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국내에 출간되는 나카마치 신의 이 작품은 일본 최초로 서술 트릭을 사용한 작품으로 트릭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작으로 손꼽히던 작품이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서술 트릭 작품들 <도착의 론도>, <살육에 이르는 병>, <통곡>,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등은 모두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가 출간된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다. 1971년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를 40년 만에 개고한 작품으로, 출간 후 20년이 훌쩍 지나 한 서점의 추천으로 주목 받아 삽시간에 1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품이 쓰인 지 무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멋진 한 방을 날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쓰쿠미의 시선이 그 제목 위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7 7일 오후7시의 죽음. 그것이 제목이었다.

77일 오후 7.

바로 이날, 이 시간에 사카이 마사오는 독을 마시고 죽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7 7일 오후 7, 사카이 마사오는 청산가리 중독으로 죽는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유서로 추정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한 무명 작가의 신변 비관 자살로 처리된다. 그런데 그의 죽음에 이상한 점을 느낀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어느 신인 작가의 자살로 가십거리처럼 지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죽기 전 남긴 원고 ‘7 7 7시의 죽음과 같은 시각에 사망했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상한 일이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나카다 아키코는 평소에 그와 업무 관련해서 종종 부딪히던 사이다. 그러다 개인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었고, 나름 가까운 사이라 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그가 얼마 전에 보냈던 원고를 떠올린다. 주간지에 살인 리포트라는 기사를 쓰는 쓰쿠미 신스케는 잡지 사의 제안으로 사카이 마사오 사건을 글로 재구성하게 된다.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결성한 동인잡지 모임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던 그는 취재를 위해 그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미 신스케의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되면서 점점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대한 수수께끼는 증폭된다.

다음 장에 펼쳐질 뜻밖의 결말을 예상해보라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이 작품은 자신만만하다. 그만큼 웬만해서는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결말을 만나고 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작품을 읽더라도 작가가 거짓을 말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서술 트릭만의 묘미이기도 하다.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모든 정보는 '사실'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감쪽같이 속을 수 밖에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고 말이다.

서술 트릭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남자라고 생각되던 인물이 사실은 여자라던가, A라고 아무 의심 없이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B라던가 하는 등의 오해이다. 물론 그 외에도 시간, 장소나 상황, 물건, 행위, 동기나 심리에 관한 트릭도 있다. 나카마치 신의 이 작품에서는 이 중에 어떤 걸 트릭으로 사용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추측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즐기는 진짜 방법은 머리 굴리지 말고, 그저 사건의 흐름을 아무 생각 없이 쭉 따라가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 보면 작가가 설치한 오인의 함정에 빠질 수 밖에 없지만, 또 그것이 서술 트릭 만이 가지고 있는 묘미이니 작가에게 속았다고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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