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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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한 식당의 지하실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책과 글로만 세상을 배운 남자가 어느 날 400kg에 달하는 금괴를 손에 넣게 된다. 그가 어머니가 남긴 금괴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시작하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화를 앞두고 있는 다음 웹툰의 인기 작품 쓸개가 출간되었다.

엄마는 조선족이었다. 엄마가 살던 고향에선 이런 미신이 있었단다.

아기는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효도한다.

그 미신,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엄마가 곁에 없어 효도는 못 하지만 건강하긴 하니까.

이런 미신에 따라 붙여진 그의 이름은 바로 '쓸개'이다. 인간의 신체 중, 굳이 필요 없는 장기 하나를 뺀다면 쓸개를 뺀다는데 말이다. 출생신고 조차 되어 있지 않은 그는 신상 기록이 없는 무적자(국적이나 학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다. '우쇼우 왕 양꼬치' 식당에서 20년 일생을 살았고, 그곳을 벗어난 적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외부와 단절되어 살아온 그의 장난감은 몸과 책 밖에 없었고, 지하실 환풍기 사이로 보이는 한 웅큼의 볕이 그에겐 세상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연변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구해준 사람인 마오수가 그의 양아버지로 그가 죽어가면서 어머니의 비밀을 하나 알려준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 알게 된 400kg에 달하는 금괴에 대해서.

 

“이 금은 돈이 아니오. 이 금이 돈이 될라믄 많은 거짓부렁이 있어야 하지

이복동생인 희재와 함께 우선 한 덩어리의 금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엄청난 양의 금은 처치하기가 힘들다. 한 덩어리에 무려 10kg이나 하는 금은 그 모양도 특이한데다 녹이려고 해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하니 말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고 금을 정당한 가치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들은 종로의 금방으로 가보지만, 찜찜한 기분에 다시 돌아 나온다. 종로의 거의 모든 금은방에 세실리아 흥업이라는 회사의 문구가 박힌 달력이며, 시계가 쓸개의 마음에 뭔가 의구심을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매고 있던 낡은 가방의 끈이 끊어지며 금괴가 바닥에 떨어져버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금괴를 본 금방의 주인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를 하고, 쓸개와 희재는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쫓기게 된다.

 

작가가 8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9고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때, 그때서야 작화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그만큼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자랑한다. 주인공 쓸개의 복잡한 가족사와 미스터리 한 금괴의 비밀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이 치열하게 그려지고 있어 매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를 자랑한다. 곧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매력넘치는 캐릭터와 바로 영상화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장면 컷들이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부터 웹툰 없는 한국영화는 상상하기 어렵게 되어 버린 것 같다. 할리우드영화가 코믹스와 슈퍼히어로에 매달리듯 한국영화도 소재가 필요할 땐 일단 웹툰부터 뒤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끼>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26> <이웃사람> <전설의 주먹> <은밀하게 위대하게> <더 파이브> 등 이미 영화화된 작품은 물론이고 앞으로 영화화를 기다리는 작품들까지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얼마 전에 엄청난 화제로 종영된 <미생>도 그렇고 이제는 안방 매체에서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도 스크린을 통해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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