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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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결함은 만인을 싫어하는 경향이군요."

"그리고 당신의 결함은," 받아쳐 말하며 그는 설핏 웃었습니다. "멋대로 만인을 오해하려는 경향이고요."

"어서요, 이제 우리 음악 좀 들어요." ─  미스 빙리가 소리쳤어요. 자기가 끼어들 자리가 없는 대화에 지쳐버린 거죠 ─ 

... 그리고 다아시 씨는, 몇 초쯤 생각을 되짚어보다가, 대화가 끊긴 게 아쉽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엘리자베스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는 건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p.108~109


올해 초 '제인 오스틴의 편지함'이라는 뉴스레터를 구독했었다. 김선형 번역가의 글을 통해 거의 일년 내내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 문학 번역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았다. 그리고 그 기획이 시작이 되어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 시리즈는 제인 오스틴이 태어난 지 정확히 250주년이 되는 2025년 12월 16일을 시작으로, 매년 두 권씩 삼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두 작품에 대한 번역가의 에세이도 해마다 함께 출간된다. 제인 오스틴의 생일에 맞춰 초판 발행일자를 맞추는 것부터 번역가의 애정 가득한 에세이를 함께 내는 것까지 정말 사랑스러운 기획이다. 


<오만과 편견>은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역자 버전으로 읽어 왔다. 다양한 판본으로 가지고 있지만, 매번 홀린 듯이 데려오게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19세기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21세기에도 웃음을 자아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감탄하며 읽게 된다. 두 남녀가 첫 만남에서 서로가 가진 편견으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대고,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은 현대의 로코물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서사다. 이는 제인 오스틴이 이 작품을 썼던 1813년으로부터 전혀 시간적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소설 기법 또한 매우 현대적이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속절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또한 독보적이다. 




그로서는 대단한 승리를 거둔 셈이지, 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주 생각했어요. 불과 넉 달 전 오만방자하게 거절한 청혼인데 이제 와서 기쁘고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니,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득의양양할까! 물론 같은 성별 중에서야 누구보다 너그러운 사람이라는 데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지요. 하나 그도 사람인 이상 승리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엘리자베스는 지금에야, 성정과 능력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정확히 자기와 어울릴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p.503~504


재산이 많은 미혼 남자가 어떤 마을이든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마땅히 자기 딸이 이 남자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믿는, 그런 시절이었다.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다아시와 빙리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베넷 부인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딸들을 시집보내는 것이었고, 기왕이면 딸들이 결혼으로 신분 상승하기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대저택 네더필드의 무도회장에서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다아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무뚝뚝한 태도에 ‘오만하고 무례한 남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다아시는 그녀를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자유분방한 여자'라고 판단한다. 그렇게 첫 만남에서 서로가 가진 편견으로 인해 그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의 원제는 '첫인상'이었다.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두 사람의 잘못된 '첫인상'을 만들었고, 그것이 서로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했다. 로에 대한 오해로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기본적으로 전개되는 플롯일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플롯을 가장 고전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장르를 통해 수없이 변주되어 왔다. 영화도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수차례 제작되었고, 속편 형식이나 관점을 바꾸는 등의 각색으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완전히 장르를 바꾸어져 색다르게 다시 쓰이기도 했다. 게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현대판 개작으로 탄생하기도 했고, 웬만한 로맨틴 코미디물들이 대부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인 오스틴의 작가적 가치를 떠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읽을 때마다 재미있는 책이 또 있을까. 촌철살인의 위트와 생기 넘치는 대화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허구의 인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 제인 오스틴을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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