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기 1
자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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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에서 엄청난 인기였던 작품 <대학일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동글동글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가 인상적인데, 상황 별로 달라지는 표정이 너무도 리얼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만화이기도 하다. 자까가 풀어내는 리얼 캠퍼스 라이프는 대학생들에게는 폭풍 공감을, 직장인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한다. 나도 한때 그랬었는데.. 내지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렇구나.. 라는 새로움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나이 대 별로 와 닿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학창 시절이라는 특수성을 누구나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1권은 1화에서 50화까지의 연재 분량을, 2권은 51화에서 100화까지의 연재 분량을 엮었는데, 만화 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단행본 분량이 묵직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컷툰으로 구성된 원작의 장점을 지면에서 살리면서도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올 컬러로 본문을 꾸리고 있다. 또한 웹툰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특별 4컷 만화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고, 귀여운 표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겉표지를 벗기면 볼 수 있는 반전 속표지도 단행본만의 매력이다.

 

대학에 가기 전에는 축제와 MT, 소개팅과 연애 등 두근두근 설레는 일만 가득할 것 같았지만, 막상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과제와 발표, 시험의 연속은 고등학교만 벗어나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의 늪에 다시금 빠지게 만들고 마니 말이다. 사실 진짜 공부는 전공이 정해진 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어쩐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아무래도 주입식 교육의 폐해와 중고등학교 시절의 압박 때문에 대학생이 되고 나면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본능이 꿈틀댈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아침마다 일어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수업 중에 조는 건 예사에 오로지 휴강과 종강만 기다리는 진짜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리얼 라이프가 펼쳐진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교정에 없다. 그런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어디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고개만 돌리면 마주 할 것 같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려 1300페이지에 육박하는 벽돌 전공책에 얽힌 에피소드, 언제나 실패하지만 배고플 때 야식을 참는 방법, 늘 말로만 실천하게 되는 다이어트,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처음 소주 먹던 날 등등... 주로 대학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이지만 소소한 또래들의 일상들이 함께 그려져 있어 매우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굳이 지금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이 많은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온갖 스트레스와 주변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음식만 있다면 그저 행복한 청춘의 이야기는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테니 말이다.

 

대학생이라는 존재가 참 아이러니한 것이 나이로는 완전한 어른이 된 것 같은데, 게다가 몸의 성장도 이제 더 클 것도 없이 성인인데, 마음만은 아직도 부모님 품이 필요한 코흘리개라는 점이다. 아직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단계라 뭐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사실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매 페이지마다 '공부하기 싫어! 놀고 싶어!'를 외치고 있는 듯한 이 만화는 유쾌하고, 발랄하게 내 마음에도 봄바람을 가져 온다. 

캐릭터들은 단순하면서도 귀여운데, 어느 순간 갑작스레 못생겨진 표정으로 대사 보다 더 리얼한 얼굴이 되어서는 깜짝 놀라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명쾌하게 와 닿아서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는 만화지만 반대로 내 일상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한때 이랬었지. 그때는 나도 잘 몰랐었지. 하면서 말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과제는 책상 정리하고 나서, 시험 공부는 스마트폰으로 잠깐만 머리 식히고 나서, 뭐든 미루고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건 비단 대학생들만의 습관이 아닐 것이다. 직장인들은 또 나름의 애환이 있고, 주부들은 또 주부대로, 학생들은 또 그들 나름의 고민과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저자인 자까는 말한다. 자신의 만화를 보고 웃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그러니 부디 당신도 이 만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잠시 웃으며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정말 이 만화를 읽으면서 웃다 보면 잠시 동안은 일상의 숱한 무거움들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싶은 공감도, 나도 한때 그랬었지 라는 추억도 좋고, 그저 요즘 대학생들은 이렇게 사는 구나 싶은 발견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거리에서 칙칙한 컬러들이 사라지는 산뜻한 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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