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바다 TURN 9
이수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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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기 개발이 아니라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는 핑계일 뿐이지, 똑같아요. 설령 이런 식으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한들 뭐가 변하겠어요?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생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그런 식이라면 이 실험이 성공해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에요. 또 뭔가를 망가뜨리겠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죽어나가는 건 변방에 있는 사람들일 테고요.                 p.40~41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마지막 몇 년 동안, 인류는 기후 재앙에 대처하는 대신 전쟁에 돌입했다. 곳곳에서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던 대부분의 전쟁이 소강 상태에 들어간 2056년 10월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리랜서 용병인 오하나는 다국적기업인 SG의 의뢰를 받아 해양생명공학자 아이서를 찾아 다니는 중이다. 군인 출신의 오하나는 전쟁을 위해 인간 무기로 만들어진 사이보그 용병이었고, 아이서는 한때 연구원이었지만, 현재는 SG가 주관하는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중이다.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짠물호수를 만들어 지구 온도 상승을 막고, 물과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곳에서 각종 해조류가 자라며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면, 그것을 재료로 바이오 연료,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생산해 세계로 내보낼 것이다. 해조류가 많이 자라는 지역은 해양 산성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바다 생태계 보존율도 높다. 그렇게 대기 중 탄소를 대량 흡수해 인류가 처한 기후 재난을 다소 되돌릴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프로젝트가 SG의 기만적인 영리사업일 뿐이라고, 결국 사막을 붕괴시키고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SG는 오하나를 보내 아이서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오하나와 아이서는 우여곡절 끝에 여정을 함께 중앙아시아의 너르고 황량한 땅을 종횡무진 오가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프로젝트에 얽힌 진실과 음모를 모두 밝혀내고 기후 재난 시대의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저 인간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뭐 하러 계속 사는데요? 계속 살 거라면 뭔가를 믿어야 해요. 인간의 선의를 믿고, 희망을 믿어야 한다고요. 지금도 우리는 세미라 씨 덕분에 살아 있잖아요!"

"아니, 자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고. 뭘 믿느냐와 어떻게 사느냐는 꼭 일관되지 않는 법이거든. 그리고 나에게도 중요한 건 있어. 난 무엇보다 내 일이 중요해......"                p.125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이다. 이수현 작가는 소설가뿐만 아니라 SF•판타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포스윙 시리즈, 수확자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비롯해서 옥타비아 버틀러, 어슐러 K. 르 귄, 할란 엘리슨 등의 작품들을 모두 번역했으니 말이다. 작가는 여성 사이보그 용병과 해양생명공학자의 로드무비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 SF적인 재해석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로 소설적인 재미를 주었고, SF소설 특유의 상상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도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해 주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통해 매력적인 서사로 그 중요성을 많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수현 작가는 '세상이 이 모양인데 이런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지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불타고 있을 때 오직 재미있는 소설로 버텨낸 적이 있기에, 독자들도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재미와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중앙아시아는 작가가 무척 좋아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주요 4개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지금의 신장위구르 지역은 모두 여행으로 방문한 적이 있기도 하다고 말이다. 소설 일부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여행 중에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 이국적인 풍경들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일 듯 느껴져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생겼으니, 언젠가 여행지를 정하게 될 때 분명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자, 한계 없는 턴의 새로운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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