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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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는 언제나 착한 개였잖아. 반찬 투정도 안 하고.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잖아. 거짓말하는 것도 한 번도 못 봤어.

그럼 동동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언제나 착한 동동이는 사람이 되는 거야?

<고양이 낸시>의 엘렌 심 작가가 색다른 설정의 판타지 동물 만화로 돌아 왔다. 이 작품은 <환생동물학교>라는 제목대로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인간에 대해 배우는 학교를 그려내고 있는데, 그 설정만으로도 뭉클해지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반려 동물과 함께하고 있거나, 언젠가 반려 동물을 떠나 보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테니 말이다.

 

만약 정말 '착한 동물들은 죽어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럼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반려 동물들이 사람보다 수명이 많이 짧기에, 언젠가 한 번은 가족 같은 그들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나도 어린 시절 벌써 두 번이나 함께 살던 반려 동물들의 죽음을 견뎌야 했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토토 역시 나이가 벌써 열다섯 살이 넘었으니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환생, 윤회라는 의미가 그들에게도 해당이 되어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럼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훨씬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토토 너는 살아 있는 동안 말도 잘 들었고, 큰 사고도 안 쳤고, 우리를 늠름하게 지켜줬고..... 등등의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 다음 생에서는 개가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 실컷 누리라고 빌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환생센터 동물 섹션에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해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곳은 인간으로 환생하려는 동물들이 꼭 거쳐 가야 하는 곳으로, 동물들은 이곳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배우며, 동물의 본성을 지워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동물이지만, 이번에 부임하는 선생님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선생님이 독자들의 입장이 되어 '순수한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들의 세상'과 그 반대의 경우를 함께 보여주는 시점인 셈이다.

 

헤어스타일이 멋진 샴고양이 쯔양, 수줍음이 많은 셰펴드 맷, 반장 처럼 의젓한 리트리버 블랭키, 명랑하고 밝은 시바견 아키, 주인과의 추억때문에 여전히 입마개를 하고 있는 하이에나 비스콧, 시크하고 까칠하지만 똑부러지는 고슴도치 카마라, 매사에 툴툴대는 고양이 머루까지.. 이들과 함께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교육이 시작된다.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선 남아 있는 짐승의 본능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신발 뜯기, 발로 긁기, 물기 등등 인간이 하지 않을 행동을 하면 즉시 가르쳐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꼬리가 없어지면 환생을 할 준비가 됐다는 증명이다.

 

그.... 그럼 난.... 어차피 잡히지 않는 것을 쫓으며.... 평생을... 허비한 건가....

내... 노력.... 내... 세월...

주인이 나를 가지고 놀았어!!!!!!!!!

세상은 쓰레기야!!!!!!!

 

레이저 포인터를 주술막대라고 부르며 주인과 놀았던 추억을 떠올리다, 레이저가 원래 잡히지 않는 거라는 선생님의 말에 주인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며 충격받는 쯔양, 도구를 잡는 법을 배우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원래 안 다치는 자신의 습성만 생각하고 바닥에 넘어지고 만 머루. 사람은 고양이처럼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선생님에게 그럼 대체 사람은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반문하는 모습 등... 동물과 사람의 그 경계에서 이들에게 배움은 매사 이해안되고 어렵기만 하다.

 

 

주인과의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 때문에 울고 자기가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할 주인 걱정에 곧잘 시무룩해지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에, 나는 과연 반려동물들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주인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어설픈 초보 선생님이 과연 이들을 무사히 사람으로 환생시킬 수 있는 가에 대한 과정도 매우 흥미롭지만, 이렇게 동물의 입장에서 보는 주인과의 추억이나 관계, 인간들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뭉클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나는 이해가 안 돼.

거짓말로 얻은 믿음이나 사랑은 어차피 다 진짜가 아니잖아.

 

입마개를 소중히 간직하는 하이에나 비스콧의 사연은 인간들의 관점에서 본 행동과 동물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그것의 차이가 너무도 달라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다. 상처 치료 때문에 깔때기를 쓰고 와서는 너무 불편해하자, '역사상 그걸 뺀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고 진지하게 충고를 건네는 동물친구들의 모습은 너무도 귀여웠고, 주인이 화장실 갈 때마다 문 앞에서 지켜줬었는데, 이제 누가 지켜주나.. 혼자 잘하고 있을까.. 걱정하는 모습에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실제로 가끔 티비 뉴스에서도 보도 되곤 하지 않나.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린 반려 동물들의 뭉클한 사연들 말이다. 만화지만 뭉클한 부분이 너무도 생생하고 진짜 같아서 공감되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 동물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어디로 가게 되는 지에 대한 소재로 이렇게 멋진 작품을 그려낸 작가의 따뜻한 상상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고 말이다. 이들이 과연 환생해서 인간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들의 주인을 만나게 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어서 빨리 이 작품의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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