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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미식 생활
이다 치아키 지음, 장하린 옮김 / 이아소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리에 대단히 공들이는 것도 아니고, 미식가도 아니라도, 먹고, 마시는 것은 날마다 찾아오는 즐거움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 오늘은 무슨 장을 볼까? 가족들의 끼니를 챙기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만든 음식을 함께 맛있게 먹다 보면 배가 부른 만큼 마음도 따뜻해진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이다 치아키의 첫 에세이 만화인 이 책은 일상 속 먹을 것에 얽힌 이야기를 소소하게 들려준다. 음식이 주는 기분 좋은 설레임을 일러스트로 풀어냈는데, 그림체 자체가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느낌이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소소한 미식 생활에서는 집에서 간단히 차려 먹는 아침과 점심, 과자 만들기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아침은 주로 빵과 커피로 시작하는데, 각양각색 샌드위치와 토스트, 그리고 가끔 아침 식사 대신 먹는 편의점 찐빵이 등장한다. 쌀밥이 있는 아침은 아주 가끔인데, 재료를 듬뿍 넣은 돈지루와 달걀말이, 콩가루를 얹은 밥 등 소박하지만 맛깔난 한상을 보여준다.
2장 우리 집 식기편은 식기를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에피소드들로 꾸렸다. 직접 산 식기, 선물 받은 것들이 슬금슬금 쌓여서 부엌곳곳에 식기가 있다. 애착이 가는 식기가 늘어나면 요리도 즐거워진다는데,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좋았다. 좋아하는 식기에 담아 먹는 식사가 더 맛있고, 즐겁다는 사실은 불편인 것 같다.

3장 맛난 게 제일 좋아에서는 동네 식당에서 먹는 점심 메뉴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최애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마음과 시간이 널널해진 주말의 특별한 식사는 식탁에 음식을 잔뜩 벌여놓고 느긋하게 즐기는 브런치이고, 동네에서 맛있는 파스타 메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그럼에도 최애 파스타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파스타라고. 뱅어 페퍼론치노, 명란 파스타, 미트 소스 파스타까지 간단한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어 다음에 만들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4장 새로운 식탁에서는 이사를 앞둔 새집에서 보낸 일상과 집에서 일하며 마시기 시작한 차한잔의 시간에 대해 그렸다. 각양각색의 다기들과 냉침으로 먹는 여름의 차에 대한 페이지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사에 맞춰 새로 장만한 식탁, 그리고 인테리어도 되며 활용도가 높은 다양한 식탁보에 대한 생각도 재미있었다.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그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일이 또 오늘 같이 반복될 거라는 거라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지루한가. 거기다 오늘도, 내일도 늘 비슷한 반찬에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식사가 된다면 식사 시간이 즐거울 수가 없다. 깨끗한 재료들과 정확한 레시피, 그리고 발과 프라이팬과 양념들로 정직한 노동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도 참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음식을 먹다보면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은 내일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로움이 생긴다고 할까. 세상에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게 또 뭐가 있겠냐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어떤 문제도 더이상 껴안고 있겠다는 마음이 사라지게 되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음식을 둘러싼 경험이 접시에서, 사람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이어주고, 외식으로 먹었던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보며 바깥과 안을 연결하면서 말이다. 오늘 뭐 먹지? 라는 말에는 조금의 설레임 같은 것이 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한끼를 생각하며, 이 사랑스러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