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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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양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 덴고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기차에서 읽은 <고양이 마을>이라는 단편이 생각난다. 한 청년이 가방 하나만 들고 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들르게 된 마을이 사람들은 전혀 없는 고양이들의 마을이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을 원래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열차가 다시 그 역에 정차하는 일은 영원히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곳이 그가 상실되어야 할 장소, 즉 이 세상에는 없는 장소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일종의 환상 소설이었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기가 있는 걸로 간주되어 공포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거니와, 어쩐지 강아지보다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는 길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 모로코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아실라 역에서 대합실과 플랫폼은 물론이고 열차 선로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고양이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역무원들도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그것에 대해 누구 하나 개의치 않는, 우리로서는 낯선 풍경.  규모가 작은 아실라 역에 거주하는 제법 많은 고양이들 덕분에 열차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아 고민했던 저자는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그러다 어느덧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오는데, 그것이 "이번 역은 고양이 역입니다. 고양이 역!"이라고 들릴 정도였다고 하니 뭐.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이곳에서만이라도 고양이를 누려라. 해코지가 없으니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애교를 부린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고양이를 쓰다듬고 껴안고 장난을 친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맘 놓고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사랑해도 된다.”

 

 

모로코의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쉐프샤우엔의 파란 골목에서 동화 속 파란마을의 그림 같은 고양이의 모습이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작가의 여행 에세이 집이다. 동네 고양이를 기록한 <안녕 고양이>시리즈부터, 고양이 여행 국내편인 <흐리고 가끔 고양이>에 이어 고양이 여행 해외편이다. 5년동안 6개국 30여개 도시와 섬을 여행하며 만난 고양이 이야기라고 한다. 고양이의 천국이라는 모로코와 터키, 그리고 일본의 고양이 섬과 대만의 고양이 마을, 인도와 라오스가 이 책의 배경이다. 한국이 고양이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라고 하는데, 마치 사람처럼 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의 풍경은 놀랍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사람과 고양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풍경들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더불어 이 책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의 계절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쉐프샤우엔의 파란 골목의 그림 같은 고양이, 아실라 포구 바닷가 고양이 식당, 잉그리드 버그먼과 험프리 보가트를 닮은 카사블랑카 고양이, 블루 모스크 앞에서 영업하는 고양이들과 영업 당하는 사람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히메지마 섬, 아이노시마에서 만난 고양이 할머니 그리고 고등어 클럽, 쇠락한 탄광 마을에서 인기 있는 고양이 마을로 변신한 호우통. 저자가 여행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우리의 길고양이와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 밑, 컨테이너 박스 뒤, 골목 사이처럼 어둡고 좁은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 죽여 살아가는 우리 나라의 길고양이들을 떠올려보자면 말이다.

 

고양이와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을 찍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로코 아무 곳에나 가서 양해를 구하면 된다.

아저씨! 당신의 고양이와 사진을 한 컷 찍어도 될까요?

 

 

고양이와 함께라면 언제나 좋고, 어디든 좋은 사람들, 때로는 이들이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무슨 일인지 귀찮게 물어보지 않고, 왜 그러느냐고 짜증나게 몰아치지 않고,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동물들이니 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고양이와 사람이 어울려 사는 당연한 풍경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고양이의 무던한 일상과 사람들의 관대한 날들이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할까. 이렇게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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