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색 미술관 -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그림 역시 루소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평면적인 표현에 공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림이 공개된 대는 외젠 들라크루아나 앙리 마티스 같은 당대의 화가들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그곳의 자연 풍경과 원시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렸던지라 이국적인 분위기와 루소만의 개성이 물씬 풍기는 신비롭고 감각적인 그림에 많은 사람이 호평을 보냈어요. 시대적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죠. p.49
<파란색 미술관>에 이어 '색으로 보는 미술관' 그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초록빛 자연의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초록색 미술관>이다. 초록색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피곤할 때마다 초록의 숲을 그리워하게 되는 유전자가 사람의 본성에 내재한다는 연구도 있고, 자연의 색인 초록색이 정서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아름다운 초록 풍경을 담은 그림 15점을 중심으로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캔버스 가득 채운 푸르고 울창한 수풀이 보기만 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그 자체로 치유가 되는 그림을 그린 카미유 피사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방법을 가지고 꿈꿔온 세상을 표현했던 앙리 루소, 붓으로 선을 긋거나 색을 채워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물감을 수많은 점으로 찍어내며 완성하는 점묘법을 창시한 조르주 쇠라, 끝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미술사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폴 세잔, 세상의 시름과 근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온기를 화폭에 담아낸 구스타프 클림트 등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초록빛 예술을 향한 그들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책이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작품들도 있었고, 조금은 낯선 그림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인상적이었던 것은 클림트가 아터제호수에서 그린 풍경화들이었다. 클림트하면 바로 떠오르는 황금빛 작품들 못지않게 소박한 자연의 풍경이 보여주는 초록빛 색채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온기를 받아야 살아납니다. 시든 식물에 물과 햇빛을 주면 다시 싹이 트듯, 상처받은 사람도 관심과 배려를 받으면 삶의 의지를 되찾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대체로 배려심과 이해심이 깊으며, 조건 없는 도움을 아끼지 않기에 그와의 관계는 오래 지속됩니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친구가 있었습니다. p.285
'자연=초록색'이라는 공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초록색은 자연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생명, 휴식, 풍요, 에너지, 희망, 행운 등 긍정적인 의미들을 듬뿍 담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책상 위에 화분 하나를 놓아두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나무를 만지는 것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맨손으로 정원일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식물, 자연의 초록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란 생각보다 매우 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서양에서는 12세기부터 초록색이 악마의 색으로 여겨지며 사탄 혹은 악마를 그릴 때 초록색을 주로 사용해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초록색이 자연의 색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인 낭만주의시대에 이르러서였다고 하니, 초록색에 대해 긍정과 부정, 두 가지 감정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클림트가 남긴 40여 점의 풍경화에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광활하거나 소박한 자연의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클림트는 모국에서 매서운 비평과 비난에 부딪히며 상처를 입었고, 결국 빈예술가협회를 탈퇴하게 된다.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거리를 두었던 클림트가 비평가들과 사회에서 받은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매년 여름 위안과 안식을 얻기 위해 빈을 떠나 몇 달씩 머물렀던 곳이 바로 고즈넉한 아터제호수이다. 그는 그곳에서 하루 세 번씩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그러한 배경을 알고 나서 보게 되는 그의 풍경화들은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넉넉함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잠시 쉬어가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자연의 청량하고 순수한 멋을 간직한 초록색 그림을 바라보라고 이 책은 권해준다. 초록이 고단함과 공허함을 안아줄 안식의 공간이 되어 주고, 삶의 어려움을 들어줄 포근한 친구가 되어줄테니 말이다. 잔잔한 평온과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초록색 미술관>을 소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