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미생>, <내부자들>, <인천상륙작전>, <이끼> 등 철저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로 정평이 난 윤태호 작가는 작품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관련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도 늘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사라지는 지식들로 인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는 거다. 흔히 말하는 '교양'이라는 것에 대해 알기 쉽게 서사와 연결하고, 드라마의 힘을 결합한 정보로 기억에 강하게 남는 책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오리진' 시리즈이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탐구하겠다는 '오리진' 시리즈는 무려 전체 100권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리즈 1권의 주제는 '보온'이다. 이어 에티켓, 돈, 상대성이론, 지도, 노화, 기원전후, 열쇠, 아름다움, 알파벳 등 인문, 철학, 예술, 과학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진행될 예정이다. '교양'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이야기꾼 윤태호 작가라기에 기대감부터 들었다.

 

체온이 떨어진 이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온정이다. 미래에서 온 로봇 봉투가 체온이 떨어진 남자를 안아준다. 그 남자는 망한 과학자들에게 따뜻한 방을 제공한다. 보온은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다.

 

이 로봇이 학습해야 하는 것은교양과 그기원이며 범위는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의시작이다. 시간이 지나면 성장한다. 하지만 그냥 더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처럼 성장한다. 배움이 없으면 배움 없이 성장한다.

 

로봇의 연령은 21세기 기준으로 5~6세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지만, 그냥 더 독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시켜야 한다. 이 로봇은 답반을 구하는 로봇이 아닌 학습을 해야하는 로봇으로, 그 과정과 결과가 미래 인류에게 삶의 의지를 일깨워줄 거라는 거였다. 그러다 날린 투자금 때문에 불철주야 회사 근처에서 서식하던 인물 봉황이 나타나고, 그는 돈이 될만한 뭐라도 가져오라는 아내의 성화에 로봇이라도 데려가야겠다고 큰소리 친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마음 약한 그는 갈 곳 없는 과학자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비어 있는 방에 하숙을 하도록 권유를 하고, 그렇게 미래에서 온 로봇 봉투와 봉황의 가족, 그리고 과학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같은 따스함이면 너와 같아질 수 있을까.

봉원의 동생이라고 봉투라는 이름이 붙게 된 로봇은 그들의 집에서 아이가 감기때문에 고열에 시달리자, 엄마가 아이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고 있는 걸 보게 된다. 평균 체온인 자신의 몸을 찬물 샤워로 시원하게 한 다음 열이 오른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열이 부모에게로 옮겨져 온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봉투는 열의 의미와 보온의 중요성을 깨닫고, 비활성화된 하나의 '생각' 중에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어지는 2부 오리진 교양에서는 서울시립과학단장의 글과 알기 쉬운 그림으로 '보온'이라는 것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진다. 사람은 36.5도에서 1~2도만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존재이다. 그러니 외부 환경의 변화에 관계 없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니, 열을 지키는 보온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2부에서는 그 열과 생명의 탄생된 기원부터 생명의 핵심 과제인 '보온'의 의미, 그리고 보온의 인류사와 지구의 보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를 매우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짚어 내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만큼, 쉽게 설명되어 있고 도식화된 이미지들이 눈에 잘 들어온 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꼭 아이들을 위한 만화로 된 과학, 역사 동화 종류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거기에 더해 어른들도 함께 교양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포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할까. 윤태호 작가 특유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만화도 재미있었지만, 각 분야 전문가가 쓴 논픽션 또한 매우 흥미로워서, 다음 시리즈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교양 만화 <오리진> 시리즈는 지난 5월 오픈한 웹툰·웹소설 전문 플랫폼 저스툰에 단독으로 연재되고 있다. 1권 '보온'은 플랫폼 오픈과 함께 두 달 동안 연재된 분량을 묶은 것으로, <저스툰>의 연재 웹툰 중에서 최초로 출간된 책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으로 출간되기 전에 먼저 저스툰에서 만나볼 수도 있다는 거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AI 로봇 ‘봉투’가 21세기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매우 기대가 되고, 함께 이어질 각 분야의 교양 정보들도 궁금해진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느라 일반 교과 과정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고, 대학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학력 콤플렉스도 있었다고 윤태호 작가는 말한다. 그런 그가 지식과 정보의 나열이 이 시리즈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지식과 정보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으로 목표한 백 권에 다다랐을 때 그려내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세상 가장 무식한 사람이 가장 성실한 편집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리즈에 스스로의 기대가 더욱 크다고 말하는 윤태호 작가의 말이 굉장한 믿음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가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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