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별로 쿠마몬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4컷 만화들은 귀요미 캐릭터에 맞춰 번역체도 깜찍 그자 체이다. 손이 커서 안 들어갔다몬, 밤길은 위험해몬, 등잔 밑이 어둡네몬.. 등 이른바 쿠마몬의 ~몬체는 정말 중독성이 있어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싶어지게 하고, 심플한 이야기 속 여백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여유로움이 슬그머니 미소짓게 만들어준다.
쿠마몬은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만든 마스코트이다. 2010년 규슈 신칸센 개통 이후 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곰을 뜻하는 쿠마와 사람을 뜻하는 현지 사투리 몬이 합해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일본 현지에선 헬로키티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쿠마몬은 국가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구마모토 현은 전년 대비 관광객이 2배로 늘고, 쿠마몬 상품 매출도 수익에 한 몫 했으며, 구마모토 현이 고속철도 종착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른바 '쿠마몬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일본 규슈에 위치한 구마모토 여행 패키지를 '쿠마몬을 찾아 떠나는 구마모토 여행'이라고 판매하기도 한다. 구마모토 역의 기념품 가게에 가면 온통 쿠마몬 아이템으로 가득한데, 쿠마몬 컵, 문구류, 티셔츠.. 심지어 쿠마몬 롤케이크까지 판다고 한다. 가게 메뉴판에도 수건에도 쿠마몬을 만날 수 있고, 쿠마몬 과자부터 맥주까지 마니아들을 열광시킬 만한 아이템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한다.
일본의 제책 방식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는 이 만화는, 표지 역시 앞 면은 쿠마몬의 앞 모습, 뒷면은 쿠마몬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게다가 제일 뒷장에는 잘라서 책갈피로 쓸 수 있는 깜찍발랄 쿠마몬 캐릭터까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아까워서 어떻게 잘라 쓰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하핫.
쿠마몬의 캐릭터 프로필이다.
성별: 남자아이
생일: 3월 12일(나이 미상)
출생지: 구마모토 현
특기: 구마몬 체조
성격: 응석꾸러기에 호기심 가득
직업: 구마모토 현 영업부장
구마모토 현 영업부장이라는 항목에서 빵 터진다. 실제로 쿠마몬이 구마모토 현을 위해 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만화들은 구마모토일일신문에 일년 동안 게재된 4컷 만화들이다. 그래서 계절 별로 쿠마몬의 일상이 담겨 있는 것이고 말이다. 4컷 만화는 네 개의 칸으로 구성된 카툰의 한 장르로, 시사 풍자 만화에 주로 많이 쓰고 유머 카툰도 이 형식을 많이 쓴다. 국내에서도 예전에 주로 신문 만화로 보았던 적이 있는 것 같다. 4컷 만화는 주로 기승전결 구조로 내용이 전개되고 마지막 칸에서는 ‘결’보다는 반전을 주로 사용하는 형식인데, 그래서 짧고 간단하지만 여운이 남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코믹인데 여운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코믹 쿠마몬> 책은 구석구석 너무도 세심하고 예쁘게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책 등 아래 쪽과 위쪽에도 쿠마몬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래 쪽과 위쪽에 있는 쿠마몬의 표정도 다르고 정말 귀엽기 그지 없다.
책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네살 짜리 아들이 다가와 자기도 보겠다며 손가락을 들이댄다. 아이가 보기에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곰돌이 캐릭터였으리라.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켜 가면서 뭐라뭐라 말을 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보는 것이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보기에도 참 좋을 것 같았다.
글자는 별로 없고 그림이 대부분인데다, 극강의 귀여움을 자랑하는 쿠마몬 캐릭터 덕분에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아, 아이도 한참 책을 펼쳐놓고 들여다 보았다. 아이에게 4컷 만화의 내용을 몇몇 읽어주기도 했는데, 대부분 쉽고 간단해서 아이에게 알려주기에도 괜찮았다.
방탄소년단의 민윤기가 쿠마몬의 팬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일본에서 쿠마몬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잘 어울리더라. 역시 잘나가는 아이돌은 어울리는 캐릭터도 일본 최고의 귀요미 쿠마몬인가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리고 쿠마몬이야 워낙 호불호가 없는 캐릭터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쿠마몬을 사용한 아이템들도 전부터 많이 판매되고 있어 모르는 이들이 없는 유명 캐릭터이기도 하고 말이다.
세상에서 먹는 걸 제일 좋아하고 풀 한 포기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온화하고 마음씨 좋은 쿠마몬. 그래서 사계절을 배경으로 한 쿠마몬과 구마모토 현 동물 친구들의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 속에는 음식과 관련된 4컷 만화들도 꽤 많이 보인다. 어리숙하고 순진해보이지만, 마음 따뜻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쿠마몬. 그 일상을 따라가지보니 바쁘게 지내오는 일상들 속에서 잠시나마 쿠마몬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각과 행동들이 마음에 가득 담겨왔다.
매일매일 너무 정신없이 바쁘서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잠시 따뜻한 커피 한잔과 달콤한 빵 한 조각과 쿠마몬 한 권이면 그대로 시간이 멈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록 책을 덮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쿠마몬과 함께 마음껏 여유도 부리고, 웃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잇을 것이다. 진짜 힐링 만화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