뒤에 물음표가 붙을 상황이라면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맙시다. 괜찮아 뒤에는 느낌표만 붙이면 어떨까요.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말이죠. "괜찮아!" 내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그야말로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위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한 박자 늦추는 것을 제안해봅니다. 당장 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겠지만 한 호흡 쉬는 거죠.          p.108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들어온 아나운서이자 18년 동안 진행한 아침 토크쇼에서만 23,400명 이상, 그 외 방송을 포함해 약 3만 명 가까운 이들을 인터뷰한 레전드 방송인인 이금희가 지금까지 익혀온 말하기의 태도와 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방송과 병행하며 지난 22년간 숙명여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학생들 약 1,500여명과의 일대일 티타임을 통해 그 시간들을 통해 삶과 말하기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을 더욱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겸임 교수라 따로 연구실이 없었기에, 커피숍에서 진행하느라 커피값만 해도 어마어마했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한 건 별로 없었다고, 그저 들어주기만 했다고 말하는 그 태도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경청의 자세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역시나 책을 읽다 보니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화자가 아니라 청자'라는 대목이 있었다. 잘 듣지 않고 말을 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제대로 듣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앞서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말하기란 '내(화자)가 상대(청자,청중)에게 무엇(메시지)을 전달하여 이해시키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걸 놓치고 있다. 대부분 자신(화자)만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상대(청자)는 못 알아듣게 되니 관계에 있어서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말을 할 때 꼭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누가 듣느냐, 누구에게 말을 하느냐'만 놓치지 않는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말하기가 가능할 것이다.

 

 

 

말하기에는 화자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화자의 에너지는 곧바로 청자에게 연결됩니다. 몰두와 흥미를 부르죠. 그러다 말하는 사람의 기운과 에너지가 조금씩 떨어지면 듣는 이의 집중과 재미도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만큼 말하기에는 크고도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말을 해야 크고도 오래가는 에너지를 전달해 사람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까요. 그런 말하기는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요.            p.242

 

언젠가 북 콘서트에서 사회를 본 후 뒤풀이에 합류했는데, 앞자리에 앉은 가수의 매니저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거라 믿고 그렇게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방송이나 공연을 진행하는 걸 여러 번 봤는데 늘 편안하게 얘기하는 것이, 여기 온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거다, 생각하면서 말하는 사람 같았다는 거다. 저자는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으며 얼버무렸지만, 이후에 곰곰 생각해보니 자신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기본적으로 거기 있는 사람들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의심이나 불안 없이, 이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라고 말이다. 그 마음과 태도야말로 지금의 그 자리에 서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자 역시 그러한 믿음이 자신을 아나운서로 만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말하기'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말하기 수업을 받고 내가 편하게 말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다. 사소한 오해로 지금은 멀어져 버린 친구에게, 지난 시간만큼의 다정함을 담아 말을 건네보고 싶다. 이 책이 알려준 대로 '부드럽게,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저자가 33년 방송 일을 하며 쌓아온 경험과 22년 6개월간 겸임 교수로 강의를 하며 알게 된 말하기에 관련된 노하우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굳게 닫힌 마음과 입을 열게 하는 이금희의 소통법, '어른답게 편하게' 말하는 비결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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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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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입니다. 문학은 인간 상상의 발설 또는 표출입니다. 문학은 생각과 감정의 어둑한 형태들 - 천국, 지옥, 괴물 천사 등등 - 을 밝은 곳에다, 그것들을 훤히 살피면서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그 욕구의 한계는 어디인지를 보다 면밀히 이해할 수 있는 곳에다 풀어놓습니다. 상상을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취미나 의미가 아닙니다. 필요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은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죠.           p.40

 

