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스트리트 푸드 - 다채롭고 입맛 당기는 요리 이야기 스트리트 푸드 시리즈
톰 반덴베르게 & 재클린 구슨스 & 루크 시스 지음, 유연숙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스트리프 푸드를 꼭 먹어보곤 한다. 각 나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보다 길거리 음식에서 훨씬 더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뉴욕은 미국의 가장 큰 도시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걸로 유명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모두 만날 수 있으니 더할 것이다. 그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먹던 음식을 그대로 들여와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음식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노점상들에서도 특색 있는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떠올려본다면, 이들은 그것보다 한 단계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가판대나 카트, 트럭들이 빠르게 위치를 이동하고 시기에 따라 영업장소가 아예 바뀌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는 푸드 트럭이 오늘 어디에서 음식을 파는지 알려주는 역할까지도 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 에서도 그런 스트리트 푸드의 매력이 돋보였었다. 영화 속에서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가 레스토랑 오너와의 다툼 후에 쿠바 샌드위치 푸드 트럭에 도전해서 어린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시간 트윗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미국에선 소셜 미디어가 푸드 트럭의 위치도 알려주는 구나 싶어 새삼 소셜미디어의 힘도 느껴지고 말이다.

뉴욕에서는 스트리트 푸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맨해튼에서 정장을 입고 푸드 트럭 앞에 줄을 선 사람들부터 퀸스나 브롱크스 지역의 남미 사람이 운영하는 가판대에서 음식을 사먹는 공장 근로자 그리고 흑인들의 전통 음식인 소울 푸드를 찾는 미식가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음식을 즐긴다.

 

뉴욕의 스트리트 푸드는 핫독, 케밥, 프레첼 등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 속에 실린 무려 60가지나 되는 음식들을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건 너무 한정적이었구나 싶었다.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의 레시피가 저자가 직접 밝혀낸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스트리트 푸드 노점상들이 생계와 직결된 조리법을 쉽게 공개할 리가 없지 않은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조리법이 노점상의 수입으로 직결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그들이 직접 찾아내어, 먹어보고, 요리를 해서 레시피를 알아낸 60가지 요리들은 집에서도 쉽게 따라해 볼 만한 것들이 많아 활용도도 높을 것 같았다.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뉴욕이었다. 당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들의 로망이 뉴욕과 밀라노로 대부분 나뉘었는데, 나는 스타 벅스 컵을 들고 활기차게 출근하는 뉴욕 사람들의 당당함이 좋아 보이기도 했고, 다양한 인종들이 매끄럽게 섞여 있는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아직 뉴욕에 가보지는 못했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뉴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흠뻑 들었다.

 

뉴욕에서는 평일 정오 무렵마다 조직적인 혼돈 사태가 발생한다. 그 시각만 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음식이 필요해! 지금 당장!' 매일 대규모 군단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려고 준비 태세를 갖춘다. 최고급 레스토랑, 오래 전부터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작은 식당, 가지각색의 샐러드 바나 샌드위치 바, 유명한 노점상과 고급 푸드 트럭까지. 관광객과 이민자 그리고 나처럼 경험이 풍부한 뉴요커도 점심시간에 움직이는 군중의 규모와 그들의 신속한 움직임에 혀를 내두른다. 더불어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 선택의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점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 나라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과도 다르지 않는 뉴욕의 정오 무렵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더 대규모라는 점이고,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 뉴욕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는데 지쳐 뭐 좀 새로운 음식 없나 하고 점심시간 마다 동료들과 궁리를 해야 하는 우리네 직장인들에 비해선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넓은 것이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뉴욕 곳곳의 스트리트 푸드 중에서도 가장 탐나는 것은 레드훅 구장의 푸드 트럭 음식 축제이다. 5~6달러만 지불하면 하루 종일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게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식사를 한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레드훅 해안과 낡은 항구 시설, 그리고 19세기에 지은 창고를 따라 달리는 산책까지. 이어지는 반 브런트 거리에 있는 랍스터 파운드의 랍스터 롤과 키 라임 파이가 있는 디저트 가게들까지.. 완벽한 하루 일정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생각에 뉴욕에서 화창한 일요일을 보내기에 이보다 저 좋은 코스는 없다"는 저자의 의견처럼 언젠가 뉴욕에 가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푸드 투어이다.

특히나 뉴욕의 길거리 노점들은 수많은 레스토랑 업장 보다 오히려 더 깨끗하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면 요리사는 고객에게 그 사실을 감출 방법이 없는 것이 노점상이기도 하고, 가판대 내부 공간이 좁아서 보관할 자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중국인 노점상은 겨우 4시에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조리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흔히들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만든 스트리트 푸드는 위생적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길거리에서 음식을 많이 먹어본 뉴요커들은 노점상의 위생 상태가 얼마나 우수한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길거리 노점상들도 주차 금지 규정 덕분에 매일 고양이와 쥐처럼 경찰과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나라의 노점상들과 실상이 그다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도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위생뿐만 아니라 그 레시피에서도 탐나는 것들이 많아 어쩐지 뉴욕의 노점상들이 국내의 그것보다 멋져 보이긴 한다. 불고기, 김치, 파전까지.. 한국적인 색채가 섞인 음식들도 그렇고, 오코노미야키, 랍스터 롤, 키 라임 파이, 사천식 닭 볶음, 그리스 식 샐러드도 군침이 도는 메뉴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은 뉴욕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이자, 맛집 투어 북이자 훌륭한 레시피 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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