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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 일기 쓰기 -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들어 인생의 온갖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이고 물리치고 해소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쌓여가는 일거리를 외면하다가 폭발하고 말지요. 나는 동네 명상 센터에 다니지만 가부좌를 틀고 방석에 앉아서 명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자연 관찰 일기를 통해 내게 필요한 지혜와 명상을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일기장이 내게 "밖으로 나가요", "5분만 멈춰서 심호흡을 해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봐요"라고 말을 건네 오지요. 그러면 일기장을 들고 나가서 걷거나 앉아 명상을 합니다.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나의 마음 챙김 수행입니다. p.34
오늘날 현대인들은 시간에 쫓기듯 살아 가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어떤 식물이 보이는지, 새 소리가 들리는지 주변을 둘러볼만한 여유가 없다. 이 책은 하루에 딱 20분만 시간을 내서 밖으로 나가 쓰고 그려보라고 말한다. 나뭇잎, 새, 구름 모양, 또는 산책길에서 들려온 소리를 기록해보는 거다. 자연에 대해 전혀 몰라도 자연 관찰 일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 관찰 일기는 주변 세계를 탐험하고 자연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해준다.

미국의 자연 동식물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클레어 워커 레슬리는 1978년 처음 쓰기 시작한 자연 관찰 일기를 40년 동안 55권의 노트에 채워왔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온전히 보고 느끼고 자연과 연결되기를 바라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록 및 드로잉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2000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지난 25년간 자연 관찰 및 기록 운동의 선두에 서서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을 소개해왔다.
완전히 새롭게 개정한 이번 3판에서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도 자연을 세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통해 관찰력을 심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법을 좀 더 쉽게,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도구와 양식부터 그리기의 기초와 기록 요령에 대해 이야기하고, 본격적으로 계절과 식물, 동물과 풍경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일기장, 스케치, 수채화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제자들의 자연 관찰 일기 예시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친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자연 관찰 일기는 훌륭한 마음 챙긴 연습이기도 합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누구나 야외에 나가 만사를 잊고 자연을 보고 기록하는 데만 집중하니까요. 어느 날 오후에 교사 30명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10분간 조용히 눈에 들어온 자연을 기록한 후 실내로 돌아와서 방금 전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한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시기에 왜 그러시느냐고 물어봤지요.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귀 기울이고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p.197
자연을 관찰하고 그에 관하여 기록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해왔던 활동이다. 하지만 '자연 관찰 일기'라는 개념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이 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가까운 예를 들어 보자면,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라는 책을 쓰게 된 것도, 우연히 발견한 이 책 덕분이라고 한다. 이다 작가는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덕분에 자연을 관찰하는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자연에 관해 전혀 몰라도, 누구나 자연 관찰 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 혼자서, 친구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야외에서, 실내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 관찰 일기에서 중요한 건 글이나 그림보다도 얼마나 잘 '보고' 기록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세상에는 우리가 자연에 몰두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지구 곳곳의 온갖 격변과 불안한 상황들 뿐만 아니라 직장, 가족, 학교 생활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고, 인터넷을 비롯해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수많은 것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잠시 앉아 주위의 자연을 바라보며 가만히 교감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마음도 평온해질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정말로 원한다면 시간은 어떻게든 생기게 마련이다. 하루에 한 번이 어렵다면, 일주일에 한 번도 괜찮다. 잠시나마 짬을 내어 주변을 돌아보고, 세상을 더 깊이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느리게 보낼 시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한 단계 달라지게 될테니 말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와 드로잉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어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고, 힐링과 명상의 시간을 제공해주기도 하며, 자연 관찰에 대한 과학책으로서도 훌륭하고, 매일의 변화와 감정을 담고 있는 자연 에세이로 공감과 위로를 주기로 한다. 특히나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자연이 주는 온갖 소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분주한 삶을 잠시 멈추고 바깥세상을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운 세계를 오롯이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통해 인생이 한층 더 즐거워 질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