이 책은 2004년 중반부터 2021년 중반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62편을 엄선해 한 권으로 엮었다. 작품과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헌신해온 주제들이 다양한 형식(강연, 서평, 논설, 추도사 등)의 글로 수록되어 있어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무색하게 술술 읽힌다. 애트우드는 소설과 단편과 시를 쓰면서도, 서평도 계속 썼고, 기사와 강연으로도 글을 써왔다. 지난 20년간 90퍼센트의 원고 청탁을 거절했음에도 매년 평균 40편씩 에세이를 썼다고 하니 대작가의 성실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시녀 이야기>, <증언들>을 비롯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들은 단단히 발 딛고 서 있는 판타지이자,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그 의미와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서사 자체만으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끝을 보여 주었다. 애트우드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면, <타오르는 질문들>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보물 같은 책이다. 애트우드의 수많은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글을 쓰는 과정,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총망라되어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리뷰와 애정 표현까지 만날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특히나 '미친 아담' 3부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 이 작품을 좋아한다면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1부가 '미친 아담' 3부작의 첫 번째 책 <오릭스와 크레이크>의 홍보차 여행 중인 시점의 글들이고, 2부가 '미친 아담' 3부작의 세 번째 책 <미친 아담> 집필에 매진하고 있던 시기라고 한다. 특히 2부에서 그 작품을 왜 썼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집필하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는 제가 때로 번역가들에게 악몽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저의 빌어먹을 책들을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두 배로 감사합니다. 때로는 뺄 게요. 저는 언제나 번역가들에게 악몽입니다. 저는 (번역이 불가능한) 말장난과 (번역하기 난감한) 농담을 즐겨 쓰고, 특히 유전자 조작 생물과 상상의 소비재 영역에서 신조어를 잔뜩 만들어냅니다. 제가 살인에만 역점을 두면서 의젓한 표준영어만 쓴다면 번역가에게 얼마나 좋을까요? 플롯 위주의 책들이 번역하기에는 가장 쉽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역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p.341

 

애트우드가 앨리스 먼로에 대해 쓴 글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앨리스 먼로는 체호프와 자주 비교되지만, 어쩌면 세잔과 더 닮았다고 하며 이유는 지독히 익숙한 사물이 낯설어지고 어둠 속에 빛나며 신비로워질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지극히 소설가적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와 닿아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이었다. 어슐러 k. 르 귄의 부음을 듣고 이상한 환영을 본 경험담을 풀어낸 글에서는 뭉클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애트우드가 늘 소설과 연극의 등장인물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옷에 주목해 깐깐하게 따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관해서 풀어내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 다른 책들이 실타래처럼 엮여 사유를 확장시켜주는 경험을 좋아하는데, 애트우드의 글들은 여러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고 싶게끔 하는 부분들이 많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20대 초반에 데뷔한 이래 여러 문학 장르를 아우르며 80대인 지금까지도 활발히 창작을 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의 에세이 인생을 파란만장했다고 말한다. 서평과 서문, 그리고 부고 기사까지 쉬지 않고 썼으며 기후 위기 이슈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해당 주제를 쓰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니 현존하는 가장 치열한 작가이자 독자로서 세계에 던지는 '타오르는 질문들'은 당대의 이슈에 대해서 아주 현실적이고도 통찰력있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반려자가 치매 진단을 받고 불안하게 요동하는 노심초사의 시기를 지나, 미국이 절망과 비통의 살얼음판을 걷던 시기를 거치고,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진실과 팩트체크와 공정성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글들을 쓰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북 투어를 이어갔으며, 팬데믹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른 애트우드의 행보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더 많이, 더 오래 글을 써주시기를 바래본다. '타오르는 질문들'은 이 두툼한 책을 덮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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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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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처럼 공정한 게 없다. 원인과 결과, 인과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자신이 행하고 보여준 만큼 말 대접을 받는다. 말은 또한 주는 대로 받는다. 사랑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칭찬도 험담도 반드시 돌아온다. 칭찬은 칭찬을 낳고 험담은 험담을 낳는다. 때로는 이자가 붙어 돌아오기도 한다. 누군가를 칭찬하면 그보다 더한 칭찬이 돌아오고 누군가를 험담하면 그보다 더한 험담이 돌아온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은 그래서 맞다.           p.71

 

저자 강원국은 김우중 회장을 모시면서 말을 배우기 시작했고, 말이 절실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아래서 '말'을 듣고 쓰고 고치는 일을 해왔다.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일했던 저자가 두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에 관한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KBS1 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 진행을 위해 집필했던 내용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해 만들어 졌다. '말이 되는 삶, 삶이 되는 말'에 관해 들려주는 73가지 말공부 수업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글쓰기 전도사'로 통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관해 말하는 첫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하기에 자신이 없었던 자신이 어떻게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되었는지, 그리고 대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을 일하는 동안 자신만의 말과 생각을 만들었던 과정을 들려준다. 언제나 말이 어렵고 두렵기만 했던 젊은 날의 그가 수천 번의 강연을 진행해온 강사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수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그리고 한 방에 통하는 보고의 정석, 쓴소리가 약이 될 수 있는 방법,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눈높이 말하기의 7법칙, 협업에 필요한 소통의 법칙, 코로나 시대의 소통법 등 저자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진짜 어른다움의 완성은 말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를 보는 것과 함께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가 또 하나 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배운 방법이다. 김 대통령은 책에서 한 꼭지를 읽으면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 꼭지를 읽으며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르던 걸 알게 된 부분이 있는지,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인상 깊은 구절은 무엇인지 되뇌어보고, 떠오르는 게 없으면 책을 덮고 생각이 날 때까지 읽은 내용을 곱씹었다고 한다. 독서가 말하기에 도움이 되려면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         p.260

