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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ㅣ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앰버 패터슨은 무시당하는 데 진절머리가 났다.
세 달째 매일 이 체육관에 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자기가 관심 있는 일에만 몰두하는 한가한 여자들을
지켜보았다. 이 여자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앰버는 그들 중 누구와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아무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데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매일 1.5미터 거리에서 운동하는 사이인데도
말이다. 그들에게 앰버는
붙박이 가구처럼 하찮고 주목할 가치 없는 존재였다.
평범한 시골 마을 출신의 앰버 패터슨은 부동산 사무소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자신이 현재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조사 끝에
잭슨 패리시를 표적으로 정하고, 그의 완벽한 아내인 대프니 패리시에게 접근한다.
잭슨 패리시는 포춘
500대 기업에 선정된 회사를 이끄는 엄청난 부자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외모를 가진 매력적인
남자이기도 했다. 그보다 열
살 어린 대프니는 너무도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낭포성 섬유증을 겪는 이들을 위한 자선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동생이 같은 병으로 죽었기에 자신이
운영하는 줄리스 스마일 재단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서 병든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것이다. 엠버는 대프니가 다니는 체육관에 세 달 째 다니다 어느 날 드디어 그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자신의 멀쩡한
여동생을 낭포성 섬유증을 앓다 죽은 걸로 만들어서는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호화로운 저택들이 비밀스럽게
자리한 코네티컷 비숍 하버에서도 수백만 달러의 저택에 살고 있는 잭슨과 대프니 부부는 마치 동화 속에서 빠져 나온 것처럼 완벽한
커플이었다. 앰버는 자신이 늘
꿈꾸던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대프니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을 빼앗고 자신이 저택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대프니와
가까워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두 사람은 금새 서로를 이해해주는 하나뿐인 친구가 되어 간다.
앰버는 점점 대프니와 생활을 공유하며 그녀의 신뢰를 쌓아가고, 잭슨의 회사에 비서로 일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들의
삶에 더 발을 깊숙이 들여 놓게 된다. 대프니가 너무 착해서 죄책감이 들 지경으로 앰버의 계획은 술술 풀려 나간다.
앰버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대프니가 너무 착해서 죄책감이 들 지경이었다.
대프니가 패리시 인터내셔널에 일자리를 알아보게 하려면 은연중에 뜻을 비치고 교묘하게 행동해야 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미끼가 무슨 맛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덥석 물어버렸다.
그리고 앰버 때문에 명성이 더러워지고 불쌍해질 행복한 유부남 마크 잰슨은 앰버에게 접근과 비슷한
행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앰버는 오후에 마크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생각이었다. 자동차 엔진에서 부르릉 하고 소리가 났다. 이제 모든 일은 운전하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지나치게 완벽해 보이는 부부 앞에 나타난 한 여자.
그녀가 아내와 가까워지면서 친구가 되고, 결국 남편을 유혹해 가정을 파괴한다는 플롯은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 동안
유행처럼 자주 출간되고 있는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도 유독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가 많은 편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줄거리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끊임없이 다음 장면이 궁금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고 할까. 앰버와 대프니, 잭슨 모두 너무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 마치 영상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고,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매 장면마다 넘쳐나서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구성과 반전 또한 매우 훌륭해서,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대프니에게
접근해서 잭슨을 유혹하려는 앰버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녀의 계획이 막 성공하려는 시점에 시작되는 2부에서는 대프니가 잭슨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대망의
3부에서는 앰버와 대프니,
두 사람의 이야기가 보여지는데, 충격적인 반전도 매혹적이고, 각자의 삶 속에서 감춰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 구성도
훌륭하다. 1부가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상대를 파멸시키는 욕망에 불타오르는 여성이 등장하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같은 신분상승
드라마라면, 2부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완벽해 보이는 부부의 삶에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는 B.
A. 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
같은 심리 스릴러이다.
그래서 같은 등장 인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분위기로 차별화된 색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어, 후반부의 반전에 더욱 놀라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독성 면에서도,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도 굉장히 빛을 발하고
있는 대단한 작품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