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사와 프랑스 궁정생활에서 연상되는 단어는 뭐니뭐니 해도 매너(manners)이다. 이 매너의 어원은 라틴어 manus(손)이다.
처음에는‘손을 움직이는 방법’의 뜻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방법’
‘태도’로 쓰이고 복수형은 ‘예의범절’
‘풍습’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라틴어 manus를 어원으로 하는 손과 관련되 다양한
영어를 살펴보자. manufacture는 ‘손으로
만들어진 것, 즉 ‘수공업
제품’을 뜻하며
동사로 ‘제조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기호체계이다. 그러니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과도 같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어권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 독해력이 필요한데, 무작정 단어를 외우는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단어의 어원을 통해서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뜻을 이해하고, 거기서
파생된 단어들을 거미줄 치듯이 연상 작용을 통해 엮어서 이해하라는 거다.
이건 비단 언어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학창 시절 세계사나 지리, 역사 등 주로 암기가 필요한 과목들을 공부할 때는
항상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암기력이 뛰어나다면 모를까 무작정 외우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어 버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어의
어원을 익히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 작용이 가능한 방법으로 이해를 한다면, 암기라는 것이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알아두면 정말로 쓸모 있는' 이라는 흥미로운 부제가 붙은
<영어잡학사전>은 단어의 어원을 밝히고 그 단어가 문화사적으로 어떻게 변모하고
파생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이 책만 제대로 읽는다면, 모르는 단어를 만나더라도 어원을 통해 대강의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단어의 뿌리는 물론이고 그 줄기와
가지, 어원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교양상식사전으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Quiet(still, silent 조용한)와 quit(give up, stop
그만두다)
그리고
quite(completely, wholly, entirely, thoroughly 완전히)는 어감이
비슷하다. 물론 어감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면 어원도 같다. 모두 라틴어 quies(평온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그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quit).
그러면 그곳은 조용해지고(quiet), 사람도 동물도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이 완전히(quite) 폐허가 되고 만다. 이렇게 연상을 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것이다.
매너의 어원은
라틴어 manus(손)이다. 처음에는‘손을
움직이는 방법’의 뜻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방법’ ‘태도’로 쓰이고
복수형은 ‘예의범절’ ‘풍습’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오른손잡이들과
달리 왼손잡이들은 왼손으로 무기를 썼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못 믿을 상대로 생각했으며, ‘불길한(inauspicious)’이라는 뜻의 라틴어 sinister를 ‘왼손잡이(a left-handed person, a left
hander)’라 불렀다.
No.1은 어린이의 소변을 가리키며, No.2는 대변을 가리킨다. 우리 식으로는
‘대소변’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소대변’인 셈이다.
그러면
No.3는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코카인(cocain)을 가리키는데, 이니셜
c가 알파벳 순서로 세 번째라는 이유에서다. 코카인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생이 바로 삼류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은행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환전상이었다. 은행을 뜻하는 bank는 처음에는 ‘환전상의 작업대’를 가리켰다. 이들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온갖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작업대를 놓고 환전과 고리대금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대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금융업자의 점포를 가리키게 되었다. 일찍이 이집트인과 로마인은 기름을 바른 동물의
방광과 내장을 페니스의 덮개로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550년대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 해부학 교수 가브리엘 팔로피우스가 약을 바른 아마포를 귀두에
씌우는 덮개, 즉 지금의
콘돔을 남성용 성병 예방기구로 처음 만들어냈다.
그는
clitoris(음핵)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해부학자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자연과학과 민족,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정치, 경제와 군사, 외교, 문화, 예술과 종교 등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서 흥미로운
언어의 어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하다.
이 책은 지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고, 굳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수많은 기원과 문화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서 지식의 보고로서도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해줄 것 같다.
한 단어에 대한 설명은 보통 한 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길지 않아 부담이
없고, 설명이 끝나면 활용할
수 있는 숙어나 유사어 등이 수록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언어 공부와 전혀 상관없는 인문학 에세이처럼 읽히는데, 마지막 정리는 영어 공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려 있는 '자주 쓰는 라틴어 관용구'라는 부분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라틴어라는 언어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관용구는 현재에서 대단히
많이 활용되고 있어 재미있었고, 이런 자료는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거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억지로 암기하는 지식이 아니라 연상 작용을 통해 기억하게 되는 살아 있는
영어교과서가 필요한 학생들, 그리고 직장인들을 비롯해 영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언어의 기원과 그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을 그저 읽으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재미있게 읽으면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영어 공부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