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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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하기도 어려운 '몬스트러몰로지'는 인간에게 대체로 적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특히 신화나 전설의 산물로 여겨지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 혹은 그런 존재를 사냥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러니 제목인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괴물학자와 그의 조수, 즉 안트로포파기라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종족을 연구하고 사냥하는 자들을 지칭한다. 흥미로운 것은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문서와 작품에서 실제로 어깨 밑에 머리가 자라는 종족 안트로포파기가 등장해왔다는 점이다.

안트로포파기가 우리들 바로 옆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굶주려 있었다. 나는 엘리자 번튼의 머리카락이 놈들의 우물거리는 턱 아래로 흘러내리던 모습을 뇌리에서 떨칠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악몽에서 뛰쳐나온 듯한 괴물들이 저 밖을 배회하고 있는데, 어째서 저런 낡은 책이나 뒤지고 지도나 보고 거리나 재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 당장 주민들을 모아 놈들을 잡으러 가거나, 아니면 적어도 놈들이 습격해 올 경우를 대비해 방어벽이라도 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안트로포파기가 어떻게 뉴예루살렘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수수께끼를 풀 시간은 놈들을 없앤 뒤에도 충분할 텐데.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의 목숨을 구하는 게 시급하지 않은가. 나는 의아했다.

 

이야기는 액자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극중 작가인 릭 얀시가 자신이 서기 1876년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일기를 입수하게 된다. 취재를 위해 요양원 원장과 알게 되었고, 최근에 사망한 입주자였던 노인의 소지품에서 두툼한 공책 열세 권을 발견했는데, 그에게 친척도 없고 신분증도 없었던 탓에 그것이 가족 친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미친 노인이 끄적인 소설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백서른 한 살이었던 그가 과거에 겪었던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의 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12세 고아 소년 윌 헨리와 그의 괴팍한 스승인 괴물학자 펠리노어 워스롭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도굴꾼이 박사를 찾아와 시체 한 구를 넘겨주는데, 그것은 머리가 없는 식인 괴물인 안트로포파기의 습격을 받은 소녀였다. 박사는 보통 서른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짓는 안트로포파기의 습성을 알고 있기에, 원래 미국에 서식하지 않는 그것들이 어떻게 나타나게 된 것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인간을 잡아먹는 사람과의 직립보행 동물인 안트로포파기는 머리가 어깨 밑에 자라는 종족이라는 설명으로 셰익스피어에도 등장하는 괴물이다. 키는 2미터에 팔은 길고 다리는 굵고 튼튼하며 몸의 색깔은 시체처럼 희멀겋다. 머리가 없는데, 가슴에 뻥 뚤린 구멍이 있으며, 단단한 근육질의 가슴 아래 위치한 입, 눈은 어깨에 붙어 있는데 눈꺼풀은 없고 눈동자 전체가 새까맣다. 안트로포파기는 인간의 가장 고결한 장기인 뇌를 선호한다. 그리고 안트로포파기의 가장 놀라운 특성 중 하나는 새끼들을 거의 맹목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인데, 그들이 결코 제 새끼를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 그들 종족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난폭하고 무자비한 공격을 일삼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리고 연약한 새끼에 대한 보호본능이야말로 인간이 그들과 전쟁을 치를 때 공략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고독하고 별난 인물에 대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세상에서 제일 난해하고 비밀스러운 학문에 평생을 바쳤건만 세상천치 알아주는 사람 하나, 기억해 주는 사람 하나 없고 그럼에도 이 세상 모두가 너무나도 큰 빚을 지고 있는 천재 과학자. 인간미나 다정함이라고는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고, 타인의 마음은커녕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열두 살 소년의 심정도 헤아릴 줄 모르는 작자였다! ...........그는 얼버무리지 않았다. 상투적인 위로나 진부한 사탕발림도 늘어놓지 않았다. 그가 나를 구한 것은 내 목숨이 그에게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내 목숨을 구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야심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심지어 자비를 베풀 때에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사람이었다.

 

12세 소년 윌 헨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 박사의 괴팍하고 이상한 부분이 고스란히 독자들에게도 전달이 된다. 소년은 자신의 스승처럼 귀신이나 유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믿지 않았지만, 박사의 곁에서 안트로포파기의 실체를 직접 경험하고는 겁에 질린다. 오로지 아버지가 박사의 조수였다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갈 곳 없는 그를 데리고 있는 박사는 자상하지도, 너그럽지도 않지만, 소년은 그를 거의 맹목적으로 믿고 따른다. 어떤 잔인한 상황 속에서도, 무슨 끔찍한 일을 벌이더라도 항상 조수가 곁에 있어야 하는 박사이기 때문에 소년은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게 무서운 모험들을 겪게 된다. 시리즈가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윌 헨리의 모험과 성장기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5침공>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릭 얀시의 대표 시리즈이다. 19세기 말엽 미국을 배경으로 괴물학자라는 색다른 직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4부작이다. 미지의 것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기괴하고 유머스럽지만 오싹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 요즘 같은 날씨에 더위를 한 방에 날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밤에 읽으면 오싹함이 배가 되니, 꼭 캄캄한 밤에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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