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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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마루 상점과 마쓰모토 상점이 친선 야구 경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니시마루가 마쓰모토에 8 3으로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중에, 지고 있는 마쓰모토 상점의 응원석에서 환성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투수 마운드에 올라선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녀가 등장하자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힘찬 응원소리가 들린다. 웅성거리던 관중석은 그녀가 워밍업 차원에서 공을 두세 번 던지자 조용해지고 만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투수가 던진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차고 빠른 공을 던지며 타자 들을 삼진으로 물리치고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영화처럼 등장한 그녀의 이름은 바로 다케우치 시노부이다.

신도의 설명을 들으며 시노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었다. 이렇게 자극적인 일과 맞닥뜨리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의 일이다.

"그럼 범인은 요네오카 씨를 밀어서 떨어뜨린 후 우리가 그곳으로 가는 동안 도주했다는 거네요.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었을까요?"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히로인 시노부가 유학을 떠난 지 3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전작에서 가는 곳마다 사건과 엮이며 특유의 행동력으로 형사보다 먼저 사건을 풀어나가던 그녀였다. 파견 유학 형식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끝이 났었는데, 독자들의 열렬한 후속편 요청에 쓰여진 작품이 바로 이번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고 하니, 이 작품이 인기가 더 많아져야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은 시노부라는 전무후무한 말괄량이 캐릭터이다. 스물다섯의 초등학교 교사인 시노부 선생은 학창시절 소프트볼 팀의 투수 겸 4번 타자로 활약했을 정도로 손이 빠르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 호기심도 유별나고,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고, 모험을 위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사건에 뛰어 들고는 한다. 그녀는 어린이와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아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동차에 대해 알고,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고자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한다. 한마디로 의협심 강하고, 오지랖 넓은 시노부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인데, 운전 교습을 받으며 교관이 옆에서 계속 구박을 하며 잔소리를 하자 똑부러지게 할말 다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운전 연수를 하며 남편이든 학원에서든 잔소리를 한껏 들어봤던 여성들이라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에이. 시끄러워서 운전을 못하겠네."

시노부는 길 중간에 차를 세운 후 몸을 틀어 교관 쪽을 본다.

"그렇게 잔소리만 해 대면 어떻게 해요? 초보가 잘 못하는 게 당연하지. 그런 사람을 가르치는 게 그쪽 일 아니에요? 친절하게 대하면 어디가 덧나나. 아니, 그리고 공짜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배우는 거잖아요. , 나는 손님이다 이거예요. 그런데도 시시콜콜 잔소리만 하고 둔하다고 핀잔이나 주고. 내 참."

사나운 표정으로 성을 내자 마침내 대머리 교관도 멈칫한다. 지금까지 학생이 이렇게 호통을 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전작에서부터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말썽쟁이 제자들이 중학생으로 성장해 시노부 선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그녀를 쫓아다니는 신도 형사와 엘리트 회사원 혼다는 여전히 시노부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물론 그녀는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연작 단편처럼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각 사건마다 추리보다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우연찮게 사건에 엮이게 되고, 호기심이 발동한 시노부 선생과 그녀의 제자들이 수사에 나서게 되고, 좌충우돌 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을 풀 수 있는 중심에 가까이 가게 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쾌한 인물들과 톡톡 튀는 유머를 품고 있는 그들의 대사,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시선이 한데 모여 가벼운 시트콤을 보고 있는 기분도 든다.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히로인인 가가 형사나 구사나기 형사, 유가와 교수 등이 등장했던 작품에 비해 조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여교사와 그녀의 장난꾸러기 제자들이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 스토리는 뜻밖의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기도 한다. 진지한 미스터리 물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따분하고 무거운 작품을 읽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이 작품을 읽어보자. 책을 읽는 다는 것의 행위를 한다기 보다, 편안하게 누워서 한 편의 티비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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