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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엄마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3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이 바로 '육아'라 가끔은 누구나 하는 걸 과연 힘들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려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돈과 경력을 포기할 수 없어 눈물겨운 워킹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엄마도, 종일 집에서 아이만 돌봐야 하는 전업 주부인 엄마에게도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모자라 퇴근 하자마자 집에 와서 제2의 일을 시작해야 하는 워킹맘의 고달픔이야 실제 엄마가 아닌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24시간 아이와 함께 지내느라 온 마음과 시간을 다 투자해야 하는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맘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죽하면 매일같이 그만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던 직장 생활을 다시 하는 게 아이를 종일 돌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겠는가.

서울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 어느 날, 직장에 있던 호호 엄마에게 연락이 온다.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를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호호를 부탁하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점점 걱정이 된다. 그러다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되고 엄마는 통화 속 상대가 호호의 할머니라 생각하고 호호를 부탁한다. 일 끝나자마자 곧장 갈 테니, 집에 가서 아픈 호호를 좀 돌봐 달라고.
'나더러 엄마라니..... 잘못 걸려 온 전화 같은데.
아이가 아프다니 하는 수 없지.
좀 이상하지만 엄마가 되어 주는 수밖에.'
그렇게 해서 '이상한' 엄마는 호호네 집을 찾아 내려온다.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호호는 낯선 아주머니를 보고 조금 겁이 났지만, 따스한 목소리에 어쩐지 마음이 놓인다.
이상한 엄마는 호호네 집 안 곳곳을 뒤져 냉장고에서 달걀을 발견해, 호호가 먹고 싶다는 달걀국과 프라이를 만들어 준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기분이 조금 나아진 호호를 이상한 엄마는 가장 크고 푹신한 구름을 골라 눕혀준다.
걱정 말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엄마가 올 거라고.
하루 종일 호호를 걱정하느라 호호 엄마는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까. 아마 마음은 호호에게 가 있어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퇴근하자 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이상한 엄마를 만난 호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상한 엄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호호 엄마는 집으로 가 무사히 호호를 만나게 되었을까.
"호호야!"
잠결에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호호야! 어딨니?"
아이가 아프게 되면 거의 하루 종일 정신이 나가 버리곤 한다. 특히나 아직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플 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우는 건 다반사고, 일분 일초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 될 까봐 밥 먹는 것도 잊어 버리고, 해야 할 일도 전부 미루고, 걸려오는 전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이 시뻘개지도록 종일 조바심을 내며 아이 곁을 지킨다. 엄마에게 아이란 그렇게 생의 모든 것. 전부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백희나 작가의 이번 신작은 일하는 엄마들, 고달픈 워킹맘들을 위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이가 바로 눈앞에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지 않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니 말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나는 이 짧은 이야기가 마치 나를 위한 것 같아서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았다. 그냥 이 짧은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냥 위로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비록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부족한 것 투성이라도 사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여. 태어날 때부터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처럼 겪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생물학적으로 엄마가 되었으니 아이를 케어하는 능력까지 한꺼번에 갖추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지 말자. 당신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당신도 힘들 때는 위로 받아야 하고, 지칠 때는 응원이 필요하고, 아플 때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어려운 일 앞에서는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 버리지 말자. 엄마는 슈퍼 우먼이 아니다. 엄마라면 당연히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고, 무슨 일이든 견디고 감수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참아야 하고, 언제나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현실을 살고 있는 엄마들에게, 백희나 작가는 조용하고 따뜻한 위로를 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