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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미국사 - 트럼프를 탄생시킨 미국 역사 이야기
김봉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미국 헌법의 뿌리 깊은 근간이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며, 단순한 법의 모음이 아니라 '건국의 아버지들'이 경험한 억압과 자유에 대한 열망의 산물이다. 그들은 영국 통치하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을 구축했다. 또한 당시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던 계몽주의 사상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사상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잇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헌법은 '견제와 균형'의 틀 위에 세워졌다. p.63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기존 정치 문법을 거부한 채 부동산 재벌로서 쌓은 막강한 재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정계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거대 자본가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일 또한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대담한 언변, 그리고 '아웃사이더'라는 신선함으로 정면 돌파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의 독선적인 행보와 정책들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민주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퇴보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널리 퍼지고 있다. 오죽하면 그가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가 미국과 세계를 회복 불가능한 혼돈으로 몰아넣을지, 아니면 뜻밖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혼돈과 불확실성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봉중 교수는 국내 최고의 역사 스토리텔러이자 미국인에게 미국사를 가르쳤던 미국사 최고 권위자로 알려졌다.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미국사 강의를 할 때마다 크나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책 한권으로 미국사 명강의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 시대를 미국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트럼프 시대가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할지, 반대로 미국 역사의 전환점이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문명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서 "누구든 미국 편에 서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신호탄이었다. 전 세계 국가들에게 테러 지원을 멈추고 미국과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우리와 그들'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누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실패로 귀결되었고 그 단순한 이분법은 미국 국내 정치에까지 번졌다. 보수와 진보, '우리'와 '그들'의 벽은 더욱 견고해졌다. p.216~217
다양성, 문화유산, 불공정, 사회 정의, 격차, 암묵적인 편견, 양극화, 확증 편향, 페미니즘, 논바이너리, 성별 정체성, 젠더 이데올로기, 취약 계층, 마이너리티, 기후 위기.... 등등 이러한 표현들이 '트럼프 금지어'라는 사실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러한 금기어 리스트는 지금이 무슨 전체주의 국가 시절이라도 되나 싶게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1984>가 전체주의 국가가 사실을 왜곡하고 조장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여론과 역사를 통제하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작품이듯이, 지금의 트럼프 금지어 정책 역시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의 토대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미국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의 역사적 흐름을 훑으며 트럼프라는 ‘결과’가 탄생하게 된 미스터리를 해부한다.
트럼프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로서 기존의 정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게다가 그는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사업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 대통령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도 모두 제도적 틀 내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며 민주주의의 전통을 지켜냈던 것에 반해, 트럼프는 전통적 절차와 규범을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단순히 기존 정치권 밖의 인물인 데서 그치지 않고 헌법 정신과 민주적 전통을 한순간에 무시하고 흔든 인물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단순한 이단아가 아닌 현대 미국 민주주의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물이다. 현재 미국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극단의 시대를 겪고 있으며, 무엇으로 이 분열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절실하다. 오늘날 한국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미국의 영향력은 지대했는데, 트럼프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오랜 시간 쌓아온 양국간 가치와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25년 현재의 미국이 왜, 이러한 모습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앞으로의 미국과 한국, 세계의 모습을 조망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