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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식사할 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을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메뉴판은 이런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기록한 문서다. 식사 전에도, 식사 중에도, 식사 후에도 우리는 함께한 식탁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이자 추억으로 남기려 한다. 메뉴판은 바로 그 보편적인 욕구의 증인이다. 메뉴판은 상상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도구가 아니라, 바람을 이루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매개다. p.29
외식을 자주 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는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구경하는 것도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메뉴판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외식 문화가 많이 발달했고, 누구나 쉽게 레스토랑과 식당에 가는 시대이다. 덕분에 메뉴판은 그곳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보다 다양해졌고, 근사해졌다. 그렇다면 수세기 전에도 메뉴판이 존재했을까? 메뉴판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으며, 그 시대에는 어떤 요리들이 메뉴판 속에 있었을까?

이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메뉴판의 역사를 통해 세계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실용적인 의미에서의 메뉴판, 즉 제공되는 음식의 목록으로서 메뉴판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파리 초기 레스토랑들이 사용했던 메뉴판은 별다른 장식 없이 큼직한 종이에 음식 목록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메뉴판이 일종의 예고편처럼 손님에게 주방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날의 메뉴판은 식당에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메뉴판이 시간이 지난 뒤 당시의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가 된다는 것이다. 메뉴판은 그것이 사용될 당시의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대중 예술과 인쇄 기법, 나아가 소통 기술의 변화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식사가 실제로 이루어지던 순간과는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내용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식탁에 앉아 메뉴판을 읽던 식사자와는 허기와 개인적 취향이라는 강력한 동인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대의 독자들은 메뉴판을 집어 들며 메뉴가 제시하는 개념과 그것을 읽는 즐거움을 기대한다. 메뉴판에 제시된 '항목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메뉴가 구성되고 디자인된 시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p.280~281
우리는 식사할 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을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메뉴판은 이런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음을 기록한 문서이기도 하다. 상상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메뉴판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도구가 아니라, 바람을 이루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매개다. 이 책은 메뉴판을 통해 과거의 식사 장면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메뉴판 속에 깃든 한 끼 식사의 의미, 특정한 장소의 분위기, 특별한 손님의 참여, 그리고 메뉴의 삽화를 그린 예술가의 상징적 세계까지 읽어낼 수 있다. 메뉴판을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교차하는 문화적 기록물로서 바라본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했다.

루이 15세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메뉴판부터 유명 화가들이 삽화를 그린 식당의 메뉴판도 있었다.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메뉴판도 있었고, 어린이를 위해 만든 알록달록하고 놀이가 가능한 메뉴판도 있었다. 음식을 고르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는 굿즈와 같은 메뉴판도 있었다. 왕족의 권력이 돋보이는 만찬 메뉴와 호화 열차의 코스 요리, 어린이 메뉴와 채식 식단의 탄생까지, 메뉴판이 보여주는 사회 풍경들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사진과 자료가 삽화로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누드 사철 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펼쳐서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스타 셰프들이 연예인처럼 인기를 얻고, 흑백 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거기다 맛집 웨이팅 문화, 핫한 디저트의 유행 등 요리와 일상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다. 게다가 오늘날의 식문화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식 문화의 변천사에는 언제나 '메뉴판'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메뉴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것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고, 미식 문화의 발전 과정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