 

링컨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경험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는 얼굴보다 말이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깝다고 믿는다며, 자신은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자신만의 법칙으로 자신이 하는 말을 되돌아보고, 남의 말을 유심히 듣고, 얼버무리지 않으며, 같은 말이면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목적에 맞게 말하며,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려준다. 이러한 노력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점점 연륜을 드러내게 될 것임을 그는 믿고 있다.

 

누구나 말을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 말을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어른이 된다고 해서 누구나 어른답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말이란 나다움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존중 받기 위한 가장 어른다운 무기인데, 그에 걸 맞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 흔히 말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한다. 타고난 말재주라는 게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부하고 연습하면 표현력과 수사법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법이 궁금하다면, 대화를 리드하고 말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하기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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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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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쿠팡플레이에서 12부작으로 방영된 시트콤 드라마이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제작진과 신하균 주연, 유병재 극본으로 화제를 모았고,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정욕구와 허세로만 이루어진 CEO를 중심으로 전직원이 은은하게 돌아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맥콤. 습관적으로 피보팅(pivoting)을 일삼는, 이게 회사인가 싶은 회사이다. 피보팅이란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는 용어인데, 스타트업에서 피보팅이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맥콤의 CEO인 스티브는 벌써 여덟 번째 피보팅을 선언하고 있는 참이다.

 

 

수평 문화를 위해 영어 이름을 쓰면서도 '압존법'을 강요하고, 야근 금지로 오후 5시에 불을 끄지만 다들 어두운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감당하지도 못할 사내 반말 문화를 도입하고, 기업 내 화폐를 만들고 유통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언뜻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모양새에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인, 어딘가 부족하고 귀여운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분투기는 유쾌하고, 감동적이고, 공감되고, 빵빵 터진다. 유병재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 B급 대사들이 직장생활의 모순을 리얼하게 풍자해내고 있어 스타트업 종사자들,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수석으로 카이스트에 들어가 전도유망한 IT 회사에 입사했지만, 버블 붕괴 이후 회사는 망해버렸고, 친한 형과 창업을 해 성공했지만 지분을 적게 가지고 있던 탓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고, 그 과정에 아내에게는 이혼도 당한 스티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창업에 도전해 맥콤을 만들었지만 습관적인 피보팅으로 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허세 가득에 어딘가 똘끼도 충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스펙은 좀 모자라지만,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일하는 사람인 애슐리는 30억을 벌어서 조기 은퇴하는 것이 목표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스티브로부터 허세 섞인 입사 제안을 받고 맥콤에 온 능력자 제이는 외모도, 스펙도 훌륭하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 외에도 인터넷 가십에 죽고 못 사는 귀여운 사랑꾼 캐롤과 지식과 센스는 부족하지만 외모로 열일하는 필립, 개발팀 곽성범, 인사팀 모니카, 비서 제시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유쾌한 시너지를 빚어 내며 매 회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유니콘 오리지널 대본집에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사건과 상황을 만들고 유머를 떠올릴 때마다 작가가 직접 갈겨쓴 미공개 아이디어 스케치와 초기 기획안이 매 회마다 수록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주니 드라마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대사를 활용한 고화질의 화보와 비하인드 스틸 등 40여 점을 포함해 볼거리를 풍성하게 채운 두툼한 양장본이라 소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초판 한정으로 받을 수 있는 <작지만 유병재 등신대>와 <대사 스티커 2종 세트>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K-직장인의 취향과 현실을 ‘저격했다’는 호평을 받은 드라마 <유니콘>을 책으로 만나보자. 등장만으로도 웃음과 기대를 주는, 믿고 보는 코미디언에서 작가라는 ‘본캐’로 돌아온 유병재 작가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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