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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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는 하이틴 로맨스는 딱 질색이다. 반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미스터리는 완전 사랑한다. 그런데 그 미스터리가 로맨스랑 만나면 어떨까? 어찌 보면 그렇게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쓰인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분명 기본 플롯은 미스터리인데, 그 속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로맨스이다. 여주인공은 대책 없이 들이대는 남주인공에게 겉으로는 싫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고, 그들을 질투하는 친구들 보란 듯이 남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여주인공을 구해낸다. 마치 백마 탄 왕자라도 된 듯.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의 여주인공 주변에서는 이상한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유 없이 사람이 죽고, 기억나지 않은 시간이 있고, 죽은 사람들이 환영으로 나타나고. 그럴 때는 또 오싹한 호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풀리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것 같은 스토리 전개에 미스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판타지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꽤 많은 부분은 10대 남녀의 달달한 로맨스에 치중되어 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고개를 들었는데 피가 얼어붙은 듯 소름이 끼쳤다. 주드의 웃음소리였다. 주드의 목소리도 들렸다. 천천히 일어서서 울타리를, 밀림 같은 미개발 지역을 마주하고 철조망 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서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했다. 주드는 죽었으니까. 클레어처럼. 레이첼처럼.

낡은 병원 건물이 무너져 단짝 친구인 레이첼과 남자 친구인 주드, 그리고 그의 동생 클레어까지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아 남은 마라 다이어.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이 왜 거기에 갔는지, 거기서 뭘 했는지 도무지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후로 마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악몽을 꾸고 헛것을 보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새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마라는 역시 환각을 본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화장실 거울 속에서 클레어의 모습이 나타나고, 교정의 가장자리에 있는 울타리를 따라 가다가 주드의 웃음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모든 여자 아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노아라는 독특하지만 매력 있는 남학생이 마라에게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 온다. 마라는 그에게 관심 없는 척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여자였기에 서서히 그의 매력에 빠져 든다. 결정적으로 노아의 전 여친이었던 안나가 마라를 질투해 친구들 사이에서 망신을 주려고 하는 순간에 노아가 마라를 구해주고, 그들 사이는 급속하게 가까워진다. 하지만 평소에 너무도 허름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노아의 집이 마치 영화 촬영장같이 호화로운 대저택인데다, 지나치게 적극적인 그의 태도도 어딘지 의문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마라에게 접근했을 수도 있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마라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노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겨우 몇 센티미터 앞으로. 꾀죄죄한 턱수염 속에 감춰진 주근깨가 보였다. 노아가 덧붙여 말했다. "점잖게 굴게." 노아가 속눈썹에 살짝 가려진 눈으로 쳐다보자, 나는 황홀해서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나는 노아를 흘겨보며 말했다. "넌 악마야."

그 응답으로 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내 코끝을 살짝 두드렸다.

"넌 내거야."노아가 이렇게 말하고는 저쪽으로 가버렸다.

노아와 마라의 달달한 로맨스 한 편으로 진행되는 플롯은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혹은 판타지 성향을 띤 호러이다. 마라가 학교에서, 집에서 자주 죽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증오하거나 미워한 인물들이 바로 자신이 상상한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게 되는 사건도 반복된다. 설마, 그들의 죽음에 자신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마라는 점점 두려워진다. 그리고 건물 붕괴 사건이 나던 그날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대체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날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후에 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은 또 무슨 이유에서 일까?

<마라 다이어>가 시리즈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 이야기는 '다음 권에서 계속됩니다'로 끝이 난다. 책을 읽는 내내 시리즈 인줄 모르고 집중해서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순간 당황했다. 2권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어서. 모든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은 완벽하게 독자들을 미끼로 낚아 궁금증을 한 무더기 남겨 주고 끝이 났다. 두 번째 시리즈를 보지 않을 수 없도록 말이다. 마라의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는 건지, 아니면 마라에게 정말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지, 노아가 마라에게 접근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의 특별함에 이끌리는 마음 말고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끝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던 주드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건지,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궁금한 것 투성이다. 빨리 2권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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