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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컨대 개인의 두뇌 배선 방식은 유전적 구성뿐 아니라 발달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특정 형질의 변이가 오직 일부만 유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나머지 변이가 반드시 환경적 요인이나 양육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상당 부분은 발달 과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개인 간 행동 경향 및 능력 차이는 단순히 유전의 영향이 단독으로 작용함을 넘어 훨씬 선천적일 가능성이 있다. p.34
재능이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신 질환은 유전적인 이유로 태어나는 것일까,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인간의 본성과 양육의 논쟁은 수백 년을 이어왔다. 지능은 타고나는 것인지, 시대와 환경이 바꾸는 것인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유전인지, 환경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우연의 산물인지에 대해서 현대 과학은 마침내 그 해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인간 본성의 비밀에 대해서 속시원히 밝히고 있다. 우리 뇌의 성장과 발달에 오랜 논쟁을 유발해 온 본성과 양육의 영역 가운데 무엇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진진했다. 우리의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유전자는 과연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유전학과 신경 과학 분야에서는 우리가 타고난 생물학적 요인에 우리 성격을 결정짓는 부분이 일정량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해왔다. 아이들이 있거나,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같은 부모 아래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부모의 양육 방식과 별개로 날 때부터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선천적 특성은 보통 유전자의 영향으로 간주한다. 이는 우리의 심리적 특성 중 다수가 단순히 우리의 성장 환경으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이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로,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을 고민해 온 주제이다. 두 사람이 주관적으로 같은 지각 경험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원칙적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빨간 사과를 볼 때, 내가 느끼는 경험의 질이 당신과 같을까?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 지각의 본질은 주관적이고 사적인 과정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 경험의 질감은 과학의 잣대로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과연 내가 느끼는 빨강이 당신과 같은 색감일까? p.203
한 생물종의 고유한 본성이 그 종의 유전체에 기록되어 있더라도, 프로그램에서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개체 간 본성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형제자매처럼 관계가 매우 밀접한 사람의 경우 유사한 성장 환경을 공유하기에, 심리적으로 타인에 비해 더 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유사성의 원인이 타고난 본성인가, 양육 환경때문인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유전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들을 통해 유전적 요인의 변이에 대해서 살펴보고, 유전적 차이가 행동 형질의 차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성과 유전 연구의 기본 방법론, 뇌의 구조 및 기능 발달에 관한 신경과학적 기초와 환경 및 경험과 뇌 가소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격 특성과 지각, 지능, 성별과 신경 발달 질환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을 살펴보기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과학 용어 대신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도 설명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따라가면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감각과 주관을 다루는 장이 매우 흥미로웠다. 지각의 본질이 주관적이고 사적인 과정을 근간으로 하기에, 우리 경험의 질감은 과학의 잣대로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느끼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특정한 물체를 동시에 바라볼 때조차, 우리는 서로 다른 지각 경험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해석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성격 차이가 만들어지는 근원, 지능의 유전력, 정신 질환의 유전성, 남녀 경향의 선천적 차이 등 현대 유전학의 최전선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태어나며, 각자의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그 차이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니 인간 본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인간 본성의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