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99년 전, 인류는 무려 7차에 걸친 전쟁을 벌였고, 그렇게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증거로 토수시티를 건설한다. 처음 4차 동안 인류는 서로 싸우며 파괴를 일삼았고, 그 다음 3차는 지구가 인간에게 복수할 차례였다. 오염과 지진, 토네이도, 홍수 등등 말이다. 각각의 식민주에서 선발된 졸업생들이 토수시티의 테스팅 센터에 모여, 4주가 소요되는 테스팅 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테스팅이 종료되면 테스팅 과정에 대한 기억은 기밀 엄수를 위해 시험 종료 후에 전부 지워지고 말이다. 다섯 호수 마을에 사는 시아는 올해 마을의 졸업생이다. 학교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곧 현실 세계로 뛰어들게 되는 열여섯 시아는, 자신이 테스팅 응시자로 선발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

아빠는 내가 아무리 캐물어도 테스팅이나 대학에 다닐 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이제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아빠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뿌듯함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넌 응시자로 뽑히지 말았어야 했어."

그 말에 얼굴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아빠는 놔 주지 않았다. 아빠는 어둠 속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실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아빠의 얼굴에서 번득이는 공포가 내가 느낀 아픔마저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선이 나와 만났을 때는 걱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테스팅에 선발되는 건 대부분 아이들과 부모의 꿈이다. 테스팅에 선발되면 자식을 떠나 보내느 대가로 가족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하고, 대학에서의 생활도 매력적이고 말이다. 그런데 왜 시아의 아빠는 자신의 자식들이 응시자로 선발되지 않기를 바랬을까. 그것은 지워진 테스팅의 기억, 그리고 이후에 남겨진 그의 악몽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아의 아빠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속삭인다.

"시아, 아무도 믿지 마라."

테스팅은 총 4차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지식과 논리력,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틀간에 걸친 필기시험이다. 두 번째는 지식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실기시험이다. 세 번 째는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었을 때의 능력을 보는 팀 과제이고, 마지막 네 번 째는 의사결정능력과 리더십을 평가하는 실무능력시험으로 테스팅 중에서 가장 긴 여정이 된다.

테스팅은 여러 해 전에 반즈 박사의 아버지가 고안한 거라고 했다. 7차에 걸친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각국 지도자들의 자질이 부족해서라고 그는 믿었다. 지성과 압박감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능력, 리더십이 적절하게 배합되지 못한 사람들이 수장이 되어 나라를 이끈 게 치명적이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통일연방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은 미래의 지도자 후보를 철저히 선별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진행된 테스팅의 결과에 따라 위원회와의 일대일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학에 진학할 사람을 선발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국토를 복원하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데 기여할 인재를 뽑기 위한 과정이다. 대학이란 미래의 통일연방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결국 국가의 지도층을 선발하기 위함이니 말이다. 1편은 4차에 걸친 테스팅 과정이 주를 이루고, 그것을 겪어낸 시아와 그녀의 친구들이 도달하게 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너무 재미있지만, 사실 2편이 더 기다려지는 전편이기도 했다. 스토리적인 설정 때문에 이 작품이 '헝거 게임'의 아류라 생각했다면, 분명한 착각이다. 훨씬 더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테스팅 과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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