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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평점 :
"저는 당파싸움이란 게 조선시대에만 있는 걸로
생각했어요. 어쩌면 일본인들이
조선에 대한 신민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당파싸움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생각한 적도 있고요. 그러니 우리 한국인들이 그런 짓을 할 리는 없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요즘 한국을 보면 모든 면에서 다 찢어져
있어요. 친미와
친중으로, 보수와
진보로, 영남과
호남으로, 노임과
청년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사회에 가치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이 다 돈에 얽매여 있어요. 돈이 제일이다, 돈 없으면 죽는다. 대통령도 결국 돈 때문에
탄핵됐잖아요. 그래서 한국은
돈을 많이 벌수록 더 황폐하고 위험해지기만 해요."
육사 출신으로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특별조사요원으로 일하는 변호사 김인철은 세계은행의 공적자금이 초단기 투기자본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비엔나로 급파돼 비밀리에 자금세탁 관련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는
지원금 유용과 자금세탁의 현황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스타 펀드매니저 페터 요한슨을 소개 받아 다음 날 관련 정보와 증거를 전달받기로
한다. 약속 시간에 요한슨의
회사로 가지만 그는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고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고,
방에는 아무도 들어간 사람이 없는 걸로 보아 자살로 추정된다. 혼자 사무실에 있다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자살했다는 건 틀림없이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그 결과로 자살을 선택한 걸로 보여 인철은 의문의 자살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건을
조사하다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케이맨 제도에서 거액의 검은 돈을 쫓게 되고, 그곳에서 트럼프의 선거 캠프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 사건을
조사하는 FBI 요원 아이린을
만나 함께 추적을 하게 된다.
한편, 북한은
풍계리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감행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트럼프는 김정은의 도발에 맞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전쟁 시나리오를
계획해간다. 그때 북한에 대한
공격에서 가장 장애가 되는 건 전쟁 불가를 외치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들은 공격 초기에 한국 대통령이 작전을 막지만 않는다면, 겁낼 일이 없는 거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대형
블록버스터 계획은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실 트럼프가 진짜로 노리는 것은 김정은과 북한의 핵만이 아니었다.
"중국은 중력이고 미국은
양자역학이야. 두 나라는 섞일
수 없고, 따라서 우리로서도
그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어. 사드도 보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니 중국이 반발하고,
또다시 중국이 원하는 대로 약속해주니 그게 고스란히 미국의 불만이 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중국을 만족시켰다가 다음에는 미국이 좋아하는 걸 내놓는 식으로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되고, 결국 두 나라 모두 우리에게 등을 돌리게 되어 있어."
25년 전 한반도의 핵개발을 소재로 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진명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러일 4강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그려낸다. 트럼프의 패권주의, 시진핑의 팽창주의, 푸틴의 열강 복귀, 아베의 군국주의 부활 등이 허구와 사실을 넘나들고
있는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팩트 소설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한 작가인 만큼 이번에도 거침없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라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특히나 이 작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의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그 종결판으로,
30년 작가 인생을 건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싸드THAAD'가 주요한 외교문제로 비화되기 전 싸드
도입으로 인해 벌어질 정치적 역학관계를 예측한 작가의 감각으로 북핵을 둘러싼 동북아 패권의 향방을 소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확고부동한 입장 없이 중국과
미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될 지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 미래를 그려내는
건 오직 김진명 작가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미중러일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공포를 조장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쓰인 작품이라고 하니 말이다.
김진명 작가의 말처럼 사드 보복으로 인해 뒤틀려 있는 한중관계도, 북핵 도발도, 트럼프의 불가측성도, 중국의 경제 보복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본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로 인해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이 작품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모든 정치적인 배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극중 스토리 또한 매력적인 미스터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고 있으니,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