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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나도 이 생각 때문에 괴로울까? 아니면 루나는 이런 일들을 머릿속에서 밀어내는 데 능숙한 걸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파커는 함정에 빠졌다. 루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우리에 갇힌 두 마리의 쥐 같았다. 서로를 망가뜨릴 수도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상대의 비밀을 누설하면… 결국 둘 다 망가지게 될 테니까. p.75
니콜라는 자신과 아들 파커의 유대 관계가 특별하다고 항상 확신했다. 친밀감과 이해가 있다고 믿을 만큼 가까운 모자 관계였으니 말이다. 어릴 때부터 파커는 아빠보다 엄마와 함께 뭐든 하는 걸 좋아했고, 엄마를 챙기는 마음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되었다. 하지만 파커가 루나와 결혼한 뒤로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결혼한 지 9년 동안 그들의 집에 들른 횟수는 겨우 두 자릿수가 될까 말까였고, 아들 집에 초대받은 횟수는 더 적었다. 루나는 부유한 부모 덕에 풍족하게 자란 딸이었고, 파커와 결혼한다는 것부터 탐탁치 안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콜라는 가끔 손자인 바니를 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파커와 루나 부부가 파티장에 가기 위해 바니를 맡기러 왔다. 파커는 돌아가면서 단둘이 할 말이 있다며, 내일 오전에 들르겠다고 말을 한다.
그날 새벽, 경찰이 니콜라와 칼을 찾아온다. 파커와 루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위중한 상태라는 거였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파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니콜라는 엉망진창이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내 아들일 리 없어. 그럴 리 없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당분간 바니는 자신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간호사로부터 집 열쇠를 받아 가려는데, 정신이 든 파커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한다. "거기... 가지...마세요."라고. 하지만 니콜라는 바니의 장난감과 옷들을 챙기러 파커의 집에 가고, 그 집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는 사실과 파커와 루나가 각 방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은 왜 이모든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던 걸까. 짐을 챙겨 나오려다 이웃들이 쓰레기봉투를 내놓은 걸 보고 쓰레기를 버려주려다가 자신이 주었던 사진이 버려져 담겨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쓰레기 봉투를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루나의 물건들과 함께 봉투에 담긴 사각 스카프가 나온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스카프 같았다. 최근에 계속 보도 되었던 살인 사건의 증거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스카프가 아들의 집에 있었던 걸까?

그땐 삶이 참 단순했다. 나는 파커를 그 애 자신보다 더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파커는 자기 삶에 우리를 들이지 않았고, 어쩌다가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 준 것들은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신중하게 고른 것들이었다. 파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가지고 놀았고 내가 전부 다 괜찮다고 믿게끔 했다.
그런데 이제, 지금껏 파커가 내게 둘러댄 모든 것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289
니콜라와 파커는 언제나 끈끈한 관계였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자신의 아들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믿지만, 대체 왜 경찰이 찾는 스카프가 아들의 집에 있었던 것일까. 왜 파커는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집에 가지 말라고 경고를 했던 걸까. 니콜라가 자신을 질식시키려고 위협하는 수많은 감정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병원에서 파커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연락이 온다. 니콜라는 급하게 병원으로 가서 파커를 만나고, 파커는 스카프를 당장 버리라고, 누라가 자신을 망가뜨릴 거라는 말을 남긴다. 루나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걸까. 파커는 왜 스카프를 당장 버리라고 했을까. 니콜라는 파커가 끔찍한 범죄에 연루되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엄마와 책임감 있는 시민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과연 니콜라는 불쌍한 젊은 여자의 목숨을 빼앗아 간 의문투성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증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숨가쁘게 교차 진행된다. 파커와 루나 부부, 그들의 부모인 니콜라와 마리,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시점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다. 루나는 발견된 스카프를 증거로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마리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사위와 그 집안을 정리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니콜라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범일 리 없다는 믿음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쓴다. 파커가 부모와 거리를 두고 숨기려고 했던 게 뭔지, 소유욕이 강하고 질투가 심했던 루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탄탄한 복선과 숨 가쁜 전개,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치지 않는 서스펜스와 반전까지 극강의 롤러 코스터같은 작품이었다.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많이 읽어온 독자들은 스토리가 중반쯤 이르면 대부분 결말에 대해 눈치를 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중 시점 구조를 영리하게 활용해 거의 후반부에 도달할 때까지 진상을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단 한 페이지도 건너뛸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심리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