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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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모든 사람에겐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 있다.


세상에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따지고 들자면 법을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이기때문에 누구라도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범죄에 연루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런 비밀을 남보다 잘 감추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고 싶은 진실이 과연 사실인가.에 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니까.


535페이지면 결코 훅 책장을 넘길만한 읽힐 분량은 아니다. 보통 이 정도 두께면 사건이 많거나, 캐릭터나 주변 묘사가 많거나.. 아무리 재미있는 소설이라도 어느 한 대목은 지루해서 슬쩍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지루한 대목도, 슬쩍 건너뛰고 싶은 부분도 없다. 모든 캐릭터와 사건이 한 방향으로 향해 달려간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구성은 꼼꼼히 얽혀 있다. 불필요하게 곁다리로 이야기가 새는 대목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치밀하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만큼, 완벽하게 재미있다.

 

  

 
20년 전, 여름캠프에 참가했던 네 명의 아이들이 숲으로 들어간다.그 중 두 명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나머지 두 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용의자가 있지만, 그는 다른 범죄는 인정하면서 두 학생에 대한 죄는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라진 나머지 두 명도 어딘가에서 죽었을 거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살아있다면 가족들에게 20년이나 돌아오지 않고 숨어있을 이유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살인사건에서 죽은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던 중에, 그가 바로 20년전에 사라진 아이들 중 한명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죽은줄 알았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여태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나머지 한 명도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주인공은 20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사라진 자신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기 시작한다.


자, 20년전 여름캠프에서 네 명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이 숨기려고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크고 작은 인물들 각자의 비밀이 쌓이고, 욕망이 엃겨 엄청난 진실이 드러난다.

 

"사건마다 달라요. 하지만 첫 번째 단계는 항상 같죠. 의뢰인을 읽는 것. 한마디로, 의뢰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거예요. 그들이 진실을 원하는지, 아니면 거짓을 원하는지, 이혼까지 무리 없이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원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모두 진실을 원하지 않나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현실이 어떠한 흠도 내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과감하게 현실을 비틀어버려요. 남편의 부정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들은 나같은 사람을 보내 남편을 유혹하죠."


재미있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은 이런 것이다. 대부분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의심해서 불륜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하는 이들이란, 배신감에 치를 떨며 절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 그들은 진짜 진실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의 욕망을 위해 가짜 진실을 만들어내는 것도 서슴치않는다는 것. 하지만 누군가는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도 한다는 것.

 

할런코벤도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 책은 꼭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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