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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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스는 하나의 독특한 동물, 일찍이 본 적 없는 동물을 알아 가는 중이었다. 이 동물이 하나의 새라는 사실을 이제 막 깨달아 가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이 동물은 아직 온전한 새가 아니었다. 보통의 새라기보다는 물 밖에서 숨을 쉬는 물고기나, 헤엄을 잘 치는 거위에 더 가까웠다. 아니면 비늘 대신 깃털이 나 있고, 제구실을 못하는 날개가 달렸으며, 맹금류의 것을 닮긴 했지만 역시 쓸모가 없어 보이는 부리를 가진 키메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동물은 여러 면에서 정상이 아니었다.            p.39


펭귄은 남극에서 사는 동물로 알고 있지만, 오래 전에는 북극에 살았던 펭귄도 있었다. 그러나 펭귄처럼 생긴 대형 바다새인 큰바다쇠오리는 남획으로 인해 1844년 멸종했다. 육지에서 몸을 세워 펭귄처럼 걸었고, 호기심이 많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영에는 매우 능숙했지만, 몸에 비해 날개가 작아 날지 못하는 새였다. 보호 조치가 마련되기 전에,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하게 된 종이라 오늘날 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큰바다쇠오리'와 인간이 만나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은 아이슬란드의 한 섬에서 큰바다쇠오리들이 겪는 재난의 현장으로 시작된다. 가파르게 솟은 바위섬에서 큰바다쇠오리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가들다가, 덤벼드는 광경이 이어졌다. 어떤 자들은 몽둥이로 때렸고, 또 어떤 자들은 몸부림치는 새들을 있는 힘껏 누르거나 목을 비틀었다. 살생의 장면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날아다니는 새들이 울면서 해안 절벽 주위를 돌았고, 새들의 시체 더미가 쌓여갔다. 그로써 섬에는 살아 있는 동물이 단 한 마리도 없게 되었다. 그들은 큰바다쇠오리의 연한 고기, 단백질이 풍부한 엄청나게 큰 오믈렛을 저녁 식사로 먹을 것이다.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는 작은 배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바닷속에서 어떤 검은 형체를 발견하고 잡았는데, 매우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오귀시트는 큰바다쇠오리를 배로 끌어 올렸고, 큰 배로 옮겨 타 새장에 가두었다. 그렇게 오귀스트와 큰바다쇠오리의 관계가 시작된다.  




귀스는 또다시 궁금증을 느꼈다. 이 큰바다쇠오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불안해하는 것처럼 이 새도 불안에 빠져 있을까? 어떤 균형이 깨지면서 세상의 무언가가 어그러지고 있는데 이 새도 그것을 느낄까? 프로스프의 처지가 되어 보면 이상한 기분을 느낄 게 분명해. 하나밖에 없는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 게다가 귀스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큰바다쇠오리의 언어를 할 줄 모르고, 함께 헤엄을 치지도 않으며, 함께 새끼를 만들 수도 없는 존재야.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귀스에게 찾아왔다. 자신이 큰바다쇠오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p.181


오귀스트는 큰바다쇠오리에게 '프로스프'라 이름을 붙이고, 집에 데려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산 채로 잡아서 집에 데려온 프로스프가 자신에게 위법을 저지르며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참사를 목격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감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관찰과 기록을 거듭하며 점점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인간은 동물을 팔거나 잡아먹어야 하고 아니면 동물에게 일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귀스트는 점차 동물과 촉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눈에 보이는 모든 움직임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을, 자신과 완전히 다른 종이 가진 규칙의 세계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렇게 그는 큰바다쇠오리에 관해 지상에서 누구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가며, 점점 새를 대상이 아닌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 종들의 소멸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라져 가는 생명을 바라보는 한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논픽션'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점이 아쉬웠을 정도로 읽는 내내 멸종 위기종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먹먹한 이야기였다. '큰바다쇠오리'가 멸종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이렇게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인 시빌 그랭베르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과 함께 태어났다가 혼자 남은 채로 죽음을 맞은 새를 머릿속에 그리자, 너무나 비통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었다. 동물을 의인화하지 않고, 인간의 시점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서사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세상에 하나 남은 개체의 마지막을 바라본다'는 시점으로 보자면 너무도 뭉클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을 통해 멸종위기종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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