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 이지북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자연으로부터 내가 배운 것은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새벽이 온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채널의 모험 프로그램 [Man vs. Wild] [Born Survivor] 등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베어 그릴스의 책은 국내에 여러 권 나와 있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숲 속에서 살아남기, 정글에서 살아남기, 늪지대에서 살아남기 등등 제목만 들어도 극한체험 같은 그의 '무한도전'을 그리고 있는 책들이다. 그는 이미 국내에서도베어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리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디스커버리채널의 모험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여러 가지 생존 기술을 보여주었고, 그 덕에 그를 지구상 그 어떤 혹독한 야생에서도 살아남은 남자, 생존 왕으로 불리게 해주었다. 이 책은 그의 가족 이야기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전 세계 최강 영국 군특수부대 SAS에 입대하기까지 겪었던 혹독한 일들, 척추뼈 세 개가 부러져 다시 걸을 수 없을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도 에베레스트 등반을 꿈꾸고 결국 그것을 실현한 그의 실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흉터와 부러진 뼈들, 끊어질 것처럼 아픈 사지와 욱신거리는 등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들은 내게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작은 암시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저 아마도,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보다 실은 내가 훨씬 더 연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지, 사막, 바다, 정글 인간은 인간이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곳에서 조난을 당하고 또한 이겨내는 세계 최고의 탐험가 베어 그릴스는 사실 유명한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왕족들이 유학을 간다는 영국 명문대 출신이고 말이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고, 가문도 좋았던 그가 왜 이리 험난한 삶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선택은 계획적인 부분보다는, 우연인 경우가 많다. 그의 단짝 친구 트러커와 대학의 예비 장교 훈련소에서 SAS 출신 장교의 모습에 자극을 받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군인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게 된다. 그런데 SAS 입대 후 낙하산 추락 사고로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때 그는 앞으로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지만, 그런 엄청난 절망 속에서도 에베레스트 등반을 꿈꿨다. 항상 모험을 즐겼던 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했고, 그는 결국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한 이후 끝내 등반에 성공한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일,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서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불의의 낙하산 사고로 척추가 세 조각으로 부러지면서 의가사 제대를 한 그가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되자마자 2년 만에 세계 최연소 에베레스트 정복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던 것도 그의 정신력이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때 나이는 불과 스물셋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획기적인 탐험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위기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도전이 되었던 셈이다.

이 책을 읽는데, 문득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 이민 길에 나선 어린 10대 소년 파이가 배가 난파된 뒤 살아남은 사나운 호랑이와 함께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그 이야기에 말이다. 먹고 마실 것도 없거니와, 몸을 따뜻하게 할 것도 없고, 상어 떼의 습격을 받을 수도, 리차드 파커라는 이름의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는 고독하고도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한 소년 파이야 말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 약간 싸우다가 희망을 놓아버리거나, 한숨지으며 살기를 포기하거나, 혹은 어떤 대가를 치르든 싸우고, 불확실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건다. 어린 소년 파이는 명백하게 후자였다. 게다가 그는 살겠다고 결심한 이후,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무서운 호랑이를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 한편으로는 호랑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호랑이 마저 없었다면 막막한 태평양 한 복판에서 절망을 껴안은 채 자신 혼자 남겨질테니까 말이다. 절망이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어린 소년이, 그것도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쩐지 베어 그릴스 또한 늘 이와 같은 상황에서 파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책을 덮으면서 뭉클해졌던 것 같다. 살아 있다면 모든 순간이 서바이벌 상황이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이니까. 내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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