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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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삶의 후회를 줄이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일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끝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한 다짐이자 생의 매 순간을 음미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죽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곧, 오늘을 더욱 사랑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이 우리가 남은 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다.              p.156~157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의 죽음에 익숙해지게 된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죽음이 가까운 이의 부고 소식을 차츰 접하게 되면서 더 이상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낯설고, 두렵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까. 다가올 죽음을 조금은 편하게 맞이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썼던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하며 죽음을 통해 삶을 배워온 그는 우리에게 '좋은 삶'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죽음없이 좋은 삶도 없다고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을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그리고 그 시작점으로 '나만의 엔딩 노트 작성'을 권한다. 실제로 자신도 일 년에 한 번 유언을 쓴다고 말하는 그는 이것이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을 넘어 남은 인생을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만드는 여정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나는 일 년에 한 번 유언을 쓴다. 그때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정리하면서 현재 나의 위치를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유언은 내게 삶을 향한 다짐이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얻게 되는 가장 큰 선물은 삶의 진정한 우선순위를 발견하는 것이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통찰을 제공한다. 삶이 끝날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더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고 더욱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p.228~229


저자는 법의학자로서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및 범죄의 부검과 자문을 담당하며 특별히 죽음과 인연 깊은 삶을 살아 왔다. 그 인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욱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아닌 삶이라고 그는 말한다. 죽음을 생각하고 살피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삶의 경건함과 소중함이 더욱더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면서 '죽음은 우리를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 죽음을 준비할 시간은 더더욱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의 마지막 준비를 죽음이 눈앞에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신체와 정신이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할 때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그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면, 적어도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후회할 일이 적지 않을까.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사유와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을 마주하는 실천적인 방법에서 더 나아가 상실과 애도, 연명의료와 존엄사에 대한 논의로 확장한다. 현장 사례와 데이터, 여러 문헌과 연구를 근거로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책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더 잘 살기 위한 30일 유언 노트'에는 매일 그날의 주제에 맞는 질문과 체크리스트, 오늘의 미션이 수록되어 있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별책부록이 책만큼 값진 내용을 담고 있는데, 초판 한정 증정품이니 놓치지 말고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면, 이 책을 통해 그 또한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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