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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평점 :
살아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아무리 짧은
인생이었더라도
살아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마스다 미리는 말한다.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라고.
매일매일 우리에게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들을 한번
돌아보자. 오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냈던가.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내일은 또 어떨까.
하지만 역시나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같은 일상의 반복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이 너무
설레이고, 오늘은 또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한 사람들은 아마도 사랑에 빠진 연인들 외에는 없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평범하기 그지
없는, 새로운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날들일 것이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다 보면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에 굉장히 특별한 사건이나,
엄청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만드는 일들은
없다. 그녀는 그저 지극히 평범하고도 사소한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시간들 속에서 위로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당신의 하루 또한 절대 별 볼 일 없지 않다고,
일상의 수많은 그 순간들이 쌓여 당신이라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고, 그러니 당신의 오늘은 너무도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말이다.
눈이 있어서
좋다. 코가,
입이 있어서 좋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의 삶에 주어진 것들.
우리가 숨쉬는 공기들,
내 곁에 영원히 있을 것 같은 부모님과
가족들, 내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들과 내가 쉴 수 있는 따뜻한 집들..
그런 것들에 고마워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테고 말이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태어난 아기가 그 작은 입에서 토해내는 숨도,
오늘 죽은 사람이 토해내지
못하는 숨도,
전부 다 의미를
지닌다.
있어도 없어도 똑같다는
말을, 세계는 허락하지 않는다.
모처럼 예쁘게 꾸미고
외출했는데, 바깥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이 상상만큼 멋있지 않아서 초라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한정판 세트를 주문했는데,
내가 주문하자마자 매진이 되고
나니, 이상하게 더 맛있게 느껴진 적이 있다.
집에 있는 책장에 계속 그대로 놓여있는
작품, 거듭 도전해도 좌절하는 책들이 몇 권은 있다.
전철에서 발 옆에 작기 엎드려 있는 맹인안내견을
보며, 나는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전철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슬그머니 옆에 서는 사람을 막아 끼어들지 못하게 해본 적이
있다. 푹 자고 일어난 토요일,
슈퍼에서 커피를 사고,
빵집에도 들러 집에 가는 길에 날은
맑고, 맛있는 빵도 있고,
그 순간 인생은 정말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일상들이다.
나의 일상이라고 해도,
당신의 일상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편린들이다.
마스다
미리는 “인생은 계속 이어집니다.
‘오늘의 인생’을 넘기면,
그 다음의
‘오늘의 인생’이 있습니다.
내일의 내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말한다.
힘들었던 날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마음을 담은 제목이라고 말이다.
원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시선을 사로 잡는
표지도, 속지가 빨강,
초록,
파랑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도,
작가의 꿈을 보여주는 검정색 내지에 은색으로
인쇄되어 있는 독특한 페이지도, 모두
‘같은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는 '보통의 매일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이 진짜 행복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소박하고, 나름의 모습으로 활기찬 이들의
일상을 엿보면서 마음이 괜시리 따뜻해졌다. 너무도 평범해보이는 그 일상들 속에 따뜻함도, 뭉클함도, 서글픔도, 쓸슬함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러니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100개의 손글씨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에피소드마다
'오늘의 인생'이라는 소제목이 쓰여 있는데,
이 부분을 독자들의 손글씨를 통해 채운
것이다. 덕분에 자연스레 단 하루도 똑같은
<오늘의 인생>은 없어졌다.
각자 외모도,
성격도,
환경도,
삶도 전부 다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손글씨
덕분에 이 작품은 정말 특별한 하루들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초판 한정으로 양장본도 소장용으로 너무
좋고, 현재 만날 수 있는 무선제본 역시 양장본 못지 않게 소장 가치가 있다.
바로 책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마스다 미리가 찍은 오늘의 식탁 사진이 본문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덕분에 양장본을 가지고 있는 나도 무선제본
특별판이 또 탐이 나서 선물용으로 또 구매해볼 까 고민 중이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매번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매번 그만큼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더
좋아지니, 그 책들이 쌓이고 쌓이면 대체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쉽게 읽히지만 자꾸만 다시 읽고 싶은 작품,
그리고 오늘 하루 마음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