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식량 시스템에서 가장 싸고 풍부한 재료는 설탕 같은 단순당,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 그리고 지방이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갈망하도록 프로그램된 재료들이다. 인류가 열량을 얻기 힘든 세상에서 진화해온 탓에, 우리는 지방과 설탕이 많이 든 음식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영국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중 80퍼센트 이상이 건강에 해롭다. 이는 식품 제조업체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건강에 해로운 식품은 더 쉽게 팔린다.                p.13


우리는 지금 저렴하고 건강에 해로우며 뿌리치기 힘든 가공식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초코바의 종류가 채소보다 많으며, 쉽게 접할 수 있는 간편식들은 무려 30가지가 넘는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종류의 음식은 대량으로 판매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현대인들이 비만이나 식이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자 먹은 음식에 대한 책임이 개인의 잘못된 결정과 의지력 부족 탓이 아니라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사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우리의 식욕과 행동이 식량 시스템의 작동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짚어보고, 식량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쉽게 카페에서 살 수 있는 '수제' 샌드위치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그 속에 포함된 성분들을 보면 '수제'라는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잠시 어리둥절해 진다. 밀가루, 달걀, 설탕, 효모, 카놀라유, 그리고 맥아밀, 밀 글루텐, 지방산 모노글리세리드, 디아세틸 타르타르산, 텍스트로스..... 등등 이름을 봐도 무슨 성분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목록 중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으로 보이는 카놀라유조차 수많은 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한 샌드위치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음식들이 그럴 것이다. 또한 그 수많은 과정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소비자가 알 필요 없다고 결정되었을 뿐이다. 또한 재료와 음식들을 구매해서 먹는 우리 또한 그러한 과정들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어 온 것이기도 하다. 식품 메커니즘의 진실을 알고 나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마트의 풍경들이, 음식점의 메뉴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것이 나 자신을 아프게 하고, 지구를 뜨겁게 하고, 어디선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식샹 시스템이 이대로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이 찌고 아픈 이유는 살찌고 아프게 하는 먹을거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은 우리 손으로 만든 비만 유발 환경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정크푸드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데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주변 환경을 바꾸거나, 아니면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을 바꾸거나. 기이한 점은 첫 번째 선택지가 두 번째 선택지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21


이 책을 읽으며 2주 동안 식단 일지를 작성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놀라웠던 것은 얼핏 건강해 보이는 식단도 비가공 식품, 가공 식품, 초가공 식품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초가공 식품은 의식적으로 먹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가공 식품의 범위가 넓어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공 식품이란 고기, 채소, 견과류 등 식물이나 동물에서 직접 얻으며 세척이나 냉동 같은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말한다. 가공 식품이란 베이컨, 치즈, 과일 및 채소 통조림, 훈제 연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빵 등 비가공 식품을 염장이나 발표, 절임 처리해서 가공한 제품을 뜻하는데, 생각보다 가공 식품에 해당되는 음식들이 많았다. 초가공 식품이란 과자, 디저트, 대량생산 빵, 재가공된 육류 제품, 간편식 등 설탕, 기름 등의 가공 식재료가 소량이 아닌, 요리의 주를 이루는 식품이다. 첨가물이 가미되어 보기 좋고 맛있으며 오래가는 음식인데,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을 내어 중독성이 있다. 


저자는 '변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건강하다거나 지속 가능하다고 철석같이 믿어온 것이 종종 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지방이 전지방보다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고, 지역 농산물이 수입 식품보다 탄소발자국이 더 많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식량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오해를 걷어 내고, 무대 뒤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먹으면서 만족스러운 음식과 오히려 공허해지는 음식에 대해서 돌아보고, 간식이나 '자기 보상 음식' 등 먹을 때는 행복하지만, 먹고 나면 우울해지는 음식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초가공식품이 만든 새로운 질병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나쁜 식사의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면, 우리의 식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