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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 인생 9할을 웃음으로 버틴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 에세이
순자엄마(임순자)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데 말이야, 그런 시간도 다 지나가더라고. 그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엔 별거 아닌 일에도 감사하게 돼. 바람 한 줄기에도 웃음이 나고, 걱정 없이 뜨끈한 밥 먹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져. 그런 게 인생이야. 그러니까, 오늘 힘들다고 너무 낙심하지 마. 버티면 돼. 언젠가는, 꼭 좋은 날이 올 거니까. 진짜로. 버티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는 거야. p.19
인생의 9할을 웃음으로 버텨온 순자엄마의 65년 인생 내공 에세이가 나왔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128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순자엄마’ 채널의 주인공이 유쾌함 속에 깃든 '진짜 어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책이다. 충북 제천의 농부이자 유튜버인 저자는 아들 쫑구, 며느리 유라, 그리고 남편과 함께 ‘가족 코믹 시트콤’ 같은 매력을 선보여왔다.
이 책에서는 면목동 가발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던 14세부터 대림산업, 박달한우, 들깨공장, 박스공장 등 생계를 위해 숨 가쁘게 뛰어다니던 수십 년간의 시간부터 유튜브를 시작하며 뒤바뀐 삶의 궤적까지가 모두 담겨 있다. 친근한 어조로 무심한 듯 툭툭 던져대는 말투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은 다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었는데, 지나고 나서야 그게 다 자산이 됐다는 걸 알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까 고생도 좀 해보고 그래야 끈기라는 게 생긴다고, 경험을 더 많이 해보라고, 젊어서 고생은 그 자체로 자산이라고 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편한 길로만 가려는 게 있다. 잠깐 일하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죽을 만큼 힘든 경험은 애초에 시작도 안 하는 거다. 하지만 이것저것 부딪혀보고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봐야 나중에 어떤 일이 휘몰아쳐도 툭툭 털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다. 인생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애정어린 조언들이 많아 전 세대의 독자들에게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잘 살아내고 나면 내일도 다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불안한 마음도 싹 가셔지고 그저 좋은 기운만 갖고 살아가자 싶어. 유명세 좀 얻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면 쓰나. 둘에서 냉이 캐서 국 끓여 먹는 삶은 달라진 게 없는데. 이쯤 살아보면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마음은 언젠가 사라지는 보잘것없는 잡생각이라는 걸 알거든. 그보다는 당장 오늘 뭘 하면서 열심히 사는지가 중한 거야. p.162
저자는 요즘 인생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대단하게 성공하거나, 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평온하니까 젊었을 때 고생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마음이 왜 이렇게 좋을까, 생각해보다 깨닫는다. '아, 이제는 남하고 이러쿵저러쿵 비교를 안 하니까 이렇게 속이 편하구나.' 라고. 친구들 모임 한번 갔다 오면 맘이 막 쓰리고, 그냥 한없이 초라하고 울적해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렇게 마음 상할 일도 아니었다고, 결국 인생이라는 게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야, 부러워하면 지는 거야. 왜 남 인생을 부러워 하냐. 내가 니 인생 살아줄 것도 아닌데." 사실 남하고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남을 부러워하거나, 그들과 비교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날이 왔다는 저자의 말에는 평범한 듯, 소박한 진심이 담겨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떻게 맨날 햇빛 쨍쨍한 날들만 있겠는가. 비 오고 바람 불고 휘청거리는 날들도 오는 법이다. 저자가 그렇게 힌든 날을 벗어나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 뭐냐면, 바로 '생각 바꾸기'이다. '아이고, 빡세다. 근데 내일은 나아지겄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이 힘들어?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 라고 호통을 치기도, "오늘도 조졌다고? 별일 아녀. 다 지나가!" 라며 토닥여주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지만, 그런 시간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고, 버티면 언젠가는 꼭 좋은 날이 온다고 말이다. 절대 순탄하지 않았던 삶을 거쳐온 어른답게,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마음만큼, 불안조차 웃음으로 이겨낸 단단한 내면으로 써 낸 글이기에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경험들이 고스란히 얼굴에 그 흔적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즐겁게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저자의 그러한 무한 긍정 에너지가 이 책 곳곳에 깃들어 있다.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당신에게, 든든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