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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3부작 세트 - 전3권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외 지음, 승주연 외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사건을 갈망하고, 변화가 주는 기쁨을 목말라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계절 내내 한곳에 머무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그렇게 가을, 겨울이 많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준다는 것조차 그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첫눈, 고백> 중에서, p.73
'머묾'의 세계문학 시리즈, 그 첫 번째 <사랑 3부작> 세트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순정, 19세기 프랑스의 욕망, 20세기 미국의 상실을 담은 세 권의 작품이 아름다운 장정으로 만들어 졌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번역과 감각적인 표지 이미지, 그리고 감정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매거진형 에디션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덕분에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사랑의 첫 떨림은 언제나 슬픔의 첫 예감이다."
기 드 모파상 『첫눈, 고백』
"사랑은 이기적이고, 욕망은 솔직하다"
F.스콧 피츠제럴드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사랑은 사라져도, 그 잔향은 영원하다"

고전 문학이야 여러 다양한 판본으로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책이라 수집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내지 구성이 아주 돋보이는데, 첫 페이지를 펼쳐 보자 마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해에 고전 문학을 읽어 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책이 예쁘면 더 잘 읽힐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같은 작품인데도 읽을 때마다 다른 경우가 있다. 문학이라는 장르, 그 중에서도 특히 고전 문학들이 그러하다. 학창시절 읽었던 책을 10년 뒤에, 혹은 20년 뒤에 다시 읽었을 때, 여전히 그 작품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란 거의 없다. 우리가 고전을 읽고 또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학창시절에는 어렵게 느껴지거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고 보니, 쉽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읽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축축하고 무거운 밤공기는 달아오른 내 얼굴을 덮쳤고, 곧 뇌우가 몰아칠 듯했는데, 시커먼 먹구름이 점점 많아지더니 연기처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가며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산들바람에 시커먼 나무들이 불안하게 흔들렸고, 어딘가 지평선 너머에서는 천둥소리가 화난 듯 둔탁하게 울렸다. <첫사랑> 중에서, p.71
세 권 중에 뭘 먼저 읽어 볼까 고민하다,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 투르게네프의 작품부터 만나보았다.
한 열여섯 소년이 우연히 만난 스물한 살 여인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는 '무언가 매력적이고, 강압적이며, 다정하고, 조롱하는 듯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면'을 홀린 듯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아직 미성숙한 소년을 압도한다. 첫사랑이란 감정은 순수하고 미숙한 만큼 더욱 속절없이 상대에게 몰입하게 만드는데, 그 달콤하고도 황홀한 기쁨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생각지도 못했던 연적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 그로인해 첫사랑의 열병도 끝이 난다. <첫사랑>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투르게네프가 스스로 '가장 자전적인 작품'이라고 밝혔으며 자신의 감정과 가족사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누구나 다 알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한번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읽어본 적은 없는 것이 바로 '고전'이다. 세계 문학 읽기, 그 중에서도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고전 문학 읽기란 사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보통은 페이지가 두툼하고, 행갈이 없이 이어지는 만연체는 졸리기만 하고, 발음하기 힘든 지명들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가득해 어렵고 읽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읽기를 한 번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아름다운 장정의 고전을 고르는 게 좋다. 책이 예쁘면 그만큼 더 읽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읽게 될테니 말이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잠시 쉼이 필요할 때,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싶을 때, 순수함을 잃어 버린 나에게 특별한 처방이 필요할 때, 고전 문학을 읽어 보자. 수많은 고전 중에서 선택이 어렵다면, <사랑 3부작> 세트를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