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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응전 - 기계·인터넷·AI, 기술 혁명에 응답한 인간의 전략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5
모종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 고유의 창조성과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단순히 기술의 유용성이나 위험성을 논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고유한 창조성과 자율성은 기술 발전 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p.4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서른다섯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나온 것은 '골목길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의 AI 사회 리포트이다. 산업혁명에서 AI 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를 돌아보며 새로운 기술에 '문화'라는 무기로 맞서온 '도전과 응전'의 순환사를 살펴본다. 그리고 AI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새로운 균형과 대응 전략을 제시해준다.
인류는 19세기 산업 혁명 이후 세 차례의 중요한 기술 혁명을 경험했다. 기술은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기술은 우리의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 기술 낙관론과 기술 비관론이라는 두 극단의 관점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문화'라는 무기로 맞서왔다. 이 책은 19세기 미술공예 운동, 20세기 대항문화 운동, 현재의 크리에이터 문화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기술이 인간의 삶을 위협할지라도, 문화적 응전을 통해 기술을 인간화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과 인간이 만들어온 '도전과 응전'의 순환사를 천천히 되짚어 본다. 1760년도부터 2020년까지 산업 혁명 기술들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안적 기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표로 보여줘서 좋았다. 1차 산업 혁명에 대응해 개인 창작 도구와 공예 디자인 기술을 발전시킨 미술 공예 운동이 있었고, 2차 산업 혁명에 대응해 개인용 디지털 도구와 오픈 소스 기술을 창출한 대응문화 운동이 있었다. 3차 산업 혁명에 대응해 크리에이터, 커먼즈 문화가 AI 협력 창작과 분산형 거버넌스, 공유 경제 기술을 발전시켰다.

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역사상 세 번째 기술 혁명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술의 미래는 결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동일한 기술이라도 그것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창조성과 자율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인지는 우리의 문화적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제 세 번째 응전을 완성할 때가 왔다. 우리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기술을 인간화하는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 p.316~317
이제 AI와 더불어 사는 삶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설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언젠가는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과 컴퓨터가 차지할 거라고 전망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인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설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이야말로 나자신을 이해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명징하게 바라봐야 한다. 19세기 미술 공예 운동이 산업 기술 속에서 인간성을 보여주고, 20세기 대항문화 운동이 기술의 양면성 속에서 다양한 대안을 찾아 기술의 인간화를 추구했듯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우리는 또 다시 문화적 응전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에 있었던 세 번의 기술 혁명에 대한 문화 운동은 모두 기술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의미와 사용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즉 동일한 기술이라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회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언론·예술·교육 현장을 바꾸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여론과 소비를 좌우하는 현실 속에서 지금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기계는 노동을 대신하고, 인터넷과 SNS는 정체성과 욕망을 관리하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조성·판단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모종린 교수는 두 번의 기술 혁명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세 번째 순환의 문턱에 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업 혁명, 인터넷 혁명, 그리고 오늘의 AI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세상을 압도하는 힘으로 등장했지만, 인간은 굴복하지 않고 이 기술들을 ‘인간화’하려는 문화적 응전을 통해 기술을 위협에서 가능성으로 바꾸어 왔다. 기술과 문화를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기계의 시대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창조적 대응이야말로 가장 시의적절한 인문학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고, 점점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존 인간의 역할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가고 있다. 과거의 기술이 주로 인간의 물리적 능력을 확장하거나 대체했다면 AI의 발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을 위협에서 가능성으로 바꾸어 주는 응전의 인문학을 통해 AI 시대를 살아갈 균형과 전략에 대해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