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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근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0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한 권과 차 한 잔이면 지루할 틈이 없다는 토끼 씨는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다. 주변에 친구가 없어 가끔 외로웠지만, 식물들을 돌보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왔다. 길고 어두운 겨울이 지나고, 토끼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봄이 왔다. 토끼 씨는 당근 씨앗을 듬뿍 뿌리고, 날마다 물을 주고, 말을 걸고, 노래도 불러 주었다. 그렇게 사랑을 주어 기른 씨앗 하나가 어느 날 눈에 띄게 잘 자란 것을 발견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며 당기고 당겼더니 커다란 당근이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토끼 씨!
세상에, 당근이!

말하고 걸어 다니는 당근이라니, 토끼 씨는 깜짝 놀라서 후다닥 도망친다. 하지만 집까지 따라온 당근 씨는 집 안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고, 그렇게 차분하고 점잖은 토끼 씨와 발랄하고 쾌활한 당근 씨의 색다른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누가 집에 같이 있는 게 익숙하지 않은 토끼 씨와 호기심 넘치는 장난꾸러기 당근 씨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당근 씨,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거예요?

당근 씨는 소파에서 방방 뛰며 흙을 다 묻혀 놓고, 토끼 씨가 아끼는 음반을 가지고 놀고, 집안을 어지르며 춤을 추고, 불을 꺼버리고, 어항을 흔들기도 하며 당근 씨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토끼 씨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시내로 간다. 누군가 당근 씨를 맡아 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론 그런 토끼 씨의 마음을 모르는 당근 씨는 외출하는 것이 마냥 신나기만 한다. 당근 씨앗을 샀던 농원에 가고, 슈퍼마켓의 채소 코너에도 가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뒤져 보지만 어디에도 걷고 말하는 당근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당근 씨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특별한 당근이었으니 말이다.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0번째 책이다. 이번 작품은 클라우스 플루게상을 수상한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신작 그림책이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토끼와 활발하고 외향적인 당근의 성향 차이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궁금한 아이들에게도, 우정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어른들에게도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게다가 섬세한 그림과 따뜻한 색상이 정말 너무 예쁘다. 토끼와 당근의 너무 다른 성격이 컬러의 채도로 대비되는 것도 귀엽고, 만화식 구성으로 둘의 모험이 펼쳐지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두꺼운 고전책을 일부러 찾아 읽곤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때보다 그림책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림책이 주는 여유와 위로, 상상력이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이 사랑스러운 주홍빛 그림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