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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크리스 리델 그림, 김선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키티, 거울 속 집에서 살면 어떨 것 같니? 거기서도 사람들이 네게 우유를 줄까? 어쩌면 거울 속 우유는 마실 수 없을지도 몰라. 아! 이제 복도 얘기를 해 보자. 이쪽 거실 문을 활짝 열어 두면 저쪽 집의 복도도 살짝 보여. 눈에 보이는 곳까지 우리 집 복도랑 아주 비슷하게 생겼어. 하지만 그 너머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겠지. 아, 키티! 우리가 거울 속 집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할 거야! p.32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호기심 강하고 똑똑한 꼬마 숙녀 앨리스를 통해 신나고 독창적인 모험의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 준다. 거울 속 반대편 세상을 탐험한다는 기발한 관점에서 상상력과 극도의 환상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이스 캐럴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전편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배경과 주제와는 상반되는 거울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편은 따뜻한 5월, 야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카드놀이의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었다면, 이 작품은 추운 11월에 실내에서 시작되며 시·공간이 자주 바뀌고 체스의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두 작품을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특별 일러스트판은 160년 전 초판을 발행했던 영국 맥밀란 출판사가 삽화가 ‘존 테니얼’의 탄생 200주기를 기념하며 기획한 것으로, 현시대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자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 3회 수상’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의 소유자 ‘크리스 리델’이 참여했다. 흑백과 컬러 일러스트가 골고루 160장 이상이 수록되어 있어 소장용으로도 정말 근사한 버전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체스판을 기반으로 한 공간 구조를 배경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온 지 5년 뒤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전작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다고 하는데, 전작과는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이다. 전작보다 약간 더 실험적인 이야기이고, 수학자였던 루이스 캐럴의 면모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거울 나라를 여행하면서 본 온갖 이상한 일 중에 이 장면을 언제나 가장 또렷이 기억했어요. 몇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지요. 기사의 부드러운 푸른색 눈과 다정한 미소, 머리카락 사이로 새어 비치는 저녁노을, 눈부시게 반짝이는 갑옷, 고삐를 목에 느슨히 걸고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는 말과 그 뒤로 드리운 숲의 어두운 그림자까지... 앨리스는 이마에 손 그늘을 만들어 나무에 기댄 채 기이한 기사와 말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꿈결처럼 우울한 노래를 감상하면서 이 모든 것을 사진처럼 기억 속에 담았답니다. p.262~264
앨리스는 전편에도 등장했던 고양이 다이나와 아기 고양이들과 흉내 내기 놀이를 하며, 거울 속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 전부 반대 방향에 있다는 것만 빼면 우리 거실이랑 똑같이 생긴, 거울 속에 있는 방. 거울 속의 집에서 살면 어떨까? 그렇게 거울 속의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상상해 본다. 거울이 거즈처럼 부드러워서 우리가 거울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다 정말 거울이 반짝거리는 은색 안개처럼 뿌옇게 변하고, 앨리스는 거울을 통과해 거울 속의 방으로 사뿐히 뛰어 내린다. 그렇게, 앨리스는 거울을 통해 반대편 세상으로 들어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 사자와 유니콘,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험프티와 덤프티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거울 속 세상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정신없게 등장한다. 거울 속 세상이라서, 뭐든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이 뒤죽박죽 엉킨 거울 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이다. 붉은 여왕은 불타는 색깔이 암시하듯 성미가 꽤 급하고, 하얀 여왕은 온화하고 사랑스럽다. 거대한 알처럼 생긴 험프티 덤프티도 매우 인상적인 캐릭터이다. 첫 등장이 매우 임팩트가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앨리스가 험프티 덤프티를 처음 보고는 알처럼 생겼다고 했다가, 나더러 알이라니 정말 짜증 난다고 말하는 험프티 덤프티는 생김새도, 이름도 너무 특이해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을 만드는 식이었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훨씬 더 정교하고 일관된 법칙이 있다. 모든 것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인데,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결과가 먼저 생기고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원하는 곳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거나 하기 때문에 더 엉망진창 유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했다면,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꼭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