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빵이 좋아!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빵 사랑은 매우 유별났다. 오죽하면 엄마가 "너 그냥 빵집 사장한테 시집가라"고 하셨을 정도였으니 뭐.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제과점을 운영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다. 더 나이가 들고 나니, 그냥 원하는 빵을 어디든 가서 사 먹을 수 있도록 함께 빵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면 되겠구나.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내 남편은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역시 사람이 이상형을 만나 결혼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인가 보다. 하핫..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중에는 서울의 온갖 빵과 케잌 맛집을 다니면서 데이트를 했고, 결혼 후 임신 중에도 나의 빵 사랑은 이어졌는데... 배속 아기에게 빵이 좋지 않다는 둥, 임신 중에 빵을 많이 먹으면 아기에게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는 둥.. 주변에서 하도 말들이 많아 눈물을 머금고 빵 금식을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좋은 재료를 사용한 빵은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국내산 유기농 밀을 사용하거나 계량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종으로 만드는 빵을 찾아 다니며 먹기도 하고, 버터나 계란 없이 만드는 채식 베이킹 방법으로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이제 17개월이 되는 우리 아들도 벌써부터 나처럼 빵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 닮아서 그렇다며 남편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그래도 빵순이로서 우리 아들이 빵돌이가 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다.

이런 나에게 마치 선물 같은 책이 출간됐으니, 바로 야마코토 아리의 만화 <역시 빵이 좋아!>이다. 야마모토 아리가 조리사 면허를 갖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라 그런지, 각종 빵에 대한 묘사와 설명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다. 그래서 만화지만 웬만한 빵 레시피 북 못지 않게 정보가 가득하고, 군침이 도는 장면들이 많다고 할까. 저자는 빵에 죽고 못 사는 친구 아코와 함께 71종에 이르는 일본의 온갖 빵들을 맛보며, 그 재료와 특징, 크기, 맛과 냄새, 제빵 기법, 곁들이기 좋은 것 등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이 나같은 빵 마니아에게 너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실사를 방불케하는 먹음직스러운 빵 일러스트이다. 만화로 보여지는 부분 자체는 다소 성의 없다고 느껴질 만큼 간단, 대충인데, 빵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와 정반대로 마치 사진 같다고 보일 만큼 세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일본의 유명 빵집들을 순례하면서 다양한 빵들을 하나씩 맛보고 소개하는 만화이다 보니, 책의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부록에 만화 속 빵을 판매하는 빵집들의 주소와 영업시간 등의 정보가 수록되어있어, 일본 여행욕구를 마구 불러일으킨다. 일본에 가는 친구들이 늘 사오곤 하던 '도쿄바나나' '긴자딸기니 하는 건 당분간 잊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탐나는 빵들이 많아 곧 일본에 갈 예정인 그들에게 당장 이 만화를 보여주고 싶어진다.

우리나라에도 야마모토 아리같은 작가가 유명 빵집들을 순례하면서 이런 책을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국내에도 전국 곳곳 빵 맛집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