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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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3부작 중의 두 번째 작품이 더위를 물리치러 돌아왔다. 폭염은 말할 것도 없고, 열대야로 인해 밤에 편하게 자기도 힘든 요즘, 제대로 더위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작품이다. 미쓰다 월드에선 더위란 단어는 존재할래야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오싹하고, 소름 끼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덥기는커녕, 추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더위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에어컨보다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는 걸 추천한다.

그건 그렇고, 뭐 이런 집이 다 있담....... 새삼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아직 자신이 그 집의 침대 위에서 이렇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체험을 했으면서도 여전히 머물러 있으니까.

유령의 집을 무대로 한 호러 영화를 보면서 '어째서 저 끔찍한 장소에서 얼른 도망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게다가 그 무대가 자기 집이 되니 그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임대주택에서 부모님과 셋이 살고 있었던 코타로는, 작년 가을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여의게 되어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에게 어느 정도 있던 빚과 밀려 있던 임대주택의 집세 때문에 지방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할머니와 코타로.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도착한 마을의 거리와 집을 바라보며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학여행을 제외하면 한 번도 전에 살던 치바 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기시감이 드는 길거리 한구석에 있는 정체 모를 숲에서 어쩐지 기분 나쁜 목소리의 환청도 들리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새까매지면서, 깨어 있는 채로 악몽의 한복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무시무시하게 소름 끼치는 느낌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렇게 꺼림칙한 기분은 밤이 되면 더욱 극대화되는데, 등 뒤의 복도에서 뭔가의 기척이 느껴지고, 척척척척 발소리가 다가오고, 문 너머에서 무언가의 숨소리가 들린다. 코타로는 할머니가 다다미방에 들어가고 나면, 자신만 이 집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감에 감싸이고, 무서워졌다. 자기 방으로 가는 것뿐인데도 마치 호러 영화에 나오는 낯선 지역의 흉가에 발을 들이는 방문자가 되는 듯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미신을 믿지도 않거니와, 괜스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코타로는 스스로 조사를 하기로 한다. 동네에서 새로 알게 된 친구 레나와 함께 도서관에 가고, 동네의 어른들을 통해 과거에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10년 전 자신이 이사를 온 바로 그 집에 살던 일가족이 처참하게 참살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10년 전 그 살인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마저 깨닫게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무시무시해진다.

어서 방 안으로 도망쳐야 해.....

그곳만이 안전지대 같다는 것을, 코타로는 요 며칠간의 체험과 오늘 노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확신하고 있었다.

척척척척.........

기척이 멈췄다. 그리고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공기의 압박이 느껴진다.

찾았다..............!

귓가에 소름끼치는 속삭임이 들렸다. 그 숨결까지 귓불에 느껴질 정도로.

'그것'은 고타로의 바로 뒤에 있었다.

어린 주인공의 시점으로 체험하는 괴이한 현상들과 끔찍한 경험들을 통해 전달되는 공포라 그런지, 감정이입하기가 매우 쉬운 편이다. 스멀스멀 나타나는 '그것'이 뒤를 돌아보면 우리 집 어딘 가에서도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공포란 헐리우드 영화의 그것처럼 아무 의미 없이 사람들을 깜짝 놀래 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구제할 수 없는 절망, 불합리할 정도의 우월감, 끝을 모를 악의, 압도적인 광기, 소름 돋는 증오,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살의'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동기가 있어 출발한 공포라 더욱 섬뜩하다. 오싹하고 기분 나쁜 기운 자체는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사실 그 악의 기원을 따지고 보면 극도로 현실적인 배경에서 시작한 거라 그만큼 끔찍하고, 놀라운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중반 이후에 밝혀지는 10년전 그 살인 사건의 진상이 매우 경악스러울 만큼 엄청나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재앙의 뜰>은 기존 '재앙이 내린 집'이란 기본 컨셉에, 기존 두 작품과는 다른 파격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괴이한 현상들과 끔찍한 사건들 너머로 또 어떤 엄청난 진실을 숨겨 놓고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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