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센스 4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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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을 소재로 한 로맨스 만화라고 하니 사실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뭔가 변태스러운 취향의 다소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SM과 달콤한 핑크빛 로맨스물이 대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웬 걸, 편견과 오해라는 것이 이래서 무섭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분명 SM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거북하지 않았고, 선정적이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들의 로맨스가 불편하지 않았다. 여느 순정 만화의 로맨스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우리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오피스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연애물과 크게 다르지 않는 정상적인 수위의 만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취향이 남들과는 아주 조금달랐기에, 그와 그녀의 로맨스 역시 평범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재미는 그런 부분에서 아주 빵빵 터지게 웃겼고, 의외의 상황에서 전개되는 유머 또한 공감하거나 이해할 만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유능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해 인기가 많은 정지후 대리.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에게 명령 받거나 지배 받는 것을 좋아하는 M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큰맘 먹고 처음으로 SM도구를 주문하지만, 택배상자가 이름이 비슷한 회사 동료 정지우의 손에 들어가 버리면서 자신의 은밀한 취향을 들켜버리고 만다. 평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여사원 정지우는 사실 정지후 대리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택배 사건으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정지후 대리에게서 고백을 받게 된다.

 

 

저의 주인님이 되어 주시겠어요?

평소 관심있던 이성에게 고백을 받았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할텐데, 어째 좀 묘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지후 대리는 고백을 하면서 너무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 혹시 자신의 고백을 받아들여 준다고 해도 절대 집적대거나 사귀자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던 것이다. 자신은 그냥 주인님으로만 모시고 싶은 거라며. 자신을 전혀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 그의 멘트에, 잠시라도 두근거린 게 서글퍼지고 마는 정지우. 과연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이 작품에는 이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꽤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대부분은 신체적, 감각적 유희를 즐기는 SM이라기 보다, 관계 설정에서 오는 정신적인 유희를 즐기는 DS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들 변태스럽다고 생각하는 SM은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해 묶거나 체벌을 가하는 등의 신체적 고통을 동반하는 것인데 비해, DS는 두 사람이 지배하는 주인과 복종하는 노예 역할을 나눠 맡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평범한 취향의 사람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성격이 다른 남녀의 로맨스야 숱하게 보아 왔지만, 이렇게 성적 취향이 전혀 다른 남녀의 로맨스는 처음이라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연애를 할 때 성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적 취향일텐데 말이다. 물론 이들의 관계는 처음에 연애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돔(지배자)와 섭(피지배자)의 관계로 진행되기에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유능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보이지만 남의 명령을 받고 싶어 하는 M성향의 정지후와 차가운 도시 여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약한 정지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누구나 평소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부분에 주목해서, 남들이 쉽게 인정할 수 없는 취향의 문제까지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있다.

 

"당신한텐 별로여도 나한텐 좋아할 가치가 있는 건, 그 외에도 많이 있을 거라구요!"

실제로 그런 걸 좋아하면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그런 변태 같은 취향의 사람은 위험한 사람일 것 같고. 뭐 다 존중해서 그런 취향이 있는 건 상관없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게 아마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변태라고 해도, 남한테 피해를 안 주면 문제없는 거 아닐까요? 누구나 조금씩 변태 같은 구석이 있다고 들어서요."

 

지후와 지우는 그렇게 3개월이라는 유예 기간을 두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를 유지해 간다. 사내에선 지후가 상사이지만, 그 나머지 시간에는 지우가 주인이 되어 그에게 이것 저것 명령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지후가 한 달 동안 부산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약속된 3개월의 기한은 점점 다가온다. 이들은 과연 연애를 시작하게 될까? 지우는 지후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서 이해하게 될까.

 

 

이 작품은 웹툰으로도 인기가 많았지만, 단행본으로 꼭 만나봐야 하는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미공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는 건데, 현재 출간된 4권까지 뒷 부분에 웹툽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그들의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게다가 현재 CJ영화사 투자 배급이 확정되어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남녀 주인공을 어떤 배우들이 맡게 될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까다로운 취향이든, 평범한 취향이든, 변태스러운 취향이든 모두 각자의 마음이다. 그러니 존중해주어야 한다. 나의 취향만큼이나 당신의 취향 또한 소중하니까.

 

평범한 로맨스에 지친 분들에게, 독특하고 매력넘치는 이들의 로맨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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