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과학
이선 크로스 지음, 왕수민 옮김, 김경일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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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정은 삶을 헤쳐나가도록 인도하는 길잡이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낸 시간을 담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며, 음악이자 마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부정적 감정에서 도망쳐 기분 좋은 감정만 뒤쫓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거기서 배우되, 필요할 때는 한 감정 상태에서 다른 감정 상태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감정 전환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기술들이 다 그렇듯, 감정 전환 능력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p.74~75


매일 우리는 미미한 혹은 격렬한 감정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감정들이 우리 삶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 호기심, 적의, 사랑, 질투, 불안, 우울, 기쁨, 고독 등 감정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감정적 삶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시간이 평상시의 33퍼센트에 이른다고 대답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사랑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슬픔은 분노를 부채질하고, 기쁨은 비통함을 누그러뜨리고,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품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은 대인관계부터 재정문제, 건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것을 뒤흔든다.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 일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결국 감정에 지배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이 책은 감각, 주의력, 관점, 공간, 관계, 문화라는 6가지 감정 전환 도구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인생의 부스터로 바꾸는 과학적인 마음 관리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감정은 억눌러야 할 방해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호이므로, 올바른 방식으로 감정을 전환할 수 있다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실제로 활용해볼 수 있는 감정 전환 도구들을 삶에 적용하는 방법과 이 도구들로 스스로 감정을 전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최신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알려주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인류가 발생한 이래 우리는 줄곧 감정을 붙들고 사투를 벌여왔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정에 대한 문제는 시대를 초월해 어디에서나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류 역사는 감정 조절법을 찾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의학사에서 가장 오래된 외과 수술법도 사람들의 감정 조절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내면의 전환 도구들은 우리가 손에 집어 들 때까지 잠자코 가만히 있지 않으며, 온종일 외부 요인들에 의해 밀리고 당겨지고 조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마주치는 가장 강력한 외부 요인 중 하나이며, 감각, 주의력, 관점이라는 내면의 전환 도구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현실의 우리도 맥락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거주하고 오가는 공간들이 우리의 감정적 삶을 형성하는 것이다.             p.206~207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갈등이 불거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도 결국은 감정이 관건일 때가 많다. 날뛰는 감정 때문에 하루를 망치거나, 감정의 영향을 받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기도,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한다. 감정은 우리 삶을 건강과 활기로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을 때는 에너지를 축내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나서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곤 한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는 것과 회피하는 것, 어느 쪽이 도움이 될까. 저자는 좀처럼 떨치기 힘든 부정적 경험이라면 직면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회피할 경우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데로 전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긍정적 감정이든 부정적 감정이든 상관없이 모든 감정은 우리가 이 세상을 헤쳐나가도록 돕는 일종의 도구 역할을 한다. 모든 감정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삶을 헤쳐나가는 길잡이가 돼준다. 심지어 괴로운 감정이라도 말이다. 


이 세상은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다. 우리가 아침에 어떤 메시지를 받고 잠에서 깰지, 우리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생겨난 감정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그날 하루의 흐름부터 가족들의 감정 세계, 직장과 지역 사회 등 모든 것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감정 관리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나를 지치게 하고, 진이 빠지게 만들고, 유혹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나 되고자 하는 모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감정은 마치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와도 같다. 익숙하지 않으면 소음이지만, 제대로 다루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음악이 된다. 우리는 모두 감정이라는 정교한 악기를 갖고 태어났다. 이제는 이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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