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식물의 문화사
마이크 몬더 지음, 신봉아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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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내식물은 몇 년씩, 때로는 몇십 년씩 우리와 동거한다. 어떤 식물은 우리의 배우자보다 오래 생존하고, 여러 세대에 걸쳐 한 가정 내에서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구입하고 교환하고 때로는 훔치고 선물로 주고받는다. 이러한 실내식물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우리 삶에 기쁨과 풍요를 더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기르는 식물들은 수세기에 걸친 식물채집 역사의 잔해들로, 대부분 생리적으로 강인하고 집 주인에게 외관상 매력적인 종들로 선별 구성되었다.             p.24~25


밝은 햇빛과 무성한 녹색 식물이 인간을 낙관적으로 변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우리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내로 자연을 들여오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플랜테리어가 유행하고,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자연환경과 실내 환경이 하나의 장소에서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인테리어까지 있으니 말이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켜 '식집사'라고 하는데, 이들에게 식물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가족 구성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식물이든, 방치되어 잎이 누렇게 시든 식물이든 실내식물은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우리에게 자연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이 책은 '실내식물의 역사부터 시작해 오늘날 실내식물의 입지와 실내식물 시장의 규모, 실내식물에 대한 연구와 기술의 발전, 실내식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그리고 식물의 인류의 공진화까지 다루고 있다. 실내식물의 역사가 우리의 생활방식이 변해온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이국적인 열대식물이 세계 곳곳의 실내환경으로 그 서식지를 넓혀나간 이야기부터 지금의 신래식물을 있게 한 육종가들의 연구와 기술의 발전, 오늘날 식물을 활용한 실내조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빅토리아시대의 유리 장식품인 워디언 케이스, 그리고 유전학과 건축학의 절묘한 만남에 이르기까지 식내 식물의 세계를 탐험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길어진, 도시의 인간미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원을 소유한 사람들은 줄어들고, 부동산을 임차하는 사람들은 보통 정원을 가꾸는 데 시간을 쏟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실내식물은 반짝이는 녹색 생명에 대한 인간의 내재적 욕구를 반영한다. 실내식물은 대부분 열대지방이나 아열대지방에서 유래한 것이다. 관엽 식물이라 불리는 사계절 내내 초록 잎을 볼 수 있는 식물들이다. 그냥 식물 몇 개 갖다 놓은 게 전부인데도, 그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그 변하지 않는 초록컬러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식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데, 그 차이는 식물의 생명력에서 온다. 그야말로 초록이 주는 힘이다. 




실내식물의 전통적인 역할, 다시 말해 장식물로서의 역할은 건물의 디자인과 물질대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는 집안 공기의 질을 개선하려면 왕성하게 잘 자라는 식물을 아주 많이 키워야 하며 이와 관련된 건축적, 공학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패트릭 블랑의 그린 빌딩과 도시 협곡이라는 비전이 더해지고 도시 바이옴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짐에 따라, 우리는 식물이 방들을 연결하고, 건물을 뒤덮고, 둘둘 말린 채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삼차원의 관계이다.             p.147~149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제일 많이 보이는 포인세티아라는 식물이 있다. 잎이 빨간색이어서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 트리느낌도 나고, 화사한 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식물이다. 오래 전에 포인세티아를 두 개 데려온 적이 있다. 식물을 꽤 많이 키워왔기에 포인세티아가 데려온 지 며칠 만에 시들어 버려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아니, 절화도 아니고 뿌리가 있고 흙에 심어진 식물인데 왜 이러지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포인세티아는 실은 가지를 잘라 화분에 꽂아둔 것으로 몇 달 안에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애초에 실내식물로서 키울 수 없는 식물이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식물을 이백 종류 넘게 키워본 식집사로서 나름 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내가 몰랐던 정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더 흥미진진했던 책이었다. 




무엇보다 삽화와 이미지가 굉장히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굉장히 퀄리티가 뛰어나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각종 식물들의 사진부터 수채화, 목판화 등 시대별 그림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식물에 관한 작품들과 식물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는 사진, 그리고 식물 연구에 관한 각종 자료까지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정작 실내식물의 식물학적 역사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실내식물이 수동적인 부속품이 아니라 우리 생활공간의 생태와 상호작용하는 생명체라는 점과 실내식물이 가족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종종 개인적인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부분에서 밑줄을 그으며 매우 공감했다. 식물이 과거, 현재, 어쩌면 미래와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이 너무도 현실적이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거실과 창가와 사무실 선반에 두는 흔하고 평범한 식물이 우리 주변의 일상 환경에서 가장 해로운 독소를 일부 흡수해준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만성 피로증후군이 자연의 결핍에서 온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지금 당장 우리 주변에 식물과 자연을 두는 삶을 경험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숲 속을 걸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면역력이 강화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산책을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자연환경과 실내환경을 결합시키는 거다. 실내 공간에 식물과 적절한 조명을 설치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돌보면서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즐길 수 있다면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자, 아름답고 매혹적인 실내식물의 세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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