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0~2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3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전쟁이기도 하지만, 매 순간이 기적의 연속이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모습은 인체의 신비를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까워 더 많이 기억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려고 애쓰게 하기도 한다. 한쪽으로 뒤집기를 처음 하던 순간을 지켜보며 탄성을 내질렀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배밀이를 하고, 앉혀 주면 머리와 몸을 똑바로 하려 하면서 혼자 앉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 해봐.'라며 엄마를 가르치던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엄마 목소리도 잘 알아듣고,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맘마, 빠빠 소리도 곧잘 하는 등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소리를 제대로 내기 시작하고 있다. 조리원에서 나와 집에 온 첫날, 이렇게 빽빽 울기만 하는 아기를 앞으로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200일이 된 것이다. 어른 들은 그냥 놔둬도 아이들 스스로 잘 큰다고 하지만, 엄마 마음이 어디 그런가. 아무 것도 안 해도 지나가는 시간이라면, 가급적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아침에 눈떠서 젖을 물리고, 이유식까지 만들어 먹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 이다.

 

 

. 오늘은 또 뭘 하고 놀아줄까?

이제는 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내는 것 중에 '놀이'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아기 체육관에서 피아노를 치고, 장난감을 만지고, 점퍼루에서 폴짝폴짝 뛰어도 보고, 자동차도 탔다가, 범보 의자에 앉아 이리 저리 움직이기도 했다가.. 이렇게 많은 종류의 놀이를 해도 한 두 시간이면 끝난다. 유모차를 끌고 나가 공원 산책도 하고, 아이를 안고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주면서 물건을 설명해주고, 아이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해주고, 목욕놀이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들 오늘은 뭐하고 놀아줘야 하는지 걱정부터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누워만 있던 아기들에게 이제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며 때로는 앉아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세계에 관심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딸랑이를 흔들어 소리를 내고 숟가락을 두들기며 즐거워한다. 이제 정확하게 손을 뻗어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되어 혼자서 사과 조각을 집어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아기는 자신의 움직임이 가져오는 결과들에 즐거워한다.

 

이 책에서는 5개월에서 8개월 시기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든 감각이 발달하는 시기'라고 정의해놓았다. 기존에 주로 반사운동에 의해 움직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몸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혼자서 뒤집고, 앉고, 붙잡고 서고, 기어 다니는 등 스스로 움직이게 된 아이의 모든 감각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이런 시기에 그에 맞는 놀이를 통해서 소 근육을 발달시켜주고, 함께하는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책만 보여주면 움켜 쥘려고 하는 통에 한동안 책을 가까이 두지 않고 있다. 책장을 넘기려고 하면 달려들어 잡고, 구기고, 찢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종이 찢기 놀이가 아기들에게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하니, 책 대신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가지고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투레질을 시작한지 꽤 되어서 이 놀이는 자주 해오고 있다. 아이의 배에다 입술을 대고 소리를 내면 깔깔깔 웃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쿵쿵 뛰는 것을 좋아하는지 겨드랑이를 잡고 세워놓기만 하면 장소불문하고 폴짝폴짝 뛰어대는 중이다. 너무 뛰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아이라 점퍼루를 사줬는데, 역시나 깡충깡충 뛰어대면서 재미있어 한다. 걷기를 위한 좋은 준비 운동이 된다고 하니, 더 자주 놀아줘야겠다.

스트레스 때문에, 혹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주지 못했던 부모들이라면 이 책에 있는 놀이들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계별로 필요한 엄마 표 놀이 방법과 더불어 고민상담소라고 해서 각 시기별 질문들이 함께 실려 있는데, 이것 역시 초보 부모들에게는 유용한 팁이 된다. 갓난아기부터 24개월까지 아이들의 놀이는 두뇌 자극 경험이라고 한다. 놀이를 통해 스마트폰, TV, 태블릿 PC 등 아기가 스크린을 보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부모와 친밀함 형성에도 좋을 것 같다. 특히나 퇴근 후에 잠깐, 주말에 잠깐 아이를 보게 되는 아빠들이 이 책에 실린 놀이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활용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가끔 보면 아이를 가졌을 때, 처음 태어났을 때의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하루하루 아이 뒤치다 거리 하는 것도, 일상을 쫓기듯 살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게다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았던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말썽부리고, 미운 짓말 골라서 하고, 부모 말도 잘 안 듣고 그럴 테니 소리지르고, 한숨내시고 하느라 매일같이 행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수많은 최초의 순간, 아이가 나를 보며 빙긋이 웃어주던 순간, 내 품에서 천사처럼 잠에 빠졌을 때의 소중한 순간들을 잊어 버리지 말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 못 이루던 밤들이 쌓이고, 부모가 된다는 일의 그 모든 고통과 기쁨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날들을 잊어 버리지 말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아낌없이 시간을 내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